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엄마 안내서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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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기껏해야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정도일 테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여기 엄마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안내서가 있다.
‘안내서’란 시설 등의 이용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의 문서를 의미한다. 엄마에 대해 아는 게 하나 없는 우리에게 좋은 지도가 되어줄 것처럼 보였다.
엄마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을 때 어디부터 시작해야 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시작이 어렵다. 좋아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 그전에 영화를 좋아하긴 하시던가? 평소 하는 생각은?
우리 엄마라면 미소를 띠면서도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할 것 같다.
우리 엄마 ‘김미애’에게.
어렸을 적만 해도 엄마 이름을 쓸 때가 많았다. 보호자 김미애. 나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해결했다. 지금은 내 이름을 적어도 일이 진행된다. 사회가 나를 이제는 보호자가 필요 없는 어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좋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피스 하나가 사라진 상태에서 완성된 퍼즐 같다.
그런 그의 이름을 오랜만에 적어본다.
안내서는 가벼운 농담 같은 질문과 조금은 진지한 질문을 번갈아 가면서 등장시켰다.
가령 로또에 당첨되면 엄마에게 얼마를 주고 어떻게 쓸 것인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나는 10억 중 5억을 드리기로 했다. 다 드릴 순 없지만 엄마에게 최고 지분을 드렸다. 나는 그걸로 엄마가 놀고먹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저금은 안된다. 꼭 놀고먹어야 한다. 엄마에겐 그런 의무시간이 필요하다.
엄마가 어떨 때 행복해 보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옛날에 엄마와 함께 영화 ‘써니’를 보러 간 기억이 있다. 과거를 회상하던 엄마가 꽤나 즐거워 보였었다.
엄마와의 이런 놀이시간이 나이를 먹고 얼마나 있었던가? 서로 가벼운 질문과 답을 오가면서 좋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내 나이 때로 돌아간 엄마에게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엄마에게 인생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모든 게 그래야만 했지 않았을까 싶다. 결혼을 해야만 했고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런 의무적인 것 말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앞선 장들 외에도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현대적인 밈을 섞거나 카톡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현대 문물에 낯선 엄마에게 자식의 문화를 소개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간결한 그림과 흥미로운 질문들이 어렸을 때 즐기던 그림책과 비슷했다. 그래서 더 동심으로 돌아가서 순수하게 적을 수 있었던 건 같다.
아직 엄마에게 노트를 보여드리지 않았지만 그의 반응이 사뭇 궁금하다.
자매품 아빠 안내서도 있다.
지은이 야미, 너비 님에게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박소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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