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참혹한 현장을 담은, 체르노빌 1986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긴장하는 심장을 다독이며
글 입력 2021.06.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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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

방사능에 피복되어 쏟아지는, 환자들

그리고 전세계를 위협할 2차 폭발의 일촉즉발 상황

 

더 큰 재앙을 막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생사를 넘어선 위대한 용기를 낸 이들의 진짜 이야기

 

영화 <체르노빌 1986> 시놉시스

 

 

 

내가 말할 수 있는 재난의 수준

오로지 글자로 배우고, 책으로 이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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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임을 밝힌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혹은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이는 1986년 4월 26일, 현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 제4호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에 의한 방사선 누출 사고다. 아주 끔찍한 사건이고 이로 인해 아직도 피해받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배웠다.

 

오래된 사건도 아니고 꽤 최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 탓인지 끔찍한 사건인 것은 인지하나 이 여파가 어떻게까지 미치는지 크게 생각하지 못했고 마음으로 와닿지 못했다. 2011년도 일본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 사건이 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이슈에 둔감했던 고등학교 시절이기도 했고, 당장 내 앞의 불부터 진압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나는 재난의 규모를 글자로 읽고 글자로 이해했다. 그리고 지금 이날까지 원자력 발전소 사건은 더 깊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주제다. 어떻게 보면 무지하다고도 비평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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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큰 재해를 맞이해 본건 태풍정도? 2003년도 전국을 강타했던 태풍 미미와 그리고 2010년 등굣길 근처에 위치한 분식집 간판을 떨군 태풍 곤파스 정도, 체감했던 마지막 재해는 2019년도 회사 테라스의 무거운 화분을 무너트린 태풍 링링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코로나를 겪고 있다.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하나 없이 먼 거리를 오가며 출근하는 나에게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걸리는지 당최 알 수 없는 궁금증이 있지만,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난'이 어떻게 퍼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취급되는지, 또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코로나는 실제 감염되지 않는 이상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스마트 폰을 통해 보고 듣거나, 어딘가 누군가의 지인에게서 듣는다. 그 때문에 공포를 바로 체감하기도 어렵다. 막연한 감염에 대한 공포심으로 대비하기 때문에 쉽게 유혹에 넘어가거나 안일해지는 이도 늘어난다.

 

짧은 식견과 경험으로 일반화를 범하는 실언을 할까 봐 겁이 난다. 그러니까, 보통의 우리는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에게 인명 피해를 끼치는 재난과 거리가 멀다. 그런 피해를 야기하는 자연재해까지는 자주 들어보았으나, 인간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그런 상상도 못 할 위험은 막상 머릿속으로 굴려봐도 엄청난 것임을 인지하나, 실제 그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단적인 사건 예로 이번 6월 9일 광주에서 건물 무너져 발생한 인명 피해 사건이 있다. 총 9명이 사망했으며 중상을 입은 여러 사람이 있다. 그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민들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월호가 있고, 또 대구 지하철 참사와 삼풍 백화점 붕괴가 있다. 유가족이 남아 겪고 있는 슬픔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실제 그들이 겪은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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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는 현장에 있지도 못했고 지역과 연관성도 없으며 뉴스에서만 접한 사건이지만 이것이 엄청난 사건이고 2021년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사건 유가족의 심정이 어떠할지, 사건 현장 당사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남았을지 그리고 남은 사람으로서 경험할 사건의 후유증의 크기는 얼마나 클지, 그들을 구조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지 나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무고한 생명이 세상을 떠난 사람과 하루아침에 가족과 친구를 잃었을 유가족이 얼마나 허망할지,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를 만큼 그 감정을 쉬이 판단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는 것 자체가 실례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건 사고도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방사능에 노출된 우크라이나 사람은 어떨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 노출량은 800TBq(테라베크렐)이며 체르노빌은 5,200TBq(테라베크렐)이라 한다. 체르노빌에 비하면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지역에는 여전히 피해가 남아있다. 올해 4월 일본 정부가 2년 후부터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각국이 규탄하며, G7 선진국인 일본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체르노빌에 대재앙이 터졌을 때는 1986년이고 때는 고르바초프 시대였으며 근현대사에서 배운 냉전 시대였다. 아직 공산국가의 시대였고, 일본과 같은 결정에 타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는 때였다. 해봤자 들어 먹었을지도 미지수다. 그나마 고르바초프 시대였기에 조금은 나아진 대처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은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 '인민'인 시절이었다. 하다못해 군부 시대를 겪은 586 세대도 아닌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는 시대다.

 

 

 

현장감 전달을 최우선으로 삼은 체르노빌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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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 <체르노빌 1986>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다뤘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되, 정말 현실같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사실 선까지만, 윗분들의 결정과 또 일이 왜 이렇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까진 알지 못한다. 주인공인 소방관 알렉스(다닐라 코즐로브스키)가 원자력 누출을 막기 위해 고온의 물로 들어가기 직전 원자력 발전소가 터진 이유에 관해 물어본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발레리(필립 아브디브)는 답한다.

 

 

사람들 때문에요.

어떤 사람들이요?

지금 그게 중요해요?

