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 <해방타운>

글 입력 2021.06.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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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OTT플랫폼에서 곽정은 작가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기억 남는 것 중 하나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영상이었다. 그녀의 말에 공감도 가고 위로가 됐다. 그 영상을 본 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라는 역할이 주는 무게는 어떨까.

 

6월의 시작과 함께 첫방송을 한 JTBC <해방타운>은 부모의 역할 뿐만 아니라 남편 또는 아내라는 역할이 주는 무게를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또 잠시나마 그 역할에서 벗어나서 잊고 있던 진짜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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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사진을 찍어도 피사체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되듯이

 

<해방타운>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기혼자들이 현재의 역할에서 해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장윤정, 이종혁, 허재, 윤혜진이 부모, 남편, 아내의 역할에서 해방하여 결혼 전의 진짜 ‘나’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관찰예능프로그램이다. ‘또 관찰예능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예능은 다르다.

 

타 예능처럼 연예인 또는 대중에게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혼자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르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주제도, 에피소드도 다르다. 기혼자가 잠시 가족들 곁에서 벗어나서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거나 요리에서 해방하여 먹고 싶었던 음식을 배달 시킨다. 시간에 쫒기지도 않으며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가고 싶었던 곳에 간다. 육아와 살림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싱글족의 관찰예능프로그램들에서는 이 모든 일상이 당연하고 쉽게 할 수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해방타운>에서는 당연한 일상이 색다른 일상이 된다.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이 프로그램이 기회를 줘서 어렵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 겪는 좌충우돌기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달라서이다. 처음 독립을 하는 싱글족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워낸 아버지, 남편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비슷한 상황이더라도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이 예능을 보고 있으면 예능인데도 울컥 할 때도 있다. 해방했는데도 여전히 자식들을 생각하느라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모습, 그렇게 좋아하고 잘하고 있었던 일을 만났을 때의 표정 등이 코끝이 찡하게 만든다. 아마 주인공의 역할이 나 같고, 우리 부모님 같아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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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접근방식.

 

제일 해방이 필요한 사람이 누굴까 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아마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하고 있는 또는 좀 더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해방타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살림과 육아 뿐만 아니라 밖에서 일만 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들까지. 정말 말 그대로 기혼자들을 위한 해방타운이었다. 그 점이 색달랐다.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려는 의도가 새로웠다. 그 의도 덕분에 좀 더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었고 이것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각자의 입장과 고충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매회 방송을 보면서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 동시에 아내와 남편 모두의 고충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순히 기혼자들이 가족에게서, 부모나 아내, 남편의 역할에서 해방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을, 역할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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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결혼 전의 진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자신의 역할에서 해방한 그들은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에 설레기도 하면서 어색해하는 면이 드러난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선물처럼 왔는데도 그들은 자식 걱정을 한다. 몸은 해방됐으나 마음은 여전히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과연 결혼 전의 진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가정이 있는 만큼 온전히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잊고 있었던 진짜 ‘나’를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진짜 ‘나’와 역할에서의 ‘나’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고, 좀 더 야무지게 자신을 챙겨가며 아내와 남편 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길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해방타운>에 나온 출연진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기혼자들도.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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