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궁궐 덕후 친구와 함께 궁으로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궁궐에 이런 매력이 있었어?
글 입력 2021.06.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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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조금 특별했다. 책을 처음 펼치면 왼쪽 면에 가득 채워진 궁궐 사진과 적당한 여백을 가진 간결한 텍스트가 독자를 맞이한다. 작가만의 솔직한 표현과 감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김서울 작가가 안내하는 호흡에 맞추다 보면 궁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만의 특별한 시선과 재치 있는 화법에 매료되는 것이다. 영화 예고편을 보는 듯 기대감과 함께 '궁궐에 어떤 재밌는 점이 있길래 이런 표현을 썼을까' 궁금함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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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궁궐들


 

처음 소개하는 궁은 궁궐 마스터들에게 사랑받는 창덕궁이다. 조선의 궁하면 떠오르는 요소가 있으며 도심 속 산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볍게 들르기는 잘 안되는 궁이다. 거리적 요소와 함께 특유의 고고함 때문이다.

 

작가는 금천교로 들어서며 창덕궁에 들어설 때의 고유의 느낌을 설명한다. 창덕궁의 고궁 길은 미로 같다고 한다. 경복궁처럼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이 아닌 구불구불하게 들어가는 길과 갈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길로 들어서든 궁의 매력을 잔뜩 느낄 수 있다. 청기와를 얹은 선정전, 낙선재, 홍매화 살구나무 등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고 초심자도 쉽게 발검을 옮길 수 있다. 1980년대까지 왕실 후손들이 사용하며 가장 오랫동안 사람이 사용한 궁이라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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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번화한 거리인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이다.

 

경복궁은 앞서 설명한 창덕궁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길인 반면 경복궁은 육조거리, 광화문 앞대로, 광화문, 강녕전, 교태전까지 모두 일직선으로 자리한다. 집다운 집은 아니었던 듯하다. 조선 왕들도 이런 구조가 불편했는지 창덕궁에 더 많이 머물렀다고 한다.

 

경복궁은 시끄럽고 복잡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궁이다. 임진왜란 때 전소했고, 흥선대원군 시절 다시 증건했다가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던 궁이다. 현재에도 경복궁에 가려면 광화문 거리에서 시위소리와 공사 소리를 들으며 가야 한다.

 

그럼에도 경복궁은 시끄러운 도심 속 쓸쓸한, 한적한 공간이다. 높은 돌담이 번잡한 서울 풍경을 잊게 해주고 오래된 나무와 건물들의 안락함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궁 안쪽까지 걸어보기를 권한다. 자동차의 소음과 바쁜 도시의 있는 서울의 한복판에 이렇게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이 존재한다니,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품고 있는 덕수궁, 물과 꿀이 흐르는 창경궁, 재미있는 풍경을 담고 있는 경희궁이 설명되어 있다. 나머지 궁들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한 손에 쥐고 궁마다 어떤 매력이 있나 직접 찾아보고 느껴보기 바란다.

 

 

 

친구 같은 책


 

궁궐에 가면 많은 돌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지나칠 수 있는 궁궐의 사소한 디테일을 짚어준다.

 

궁궐에는 바닥을 포장하는 박석, 달구경 전망대, 초석, 장식벽과 괴석, 기와, 돌짐승 등 가장 한국적인 돌인 화강암을 활용한 돌 장식들이 많다. 그런 장식들에 대한 배경지식에 작가의 특별한 시선까지 더해지니 가볍고도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특히 대상의 매력적인 부분을 찾아내어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특징을 듣고 있으면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당당하게 핀 앞발, 엉덩이를 내린 채 고개를 틀고 있는 모습과 엉덩이의 털을 보니 반곱슬 장모종이라는 설명에 눈 앞에 해치가 선하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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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그곳에 관해 애정이 있고 잘 아는 사람과 가는 것이 재미있는 법이다.

 

우리 엄마와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면 비하인드 스토리와 모르면 잘 보이지 않았던 특징을 설명해 주셨다. 전시회를 보러 갈 때도 미술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와 가는 편이다. 작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친구의 시선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친구 같은 책이다. 궁궐을 거닐다가 물어보면 옆에서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재치 있게 알려준다. 게다가 김서울 작가는 문화재 덕후이기 때문에 전문성은 물론이고 덕후만의 깊게 팠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눈에 띄는 부분부터 선택해서 읽어도 좋다.

 

해외여행 가기 힘든 요즘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으로 늘 곁에 있어서 진부해졌을 조선의 궁궐을 다시 방문하면서 익숙함 안에서 특별함을 찾는 시선의 즐거움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 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감상법 -
 
 
지은이 : 김서울
 
출판사 : 놀(다산북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95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1년 05월 18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306-3765-5 (03810)

 
김서울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
 
대학에서 전통회화를 전공하고 문화재 지류 보존처리 일을 하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박물관과 유물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역사 성적은 엉망이었지만 유물을 향한 애정은(박물관과 유적 답사 횟수를 기준으로 하면) 남들의 세 배쯤 앞서 있다고 자신하는 문화재 덕후.
 
박물관에서 유물 앞 설명 카드를 읽는 대신 그저 물건을 감상하듯 재미있게 봐주기를 바라며 쓴 《유물즈》(2016)를 시작으로 《뮤지엄 서울》(2020) 등 박물관과 유물·유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서울의 대표 유적인 고궁 역시 '조선왕조 500년'은 잠시 잊고 뒤뜰을 산책하듯 가볍게 거닐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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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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