 

영화 <체르노빌 1986> 중 알렉스와 발레리의 대화

 

 

영화 말고도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 <체르노빌>에서도 드라마틱하지만, 웰메이드로 잘 다뤘다고 한다. (총 5부작, 왓챠 감상 가능) HBO에서 만든 드라마를 좋아해서 보통 찾아서 보는 편인데, 드라마 <체르노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고, 그런 소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번 영화 <체르노빌>도 그냥 보통 재난 영화와 다를 게 없겠지, 싶었다.

 

영화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소방관 알렉스와 미용사 올가의 이야기로 1980년대의 풍경을 감상하며 평화로웠다. 로맨스 영화 아니야? 싶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각자 일터에 출근해 근무하고,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도 하며, 올가의 아들 알렉스는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다. 알렉스는 작은 알렉스를 위해 괜찮은 카메라를 선물한다. 그리고 작은 알렉스는 그 카메라로 원전 사고 첫 폭발의 순간을 담는다. 그전까지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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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1980년대인 것 같은 소품과 분위기, 하다못해 알렉스가 올가의 집으로 사 온 케이크까지 그 시절의 소련은 책으로만 보았지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해 알 수 없지만, 1986년을 고증하기 위해 큰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의 역사를 정확히 모르는 내가 80년대를 느꼈고, 이것이 내가 흔히 보았던 아메리카 대륙의 것이나 혹은 유럽 어딘가의 80년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하게 했다.

 

유럽과 같은 섬세한 감성과, 깔끔한 그 배경 속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배경, 그리고 소방관의 복장 또한 공산주의 국가의 잔재가 남아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공산주의 복장은 다 그런가 보다.) 실제로, 당대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체르노빌 1986> 제작진은 촬영 시작 1년 반 전부터 세트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소품과 의상 수집을 위해 6개월이란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영화 <체르노빌 1986>은 현실적인 결말을 가진다. 행복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공산주의 국가답게 이를 인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은 그대로 피폭당했다. 영화의 주된 프로젝트는 방사능이 녹여진 고온의 오염수에 들어가, 방사성 물질과 맞닿으면 폭발 위험이 있는 냉각수를 빼내어 오염수 증가를 방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오염수로 직접 잠수하고 헤엄쳐 밸브를 풀어내는 것이다. 이론상 간단하지만, 방사능이 얼마나 노출됐는지. 잔해들이 깔려 탁한 물속에서 시야가 얼마나 확보될지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역사적 사실로 팩트 체크를 해보면, 전개는 맞으나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인물들의 동기와 사건의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체르노빌 다이버들이 어떻게 지원하게 됐는지, 또 규모가 어떻게 다른지 이를 비교해보며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유럽 전역이 구제받은 것은 모두 사실이다. 감독 다닐라 코즐로브스키도 이 점을 살리기 위해 소방관 알렉스를 연기하며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카메라 무빙과 세트 구현에 힘을 실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가져온 것


 

실로 피해는 막대했고 그 뒤의 인류가 껴안게 된 불행은 영화에서 모두 확인할 수 없다. 전신이 방사능에 노출돼 다 벗겨져 버린 피부를 한 알렉스는 항상 먼저 잡던 올가의 손으로부터 도망친다. 올가는 이런 알렉스에게 처음으로 먼저 다가간다. 위에 이런 재해가 가져오는 피해 범위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우나, 보는 내내 위가 울렁거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에 조여오는 심장 때문에 불편해지는 속을 감당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피폭당한 이들의 모습이 간간히 <체르노빌 1986>에서 비춘다.

 

영화이고 장르가 재난 영화이니만큼 극장에서 볼 관객들을 염려해 그 수위를 낮춘 건지, 사건의 위기와 긴박한 현장감을 우선으로 두고 피폭당한 피해자들의 모습은 정말 가끔 보여준다. 구글에 검색만 해보아도 보기 힘든 사진들이 바로 뜬다. 이를 고려해 사건 현장의 피해를 알 수 있는 부분만 보여주는 것 같다.

 

35년 전 원전 사고를 겪은 피해자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피폭된 물질을 섭취(피폭된 풀을 뜯어 먹은 소들의 우유를 마시거나 등)하지 않는 이상 크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노출된 사람들은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고통받았다 한다. 당시 사람들이 방사선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는 인물들의 자원으로 인해 위험을 감수하고 지원했지만, 은은히 '당'이 주는 압력이 내비친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알 수 없다. 현재 체르노빌 폭발 당시 발전소 안에서 최하층까지 녹아 흘러나온 물질은 형상이 꼭 코끼리 발 같다 하여 '코끼리 발'로 불리는데, 35년이 지난 지금도 치사량 수준의 방사능을 뿜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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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없는 재난 영화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재난은 이렇게 글을 써 이해시키긴 어렵다. 감독이 직접 연기한 만큼 적당한 완급 조절과 현실적인 주인공의 선택이 꽤 개연성 있고 당시 인민들을 다루던 소련 공화국의 행태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여태 보았던 재난 영화 중 실로 제일 와 닿았던 영화 <체르노빌>은 오는 2021년 6월 30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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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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