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사랑 [영화]

영화 '내 사랑(My Love)'
글 입력 2021.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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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but I’m not that old

어리지는 않지만, 어른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Young, but I’m not that bold

젊지만, 그렇게 대담하지도 않아

 

- Onerepublic, 'Counting Stars'

 

 

10대 때의 필자는 Taylor Swift의 ‘22’를 들으며 ‘스물 두 살의 나는 이십 대 초반의 젊음을 만끽하며 싱그럽게 살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필자는 젊음의 싱그러움만을 마음껏 만끽하기 보다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와 어른 사이의 ‘애매함’의 지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십 대를 모두 지나고 이제 어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연륜, 경험’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이든지 해 보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젊은 나이임은 확실하다, 스물 둘은. 그렇다고 또 용감하게 어떤 일에 뛰어들고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이십 대 초반은 그리 대담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필자는 필자의 ‘취미’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이 ‘애매함’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이 바로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에 흠뻑 젖게 되고 마치 필자가 그 영화 속에서 모든 일을 다 겪는 듯한 감정의 파도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 '필자가 경험해 보지 않은 감정들'을 겪어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오피니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내 사랑(My Love)’ 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통하여 필자가 이전에 보았던 다른 영화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결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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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모드’는 심각한 관절염을 앓고 있다. 숙모에게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아이’로 취급을 받고, 그런 모드에게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이는 모드가 그리는 ‘그림’밖에 없는 듯하다.

 

남주인공 ‘에버렛’은 보육원에서 혼자 자라며 평생을 자기 자신만 보고 살아온 사람이다. 사실, 자기 자신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그런 에버렛은 자신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에 자신의 집을 케어해 줄 가정부를 구인한다.

 

그 가정부에 모드가 지원하게 되고, 둘은 에버렛의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함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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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는 자신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가장 자유로이 풀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에버렛의 집에 모드는 꽃을 한 송이, 두 송이 그리기 시작한다. 새들도, 풀들도. 푸석푸석해 보이던 탁한 갈색 선반은 민트색 페인트로 칠해지고 벌레, 모래, 먼지 등 모든 손님을 다 맞아 주던 현관문에는 튼튼한 방충망이 설치된다. 그렇게 에버렛의 집은 점차 모드의 흔적으로 채워져 간다.

 

에버렛은 모드를 만나기 전까지, 평생을 혼자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은 서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르고, 상대방이 상처 받지 않도록 돌려서 말하는 방법 또한 아예 모른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정말 여러 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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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도 진정한 행복을, 사랑을 모디가 느낄 수 있는 것인지 크나큰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모디가 숨을 거두기 직전 에버렛에게 건넨 마지막 그 한 마디가, 모디는 에버렛에게 그 동안 더할 나위 없이 충분히 사랑 받았음을 알려 주었다.

 

“I was loved, Eve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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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렛이 모디에게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상처를 주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모디에게 자신의 발을 내어 준 사람, 모디가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자신의 집을 내어 준 사람, 모디에게 ‘사랑’을 준 사람 모두 에버렛이었다.

 

모디에게 에버렛이란, 그녀를 위하여 사랑의 마음으로 무언가를 베푼 '첫 사람, 첫사랑'인 것이다.

 

에버렛에게 모디란 어떨까. 평생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없던 에버렛의 울타리 안으로 불쑥 들어온 첫 사람이 모디이다. 에버렛에게 사랑의 온기란 어떤 것인지, 사람의 온기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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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에게 처음이었고, 첫 ‘사람’ 이었고, 첫’사랑’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 각색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한 그들이, 그리고 우리들이 빚어 내는 사랑이란 실로 다양하며 그 수를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씩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의 잣대를 다른 이들의 사랑에 대어 보고, 우리들만의 잣대에 맞지 않는 사랑처럼 생겼으면 ‘그것이 진짜 사랑이 맞는지’ 의심을 종종 하곤 한다.

 

피상적인 차원의 다름만 보고서는 본질적인 차원의 다름을 의심하는 것이다. 에버렛과 모디가 감정적으로 격해졌을 때, 에버렛의 말하는 방식은 분명 옳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렛과 모디는 분명 서로에게 둘도 없는 베푸는 사랑을 주는, ‘서로의 첫사랑, 첫 사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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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모디의 그림들, 모디의 흔적들로 꼭꼭 채워진 에버렛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난 모디를 그리워하며 허공을 바라보는 에버렛의 눈빛으로부터, 필자는 필자의 잣대로 사랑을 재단해 보려는 어리석은 시선을 거둬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서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다른 결을 지닌 사랑 또한,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이 영화의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들이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서로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장면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고요히 나오는데, 필자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사랑’다운’ 사랑이 있는 것일까. “그건 사랑하는 것이 아니지.” 라는 말은, 우리가 쉬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일까. 사랑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 ‘내 사랑(My Love)’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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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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