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유로움이 죄스러운 당신에게 - 노력의 기쁨과 슬픔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그 결과 망가졌다.
글 입력 2021.05.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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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배웠을 노력의 중요성을 나 또한 지겹도록 배웠고 또 최선을 다해 실천해왔다. 그 결과 나는 망가졌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그에 비해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에게도 누구나 가열하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그에 반해 식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쉬는 방법을 몰랐고 쉬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몇 주간 준비한 시험이 끝나 여유로운 기간이 찾아오면 그 여유로움이 죄스럽게 다가왔다.

 

그 결과로 괜찮은 성적이 쌓여갔지만 내 안의 피로 역시 누적되어갔다. 그리고 작년 죄책감이 나를 삼켜버렸다.

 

대학교 마지막 학년, 진로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하루가 숨 가빴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점심, 저녁 시간을 빼고 어두운 독서실에 앉아서 ‘노력’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저 ‘나’라는 사람의 부족을 원망하게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면 내가 너무 작아졌고, 이 길이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이 맞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그저 안정된 직장을 잡기 위해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 망설이게 되었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만들었고 누구보다 뜨겁게 노력하던 방법을 알던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노력을 다시 해야 한다는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밤을 설쳤다. 그런 시간이 거듭되면서 나는 조금씩 부서져갔다.


다행히 나는 긴 고민 끝에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향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그와 중에 ‘노력의 기쁨과 슬픔’을 소개받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몇 번이나 읽었던 자기 계발서와 달리 노력을 덜어내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또, 아직 쉬는 방법에 미숙하기에 어떤 방법으로 올바르게 쉴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힘들었던 작년을 떠올려야 한다는 두려움과 또 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설렘으로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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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의 시작,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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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우리는 망설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다.’라고 소개한다. 보통 우리는 길을 잃을까 망설인다고 생각하지만, 이 인과관계를 뒤바꾼 설명에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망설이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성공한다는 뜻인가? 그러나 책은 조금은 다른 설명을 한다.

 

책은 의심으로 시작된 망설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최악의 경우로 적어도 무작위로 선택하여 나아가는 것보다 못한 결과라고 소개한다.

 

좀 더 쉽게 이해하자면 리포트 과제로 비유를 들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 내려가고 싶어서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혹은 첫 문장만 반복적으로 수정한다면 결코 글을 완성할 수 없다.

 

하지만 수정 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면 글의 퀄리티가 어찌 되었든 결론을 맺을 수 있다. 물론 후자도 훌륭한 글쓰기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완성하지 못한 글보다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책에서는 우선 망설임 없이 시작하기를 강조한다.

 

적절한 수준의 고민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고민은 의심과 두려움으로 귀결된다. 나 역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어떻게 보면 신중한, 다르게 보면 소심한 사람이었기에 이를 충분히 경험해 보았다. 고민의 과정은 필수적이나 고민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속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어쨌든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막연히 시간이 내려주는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최악의 선택이다.

 

 

 

우선 멈춰라, 그리고 시선을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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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심사숙고’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숙고한다’는 흔히 개인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숙고하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가 두 배로 불어난다고 말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망설임에 의한 고민이 거듭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비결은 머리가 아닌 몸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일단 목표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멀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볼 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는 ‘시험을 잘 봐야만 한다.’라는 목표로부터 자신을 조금 멀어지게 하기 위한 시도이다.

 

사실 대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는 목표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결국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여러 번의 시험 기간을 겪고 다수의 자격증 시험 그리고 면접을 경험하게 되면서 목표에서 눈을 돌린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개인마다 목표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떤 준비 과정을 겪었든 간에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으며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했다. 한 달 동안 꾸준히 공부했든지, 이틀 동안 벼락 치기를 공부했든지 내 준비 과정을 믿는 연습을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꾸준함을 유지하되 과도하지 않도록 유의했으며 최후의 순간에는 준비의 과정을 믿고 목표에서 시선을 돌렸다.

