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냄새의 심리학 [도서]

글 입력 2021.05.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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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책의 구절 중에 ‘역겨움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생명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란다. 불에 타는 냄새나 상한 음식 냄새를 맡으면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한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그 책이 떠올랐다. 이질적인 냄새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 일이 잦았던 걸 보면 상당히 신빙성 있다.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더러 있었다. 내가 유달리 냄새에 민감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그 냄새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고 싶어서다.

 

 

 

후각; 제1감



최근에 향수를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여기저기서 흔하게 맡을 수 있는 향보다는 남에게서 맡아 본 적이 거의 없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향을 좋아한다. 그런 향수를 주로 모은다. 지금 내 수납장에는 무난하고 시원한 스킨 향, 사우나를 떠오르게 하는 강렬한 우드향, 진한 인상을 심어주는 무겁고 달곰한 향까지 총 3개의 향수가 있다. 그 날 내가 옷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향수들이다.

 

 

인간관계에 유독 능숙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복잡다단한 사회 안에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잘 풀어 나가는데, 이러한 능력이 코, 바로 후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거나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사교적인 사람들이 냄새에 더 민감하다. 2016년에 발표된 중국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친구나 지인이 많은 사람,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망이 넓은 사람들은 미약한 냄새까지 더 잘 맡아 냈다. 즉 후각 능력이 더 좋았다. 이처럼 월등한 후각 능력을 갖춘 사교적인 사람들의 뇌를 살펴보니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와 사회적 뇌인 중간 전두엽 간의 연결이 특히 좋았다. 둘 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 35쪽, ‘제1장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중에서

 


향수가 그 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완성하는 마무리 단계라는 말을 하면 간혹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옷으로 표현되는 이미지는 뚜렷한 시각적 자료로 나타나지만, 후각으로 표현되는 것은 두루뭉술하다는 인식에서 태어난 괴리감 탓이다.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다. 냄새와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알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출발점이 다르다.


 

우리가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 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둘째, 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다. 냄새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이미지나 소리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 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자들도 인간이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 전달 역시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 81쪽, ‘제3장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중에서

 


냄새에 몹시 예민한 사람은 사람뿐 아니라 계절의 냄새도 맡는다. 내 경우에는 여름과 겨울의 냄새가 뚜렷하다. 계절의 냄새를 맡지 못한 사람도 냄새로 계절을 떠올릴 수 있다. 군고구마 굽는 냄새. 따뜻한 유자차 냄새. 매콤한 라면 냄새. 글로써 적힌 이 냄새를 읽은 누군가의 코는 지금껏 맡아 왔던 냄새의 정보를 뇌로 보내고, 뇌는 그 냄새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꿔 ‘회상’이라는 결과물을 출력한다. 지금 당신의 머리에는 추운 겨울이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눈의 감촉이나 살을 아리는 칼바람 보다는 이런 냄새에 대한 묘사가 그 계절을 더 실감 나게 재현한다. 냄새가 주는 정보의 총량이 그만큼 많아서다. 이런 현실에도 우리는 냄새를 등한시했다.


이미지, 첫인상이 한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좋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정말 예쁘고 잘 꾸민 사람을 봐도 악취가 풍기면 호감도가 바닥까지 떨어진다. 후줄근하게 입었어도 좋은 냄새가 난다면 반대로 호감도가 올라간다. 이런 냄새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성으로서 잘 보이고 싶은 상대와 만날 때는 관능적이거나 세련된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수를 쓴다. 신뢰가 가는 인상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적인 인상을 주는 어른의 스킨 냄새가 나는 향수를 쓴다. 별걸 다 신경 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방식이 꽤 잘 먹힌다. 냄새가 인간관계의 성공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냄새; 이미지의 마무리



예전에는 향수를 뿌리는 사람을 상당히 싫어했다. 좋은 냄새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강하면 머리만 아팠다. 그때의 나와 마주할 수 있다면 네가 냄새를 잘 모르고, 저 사람도 냄새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조금 더 빨리 향수를 가까이하고 싶어서다. 이런 경험을 해 본 모든 사람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의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머리가 아프다거나 불쾌하다면, 그건 그 사람이 질이 떨어지는 향수를 뿌렸거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이나 적절한 양을 몰랐거나, 그 향이 당신의 후각에 새겨진 호감의 향과 다르기 때문이지 결코 향수 자체가 잘못돼서는 아니다. 냄새를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오류는 인간관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많다. 일로든 사적으로든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고, 어디서 맡아 본 적 없는 새로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다. 그 냄새가 좋았을 때는 좋은 기억으로 남고, 반대로 좋지 못한 냄새였을 때는 썩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 사람 중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외모지만,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그 사람의 냄새였다. 제일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제일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말이다. 그 사람뿐 아니라 그와 같던 곳에서 나던 냄새, 먹었던 것의 냄새 등 다양한 냄새로 그 사람에 대한 것들을 기억한다.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상대방이 내가 무척 싫어하는 사람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런 상황은 잘 없다. 대게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게 훗날의 나에게 득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냄새를 잘 알아야 한다.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나의 외모와 행동거지와 더불어 냄새가 그 첫인상을 형성한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도 몸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토록 냄새가 중요하다. 단순히 좋은 냄새를 풍겨야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냄새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어떻게 그 냄새를 활용해야 효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냄새만으로는 부족한 게 맞다. 냄새가 없어도 부족하다.

 

 

20210507_냄새의 심리학_입체(대).jpg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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