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시대 청년예술가들과의 대화 [도서]

책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을 추천하며
글 입력 2021.05.3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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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을 살펴보다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바로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이다. 평소 예술인들 특히 청년예술인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생생하고도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들의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구입했다.


먼저 이 책은 YAP라는 단체에 의해 발간되었다. YAP는 Young Artist Power의 줄임말로, 서양화, 동양화, 조각, 사진, 설치, 퍼포먼스 등 순수예술을 하는 청년 예술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다. 창작활동을 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뭉친 이들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39명의 청년 예술인들은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부터 예술에 대한 가치관, 예술가로서의 고충과 같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청년 예술인들의 내막을 알게 되며, 책 제목처럼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은 작품이 아닌 예술가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예술가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느낀 몇 가지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유


 

 

“작업을 할 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때로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p.31 권태훈 작가

 

“내겐 그림이 의식주 중에 하나라는 느낌이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p.54 김민지 작가

 

“합의된 사회의 체계 속에 살고 있지만, 때로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그런 합의화의 톱니바퀴 속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환기시킬 수 있는 그런 작업, 그런 행위들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p.111 김한기 작가

 


이들이 예술을 업으로 삼는 이유는 다양하다. 개인적인 이유, 사회적인 이유, 환경적인 이유 등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예술임을 느껴 필연적으로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예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 반해 예술가로 남아있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들을 하나로 딱 정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삶의 과정에 예술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력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여러 번 차분히 곱씹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시작으로 피나는 노력과 고찰을 더한다면 예술가가 탄생되는 것이라 짐작해 본다.

 

 

 

2.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내 마음의 형태를 그리는 일이니, 굳이 분류하자면 추상인데, 내겐 내 마음 안에 명확하게 보이는 형태를 그리는 작업이다.” -p.41 김도훈 작가

 

“거미줄과 미로처럼 막 얽혀있는 모습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한번 한지를 구겨보았다. 구겨지는 대로의 우연성이 밑그림이다.” -p.223 정민희 작가

 

“내 작품은 내면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사물을 변형시킨다. 반인반수의 형상, 달팽이나 버섯사람, 신체의 병리적 표현들은 이 사회가 야기한 기형적인 결과물로서의 병폐적인 시선에 대한 내 나름의 소심한 저항이다.” -p.244 제소정 작가

 

 

누군가는 추상적인 표현이나 단순한 형태를 보면 “이 그림,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나도 화가 하겠는데?”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를 무책임한 감상평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을 시도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느껴진다. 책을 통해 예술가들의 고찰과 노력을 살펴봤기에 더욱 이러한 발언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가 지나치는 여러 감정, 생각, 이슈 등 찰나의 순간을 주제로 잡는 것부터 이를 작가만의 스타일을 녹여 표현해내는 과정까지 엄청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체감된다. 예술을 더 잘 해내기 위해 철학, 종교 등 학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작가, 식견을 넓히고자 큰 빚을 내 유학을 떠나는 작가, 자신만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개인적 고찰을 멈추지 않는 작가 등 피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3. 관객과 예술가


 

 

“관객들이 전시된 작품을 통해 예술적 경험을 나와 공유하며 소통할 때, 그로부터 전해지는 행복감은 내가 꾸준히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p.180 이유치 작가

 

“시장성을 너무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작가로서 고집하는 최소한의 것들이 있지만, 때론 그것마저 타협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참 어려운 부분 같다.” -p.204 임정은 작가

 

“종종 작가라는 직업의 좋은 점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작품이 관람자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뜻밖’과 ‘예상 밖’의 일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p.231 정여은 작가

 

 

많은 예술가는 적극적으로 감상자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고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반응과 피드백은 자신의 예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며, 새로운 시각 또는 영감을 갖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많은 예술가들은 감상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기를 바란다. 감상자가 있기에 예술가도 존재한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또 과도하게 대중에 치우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대중성을 따르다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잃고 작가들 간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감상자의 입장으로만 예술을 대해왔다면, 이 책을 읽은 이후부터는 예술가의 입장도 한번 고려해볼 수 있는 더 넓은 시각으로 예술을 대할 수 있을 것만 같다.

 

 

 

4. 예술가로 살아남기


 

 

“화가라는 직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아직까지 직업이라는 느낌이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처럼 다른 일을 가지면서 작업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p.62 김수진 작가

 

“영월 출신 조각가는 없다. 이유는, 조각을 하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데가 없으니 애초에 그 꿈 자체를 꾸질 않은 거다. 뭔가를 계속 봐 왔어야 꿈도 꾸는 것 아니겠나.” -p.143 빅터 조 작가

 

“요즘에는 대학교에서도 취업률 보고 취업 잘 되는 과를 살리니까, 회화과도 없어지는 추세이다 보니, 공예과는 더더욱…. 한국에서는 그런 걸 트렌드와 연관지어 판단하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나중에는 다시 되돌아보게 될 전통을 함부로 없애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p.160 오제언 작가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그중에서도 외부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타격이 큰 듯 느껴진다. 빅터 조 작가처럼 작은 도시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은 예술을 학습할 기회가 많지 않다. 어떻게든 더 큰 도시로 나와야하는데 이 역시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밖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학과가 통폐합되어 자신의 터전이 사라지고, 졸업 후 작업실 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경제적 문제로 겸업과 전업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예술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예술가라는 직업이 직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생각해본다.

 


 

5. 그럼에도 전진하는 이들


 

 

“그림을 그리면 내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내 자신이 그림 속에 투영되기에, 애기 낳고서 더 열심히 그리고 전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83 김주희 작가

 

“뭔가 캄캄한 터널을 혼자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더욱 작품으로 나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그 안에서 위로와 위안을 느끼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다.” -p.45. 김동욱 작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도 있으니, 소신을 가지고 한 분야에서 열심히 정진한다면, 분명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p.268 천윤화 작가

 

 

어려운 상황 속 예술가들은 활동을 이어가며 수많은 좌절을 경험하지만, 또 예술로부터 치유를 받는다고 한다.

 

정말 예술과 인연을 끊고 싶지만 자기도 왜 못 놓는지 모르겠다는 한 작가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야 말로 애증의 관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밉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예술가는 어떤 심정으로 예술을 대하는지 상상해본다.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들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저 묵묵히 지지하고, 이들의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고, 행복하게 이들의 예술을 향유할 것이다. 아마 이러한 나의 활동이 이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예술가로서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게끔 이들의 예술에 무한한 관심을 둘 것임을 다짐한다.


*


39명의 청년 예술가와의 대화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면을 알게 했다. 하나의 작품이 내 눈앞에 오기까지 한 사람의 무수한 고뇌와 번민이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예술계의 현실까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책과 함께 보내준 YAP 작가들의 작품집을 보며 이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느껴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가들의 현실에, 작품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할 것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청년예술가들이 어쩔 수 없이 예술을 관두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많은 대중들을 일깨우고 감동시킬 작품들이 더 이상 묻히지 않도록 지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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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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