 

작년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도함의 조절하지 못하여 결국 목표에 집착하게 되었고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노력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목표에서 한 걸음 멀어지는 방법을 내가 이미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목표에서 물러나 시선을 돌리는 것 역시 꾸준한 연습과 지속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몇 번이고 긴장할 것이고 목표를 더 의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잘할 수 없듯이 멀어지는 법 또한 낯설지 않을 때까지 연습해보자. 그 후에는 그 어떤 순간이라도 ‘익숙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버티기의 원동력,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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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단아커뮤니케이션

 

 

고민을 끝내고 시작했다면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책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을 정도로 즐겨야 한다고 소개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즐기는 놈 있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중학생 때 이 문장을 보고는 과연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던 친구는 누가 봐도 공부를 즐겼다. 당시에 그 친구가 신기하기도 했고 정말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좋아하던 수학이나 윤리 과목을 공부할 때 어느덧 몇 시간씩 지나버렸기에 놀랐었다. 또, 대학교에 입학하여 영미문학과 교육학을 공부할 때는 시간의 흐름을 잊을 뿐만 아니라 공부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지독하다고 할 만큼 규칙적인 공부 패턴을 지킬 수 있었다.

 

Flow Theory

책의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교육학 때 배웠던 Flow Theory (몰입 이론)이 떠올랐다. 헝가리계 미국인인 교육학자가 제시한 몰입 이론은 시간을 잊을 만큼 강력한 몰입을 경험할 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이전 단계인 지루함과 무관심 단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즐거움’과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펼친다.


먼저 몰입을 위해 즐거워야 한다는 점은 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몰입 이론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즐거움을 준다고 제시한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해당 이론을 배웠기 때문에 교사가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약간 어려운 정도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해당 이론의 공부를 마무리 지었었다. 이를 학생의 관점으로 돌려본다면 자신에게 적정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학생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몰입을 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율성이 익숙한 사람에게만 이 이론이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적은 시간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고 싶어 해서 누군가가 확실한 가이드를 제시해 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신입생 때 아무런 자습서도 없이 혼자 두꺼운 원서를 읽고 자율적인 공부를 처음으로 해야 했을 때는 그런 자율성이 정말 불편했다. 족보를 원했고, 선배들에게 꿀팁을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점점 그런 자율성이 당연해지고 온전히 ‘나’는 어떤 공부 패턴을 갖고 있는가 집중하게 되었을 때 공부 과정에 확신을 갖고 나름 시험 기간을 즐겨봤던 것 같다.

 

버티기 위해 즐겨야 한다는 말은 흔히 들어봤지만 많은 사람들은 ‘즐거움’의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결코 잘 즐긴다고 말할 수 없다. 아마 쉽게 즐길 수 있는 것과 결코 즐길 수 없는 것이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왜 난 즐길 수 없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말자. 그저 몰입을 성공한 순간에 자신을 칭찬해 주고 다음의 몰입 순간을 기대해보자. 그런 순간이 이어지면서 진정한 ‘즐거움’을 깨닫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그 어떤 순간이라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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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나가는 글을 읽으면서 그 어떤 순간이라도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자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듯이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너무나 엄격하다. 하지만 그 엄격함이 자신을 쉽게 미워하게 만들기에 우리는 노력을 해도 목표와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먼저 자신의 속도를 받아들이자. 뛸 수 있을 때는 뛰고 걷고 싶다면 걷자. 왜 매 순간 달릴 수 없냐고 나무라지 말고 매 순간이 유의미함을 기억하자. <노력의 기쁨과 슬픔>에서 제시하듯이 망설이지 않기 위해, 목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또 오로지 즐겁기 위해 우선 그 어떤 순간의 자신을 받아들이자.


왜 자신은 더 잘할 수 없는가 고민하던 이전의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열정이 아닌 조금은 냉정하게도 느껴지는 차분함의 방법을 제시하며 어깨에 힘을 빼라고 말해준다. 어쩌면 여유로움이 죄스러운 당신은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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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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