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때로는 통증이 처방보다 낫다 - 미쓰백 [영화]

글 입력 2021.06.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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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증은 때때로 어설픈 처방보다 낫다. 이는 가장 즉각적으로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의 동물인 인간은 지금 느낀 이 통증을 다시는 느끼지 않기 위해 방금 전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복기한다. 팔팔 끓고 있는 주전자에 손을 데인 아이가 그제야 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 <미쓰 백>의 가치 또한 이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통증을 선사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그렇게 생각해보면 <미쓰 백>은 자신이 다루는 사회 문제인 아동학대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로 관객을 지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쉬이 받아들이기엔 불편하지만, 마냥 부정하기엔 타당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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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백>에는 여러모로 과한 구석들이 있다. 상아(한지민)와 지은(김시아)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묘사는 시종 질보단 양에, 인물에 대한 탐구보다는 관객을 향한 자극에 골몰한다.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상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은 작중 의도는 영화가 극 중에서 상아가 하는 모든 일탈 행위의 뒷수습을 그녀를 짝사랑하는 강력계 형사 장섭(이희준)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아함을 감추기 어렵다.

 

이 영화 속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대부분 묘사되기보다 먼저 제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득은 상당 부분 관객의 용인에 기대버리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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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쓰 백>의 ‘미쓰 백’은 최근의 한국 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증오로 스스로에게 ‘미쓰 백’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 붙이고, 사회적으로는 살인 미수 전과(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상해한 죄)를 짊어진 낙오자에다가, 육체적으로는 남성의 물리력에 제압당할 수밖에 없는 여성인 그녀는 그 자체로 <미쓰 백>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상아가 그런 존재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존재인 상아가 끝내 한 아이를 구해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최하층이라 할 수 있는 그녀가 지은을 구해낼 수 있게 한 것은 결국 ‘의지’다. 나와 닮은 이 아이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의지. 그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입장이나 환경 같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니 핑계 대지 말라고.

 

당신의 옆 방에서 무고한 아이가 지옥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당신은 최소한 그 아이가 느끼는 고통의 기여자이거나 어쩌면 제공자라고, <미쓰 백>과 ‘미쓰 백’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또한 잡아줌으로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던 그 지옥의 바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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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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