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상하는 새활용 문화! '프라이탁'부터 업사이클 아트까지 [문화 전반]

업사이클 문화는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글 입력 2021.07.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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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JPG 

이미지 출처: 프라이탁 브랜드 공식 온라인 매장 홈페이지

 

 

형형색색 디자인의 PVC백들, 어떻게 보이는가? 이 가방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여름철 포인트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선두주자 브랜드, ‘프라이탁’의 제품 중 하나이다.

 

이 브랜드는 광고 현수막, 버려진 천막, 자동차 방수포 등을 손수 새로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위 제품만 해도 그 가격은 약 15만 원대로 재료 대비 상당한 고가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가방이 취리히의 국경을 넘어 1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프라이탁?


 

먼저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은 ‘문제점을 기회로 전환’하고 ‘잉여 자원을 새로운 가치로 창출’해내는 그들만의 쿨한 감각에 있다. 1990년대, 누가 쓸모없어진 광고 현수막과 버려진 천막과 트럭 방수포를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려 했겠는가?

 

사실 누군가에게 그것들은 제 할 일을 다 하는 순간, 태우기에도 부담스럽고 썩지 않아 묻기에도 골치 아픈 쓰레기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창시한 프라이탁 형제들은 쿨한 시각으로 그 재료들을 더할 나위 없이 튼튼한 소재라 여겼다. 바꿔 말하면 남이 조금 썼을 뿐, 잘 찢어지거나 썩지도 않고 방수도 가능하다면 가방을 만들 재료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조건을 가진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브랜드의 사람들은 오히려 효율성 좋은 가방을 생산하기 위해 남들이 필요 없어 하는 트럭 덮개를 전세계에서 수집해오고, 누군가는 흘려보내는 빗물을 모아 재료를 세탁하고, 제각각 다른 사이즈를 일정하게 재단해야 하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기계 대신 사람의 수작업을 빌린다.

 

그리고 그들은 쇼퍼백, 메신저백, 백팩 등 만들 모양만 정해져 있다면 로고 자수를 덧붙이는 것 외의 디자인은 굳이 더하지 않는다. 이미 재료에 프린팅되어 있던 모습 그대로를 재단하고, 그 자체로 다양한 디자인과 종류의 가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쿨한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프라이탁에서 구매하는 가방은 모든 제품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을 가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단지 수거하는 재료가 일정하지 못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이용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는 프라이탁이,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웬만한 셀럽이 아니라면 그 어떤 명품을 통해서도 얻기 어려운 희소성을 선물하는 셈이다.

 

 


2. 새로운 소비 트렌드,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JPG

 

 

그렇다면 이 브랜드가 선도했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앞선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업사이클링이란 부산물, 폐자재와 같이 쓸모가 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예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하나의 재활용 방식이다.

 

이는 해외에서 이미 하나의 소비 경향으로서도 자리 잡힌 키워드인데, 점점 환경 문제가 당장 내일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는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새활용’이라는 우리말과 함께 더 널리 알려지는 추세이다. 또한 많은 기업과 브랜드, 사업자들이 최근 이 개념과 친해지면서, 이제 우리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업사이클링 산업과 제품들을 새로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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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큐클리프 공식 홈페이지


 

그중 2016년부터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큐클리프(CUECLYP)’는 한국의 프라이탁과도 같은, 업사이클링 의류 및 잡화 브랜드다.

 

‘UPCYCLE’의 스펠링을 새롭게 배열, 즉 새활용하여 브랜드명을 지었다. 이에는 ‘새활용’의 영문을 새롭게 활용해버린 자신들의 브랜드명처럼 ‘큐클리프는 업사이클에 국한되지 않고, 필환경 시대를 반영하여 계기와 이유가 있는 의미 있는 디자인을 전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각종 업사이클링 제품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라딘 중고서점, 스브스뉴스(SBS 유튜브 공식 채널), P4G(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협의체), 나이키 등과 협업하여 자신들의 업사이클링 활동을 더욱 영향력 있게 키워나가고 있다.

