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미술/전시]

전시리뷰
글 입력 2021.06.21 14: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서울 시립미술관 앞 강원도 정선일대의 함백산에서 옮겨온 고사한 전나무가 힘없이 누워있다.

이 고사목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에게 고요한 침묵만 전달한다.

 

 

20210621155450_fwxrddyz.jpg

 

 

 

서울 시립미술관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20210621145426_gryhqrkt.jpg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사회가 도입되었고 대규모 공장들이 생겨나고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지고 현대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이 무분별하게 훼손한 자연 파괴되어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서서히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뭄부터 동남아시아, 카리브 해, 태평양을 휩쓴 엄청난 파괴력의 열대성 폭풍까지,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이 기후변화로 가속화된 자연재해에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코로나 문제 못지않게 한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2019년 10월 호주 산불사태를 기억하는가? 이 사건은 약 1,000만 헥타르가 넘는 대지를 태워버리고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죽은 유례없는 산불이었다. 가까운 중국의 메뚜기떼 습격, 한국에서도 작년 홍수피해로 큰 손해를 보았다.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위기는 단순히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인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쿠미 나이두(Kumi Naidoo)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후변화가 이미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리고 이 영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입니다.” 그렇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재난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파악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21년 6월 8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린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이다. 이 전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문제를 ‘집’이라는 주제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집’은 사람이 사는 집, 그리고 모든 사물과 생명체의 집. 살림집과 지구의 생태계는 오이코스라는 같은 어원을 가진 우리의 집으로 보았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은 3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20210621145525_xtlfwyiz.jpg

 

20210621145530_gyoqdkuc.jpg

 

20210621145538_eftsblsa.jpg


 

첫 섹션에서 집은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오이코스, 지구의 생태계를 보여줬다. 이 섹션은 큰 영상작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라산에서 백두대간까지 집단 고사하는 침엽수. 서식지를 잃고 아사한 동물.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바다. 홍수, 산불, 이상기온으로 이어지는 남극과 북극의 해빙,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이것들을 고사목과 박제 동물, 영상 작업들로 보여준다. 대형화면 속 플라스틱을 섭취하려는 새의 행동 반복, 빙하가 녹고 있는 상황, 섞은 물에 투영된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은 관람자에게 문제의식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20210621145633_awzlcuzp.jpg

 

20210621145645_axeniyvi.jpg

 


두 번째 집은 짓고 부수는 사람의 주택이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건설 산업에 기인하는 만큼 근대기 이후 우리나라의 살림집부터 시작해 연표를 보여준다. 전시장 벽 면에 사용된 표들은 모두 이면지로 제작되어 있는데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전시의 의도에 따른 활용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외에도 도록이나 가벽, 리플렛등을 제작하지 않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포장 용기, 병, 신발, 서랍장, 화장품 통 등 사물의 생애주기 나열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나열을 통해 전시장 이외에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일회용품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10621150511_mbqxcuyo.jpg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집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이다. 미술관 옥상에 세워지는 는 전시일정과 관람객의 유무와 별개로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하는 봄부터 야생벌들이 꽃가루를 모으고 월동 준비를 마치는 초가을까지 설치된다. 벌, 새, 나비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람객의 방문은 제한되며 미술관 마당에 준비된 망원경과 CCTV 화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 시립미술관은 기후위기를 말하려고 했는가?


 

사실 2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기후나 환경문제에 대한 전시는 여러차례 시도되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립미술관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2021년 5월 4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점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 19확산과 국내에서 크고 작은 자연재해 등을 경험하며 문화예술계 또한 문제성을 인식한 듯 싶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 전시에 대해서 “사람과 사람이 만든 사물 그리고 생명체가 공존하는 지구라는 커다란 집의 현실이 어떠한지 직면함으로써 환경을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대중들에게 지구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 전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술관은 단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사회 문제 역시도 전시의 주제가 된다. 특히 미술관에서 기획된 전시의 시각적 역할은 어느 광고보다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로 시, 청각 작품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전달하는데 가장 영향력지닌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번 기후변화 문제는 의미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기후변화문제를 인식시키는 점만 부각되고 상대적으로 대안방안에 대해 모색해 볼 장치가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박현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6044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2.01.22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