[Opinion] 당신의 고막을 달달하게 녹여줄게요, '고막메이트' [드라마/예능]

당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감미로운 목소리
글 입력 2021.07.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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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이 완전히 뒤바뀐 나는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도 잠은 오지 않고 심심하기만 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이미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고, 그렇다고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는 싫었다. 해가 기지개를 켜기까지 남은 시간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유튜브에서 발견한 보물이 바로 '고막메이트'였다.

 

 

 

힐링 그 자체, '고막즈'의 따뜻한 케미



'고막메이트'는 힐링 음악토크쇼이다. 사연자가 보낸 고민을 들어주고, 다친 사연자의 마음을 감미로운 노래로 위로해준다.

 

작사가 김이나, 래퍼 딘딘,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가수 정세운이 고정 MC로 함께한다. 시청자들이 고막메이트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행자들의 케미 때문이다. 할머니가 무쳐준 나물처럼 슴슴하다. 우선 고막메이트에 나오는 사연부터가 소소하다. 연애부터 인간관계, 진로, 직장생활 등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작은 고민이 소개된다. 일상 순간순간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소소한 고민에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다. 고막메이트에서 '소소함'은 곧 공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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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메이트는 고민을 보낸 사연자를 '막둥이'라고 부른다.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명칭이다. 위형제들이 막냇동생을 예뻐하는 것처럼 MC들, 즉 '고막즈'는 막둥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막둥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려 노력한다.

 

언어에 '수리수리마수리' 주문이라도 걸었나, 언어의 마술사, 작사가 김이나는 고막메이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홍일점인 김이나는 연애와 관련된 사연이라면, 여자의 입장에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펼친다. 대화의 흐름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재미라는 요소를 빼놓지 않는 김이나의 말솜씨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가 천 일 동안 이어진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고막메이트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처음에 고막메이트를 봤을 때 이원석이 한 30대 중후반쯤 됐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75년생으로, 반백 살에 가까운 나이였다. 고막메이트의 최고 연장자답게,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풀어놓는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조언은 마냥 가볍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다.

 

연애 이야기에 과몰입하는 딘딘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웃음 포인트다. 딘딘의 팬클럽 이름이 '흥미딘딘'인데, 연애와 관련된 달달한 사연에 과몰입하는 딘딘은 정말 '흥미딘딘'하다.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입꼬리가 헤실헤실 올라간다. 자신이 전 애인들과의 연애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우스개 소리로 꺼내는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고막메이트의 진정한 막둥이, 정세운은 딘딘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짝꿍이다. 어딘가 허당인 듯하지만, 그가 날리는 멘트는 때때로 촌철살인이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심장을 지닌 남자이지만 깊은 생각이 묻어나는 판단을 내릴 때가 있다. 포뇨를 닮은 귀여운 외모에 이러한 반전인 모습이 더해져 나날이 팬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목소리, '고막라이브'


 

'고막라이브'는 사연을 읽어주는 '고막메이트'와 함께하는 콘텐츠이다. 고막즈나 초대된 게스트가 그날의 사연과 관련된 노래를 불러준다. 가수가 자신만의 목소리로 재해석해서 부르는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고막을 달달하게 녹여주기도 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어만져 주기도 한다. 고막메이트를 정주행하면서 깊이 공감이 갔던 토크 주제와 정세운이 부른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을 소개하고 싶다.

 

 

 

 

'안 그러고 싶은데 무의식중에 남들과 나를 비교해요'라는 사연이다. 이 사연은 곧 자존감과 관련된 고민이었는데, 한동안 나도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에 관심 있게 시청했다.

 

사연을 보낸 막둥이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법이 궁금하다고 했다. 나 또한 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자꾸 커져서 괴로웠다. 하지만 고막즈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쿨하게 인정한다. 이원석은 아무리 절친한 친구 사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신에 고막즈는 내가 열등감을 느끼는 상대에게서 배울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나만의 장점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노력과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 를 고민하면 동기부여가 되지만, 열등감이 그저 질투로 남게 되면 나는 점점 작아지고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딘딘은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장점이 자기화가 되어있다고 막둥이를 위로했다.

 

정세운이 이 사연의 끝에 부른 'Feel Special'은 상처 받은 자존감을 치유하는 노래였다.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

그럴 때마다 내게

얼마나 내가 소중한지

말해주는 너의 그 한마디에

Everything's alright

초라한 Nobody에서 다시 Somebody

특별한 나로 변해

 

 

가사처럼 갑자기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고, 자신감도 점점 떨어져 세상에 맞설 용기를 잃는다.

 

정세운이 담담하게 불러나가는 'Feel Special'은 고요한 새벽에 누군가가 나를 포옹해주는 느낌이 든다. 따뜻한 품 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무너진 마음을 위로받는다. 정세운이 연주하는 기타의 선율에서 이런 감정이 묻어나온다. 정세운의 감성적인 목소리와 기타의 감미로운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Feel Special' 가사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한다.

 

 

 

너의 이야기, 우리가 들려줄게


 

고막메이트는 위에서 소개한 자존감과 같이 무게 있는 사연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 순간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들까지 총망라한다. 사실, 연애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고막메이트처럼 연애 고민을 위주로 사연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에 등장하는 사연들을 한국의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요즘 말하는 '매운맛'이다.

 

이와 달리 고막메이트는 '순한맛'이 매력이다.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 사연들을 평화롭게 풀어나간다. 온갖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이 힐링하기 위해 고막메이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순한맛' 맛집인 고막메이트에 별 5개를 달아주는 리뷰를 쓰고 싶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좋다. 나는 평화로우면서도 재미까지 챙기는 고막메이트를 설거지할 때나 아트인사이트 글을 기고할 때나 아무 때나 틀어놓는다. 머릿속이 백지인 상태에서 보면서 사연자가 털어놓은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되기도 하고, 고막즈가 건네는 위로와 조언에 깊이 공감하기도 한다. 극한의 경쟁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평온한 여유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거쳐가는 쉼터로 고막메이트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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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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