 

이 브랜드에 주목할만한 것은, 이들이 취지에 충분히 부합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내면서도 다방면적인 소비자들의 니즈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영향력 있는 기업 또는 행사와 바람직한 방향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다른 업사이클링 인디 브랜드들의 목표 지점이 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업사이클링 아이템은 위 같은 패션 의류, 잡화류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넓고 쓰레기는 넘쳐나는 가운데, 누군가는 바다 쓰레기를 주워 액세서리를 만든다. 바다에 버려진 깨진 유리 조각이 수십 년간 파도에 마모되어 해변으로 밀려 나온 것을 바다 유리라고 하는데, 우경선 대표의 ‘바다보석’은 이 재료로 만든 목걸이와 귀걸이 등을 판매하면서 해양쓰레기는 줄이고, 버려진 바다 유리에는 새 삶을 불어넣는다.

 

커피 찌꺼기, 즉 ‘커피박’을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만드는 커피박 공장도 등장했다. 일반쓰레기로 처분하면 무게가 상당하고 배출되는 양도 어마어마한 커피박. 하지만 이는 사실 온도 높은 물에 깨끗이 살균되어 있어, 퇴비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에 아주 좋은 재료이다.

 

커피 벽돌은 일반 벽돌보다 단단하며, 커피 점토로는 화분과 캔들, 연필 등의 새활용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게다가 축산악취 저감 사업, 편의점 업사이클링 데크 설치에도 커피박은 큰 핵심 자원이 되어 기대 이상의 업사이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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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BGF 리테일 공식 홈페이지 보도자료


 

이외에도 상자를 모으시는 노인들의 폐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부가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노인분들과 나누는 ‘러블리페이퍼,’ 쌀 대신 플라스틱을 빻아 다양한 제품들로 재탄생시키는 ‘플라스틱 방앗간’ 등 검색창에 [업사이클링]을 입력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국내의 새활용 활동은 충분히 다양하다. 또, 한국 업사이클센터와 성동구의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더 많은 종류의 업사이클링 인디 브랜드 및 제품에 관한 정보 얻을 수 있다.

 

한편 업사이클을 환경운동 같은 도덕적 활동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문화 키워드 자체로 인식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위 사례들과 더불어 보았을 때, ‘업사이클’이라는 단어가 국내에서는 자선, 환경보호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성균관대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두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 ‘패브리커’는 다른 곳이 아닌 공간 및 설치 미술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업사이클을 보여줘 왔다.



패브리커.JPG

이미지 출처: 패브리커 공식 홈페이지

 

 

이들은 버려진 공간들의 원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카페 ‘어니언,’ 북촌과 홍대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스토어 등을 재탄생시키고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예술적 영향력을 강하게 끼쳤다. 이곳들은 이제 소위 말하는 ‘요즘 인스타 감성’의 원조 및 한 축이 되어 젊은 세대들의 공간 문화 향유 카테고리를 비집고 자리해 있는데, 이렇게 점점 업사이클은 한국에서도 하나의 문화로서 완전히 자리 잡힐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 패브리커의 바람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

 

사실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 및 제품 등은 대부분 개선해나가야 할 점들을 훨씬 더 많이 품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긍정적인 성과를 끌어내고 가장 대표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앞의 사례들은 아직 주목받지 못한 타 사례들의 양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이 산업이 아직 대중과의 접근성 및 친밀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선 디자이너 그룹 ‘패브리커’가 바라는 방향처럼 하나의 문화로서 더욱더 자리 잡을 필요가 있는 업사이클링은, 엄밀히 경험재(경험하기 전에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재화)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경험재가 대중의 눈에 띄지 않는다면, 대중과 친하지 않다면 조금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가장 먼저 국내 업사이클링 사업과 브랜드, 제품과 판매자들은 대중들의 시선을 사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업사이클링 편집숍을 구축하고 SNS 홍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한다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에 대중의 감성을 저격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한다거나, 현실적으로는 매우 쉽지 않겠지만 모색해보면 비슷하게 다양한 방식들이 있을 터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재활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먼저이다,” “해당 업사이클링 제품이 친환경성과 더불어 다른 가치 또한 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취지는 좋아도 제품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다른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하고자 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이 또 다른 환경 문제에 일조하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귀 기울이면 얻을 수 있는 많은 힌트를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 둘 기회로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업사이클링은 비로소 진짜 한국의 문화 카테고리 한 칸을 광범위하게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벌써 빛날 것만 같은 업사이클링의 창출 가능한 가치가 어서 발현되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가 입소문을 따라 허름한 것 같으면서도 예술적이라 느끼는 카페에 찾아가 SNS를 업로드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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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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