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글 입력 2021.06.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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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_표지.jpg

 

 

개인적으로 좋아하라 하는 해태가 그려진 표지에 빛을 비추면 무지개가 보인다.

 

마치 궁에 들어가서 보이는 넓은 광장에 내리쬐는 햇빛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개인적으로 궁을 그리 좋아하지도, 그리 싫어하지도 않는 터라 궁 이야기를 더욱 듣고 싶었다. 50 대 50인 내 마음을 51 대 49로 바꿔주길 기대하면서.

 

*

 

책의 저자 김서울은 역사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유물을 향한 애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넘치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소개한다.

 

내가 무언가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사회의 판단에 굴하지 않고 내뱉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책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내보일 자격을 갖춘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1장, 서울에 무슨 무슨 궁이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믿었던 나의 오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고 작은 궁을 모두 합쳐서 총 5개. 내가 가본 궁이 경복궁과 창덕궁 2개뿐이니 앞으로 3개는 더 가봐야 한다. 매번 서울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갈 곳이 없다며 투덜거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저자의 눈을 따라 궁으로의 간접 여행을 떠났다.

 

인상적이었던 궁은 덕수궁이었는데, 덕수궁이 이렇게 세련된 궁인 줄은 미처 몰랐다. 덕수궁 하면 덕수궁 돌담길만 떠올라서, 연인들의 눈물이 가득한 공간인 줄로만 알았는데... 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을 왜 난 궁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덕수궁은 중첩의 공간이라는 문장이 참 좋았다. 시대와 양식이 중첩되어 있는 공간. 나라 중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걸쳐있는 터키를 좋아하는 나는 두 가지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전통 건축물인 즉조당과 석어당, 고종 대에 새로 수리한 중명전과 대한문, 그리고 다른 궁에서는 볼 수 없는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 등이 동시에 자리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기처럼 덕수궁 역시 여러 시간이 혼재되고 중첩된 궁으로 남게 된 것이다. (p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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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봐도 확연히 상이한 두 건축 양식의 조화가 무척 재미있다. 아무래도 조만간, 덕수궁에 가봐야겠다.

 

*

 

이밖에도 저자는 궁의 돌, 나무, 그리고 물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궁을 건축하는데 주로 사용되었던 것이 돌과 나무였다는 점에서 궁은 감히 돌과 나무의 공간이다.

 

그곳에 장식되어 있는 동물 석상. 때때로 우리나라의 동물 석상들은 왜 이리 정적인 동작만을 고집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고것의 범인이 바로 화강암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그 시절 석공들이 단단한 화강암을 이리저리 조각하여 아기자기한 동물상을 만들었을 모습이 귀엽다 말하는 저자가 빙긋 지었을 미소를 떠올려보았다.

 

단청 또한 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인데, 나무를 본따 색을 입혔다는 점에서 궁 자체가 한 그루의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청색을 뽐내듯 사용하고 있는 양상에서는 왕실의 부가 실로 어마어마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제목처럼 꽤나 사적인 책이었다. 단순히 궁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궁을 거닐며 좋았던 부분들을 기가 막히게 캐치하여 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나만 알기엔 퍽 아쉬운 궁의 매력을 자랑하듯 늘어놓는 수다같았다. 도대체 궁이 어떤 곳이길래 이리도 매력적인 것이야!

 

아무래도 내 마음은 이제 51 대 49, 아니 이제 거의 궁을 좋아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궁을 방문해야지. 궁을 방문해야만 할 것 같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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