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이한 죽음들 가운데 생을 말하다 - 죽음의 춤 [도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러니한 그림책, '죽음의 춤'을 읽고 나서
글 입력 2021.04.29 13: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을 들어가며


  

아주 오랫동안 그림책의 질감을 잊고 살았다. 어린 시절 그림책을 펴 본 기억이 흐릿해질 정도였으니. 그러다 그림책 ‘죽음의 춤’을 만났다.

 

책 제목부터 ‘죽음의 춤’이라니, 왠지 묘한 느낌에 선택했다. 죽음은 그 자체로 움직임을 멈춘 상태의 정적인 느낌을 나타내고, 춤은 동적인 움직임을 뜻하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맞붙어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아이러니함은 잊을 수 없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책 실물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

 


죽음의 춤2.jpg

 

 

세로보다 가로가 훨씬 긴 것이 내가 알던 책의 외형과는 조금 달랐다. 그 탓에 조금 어색하게 책장을 넘겨야 했다. 그러나 바로 적응했다. 덧붙여, 그림책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하드커버에, 파스텔 색감이 묻어나는 표지는 그림책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하나 더, 커버 표지가 참으로 직관적이다. 책의 제목 '죽음의 춤'에 맞게, 사람 형체의 그림자 일곱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다. 그림자이기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 기분 좋고 활기찬 춤을 추고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들의 각기 다른 움직임, 무엇보다 양쪽 맨 끝 두 사람의 사방으로 꺾인 팔과 다리를 보면 그렇다. 흥이 날 때로 제대로 난 움직임이다.

 

대신, ‘죽음의 춤’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그들의 서사가 궁금해졌다. 죽음의 춤이란 어떤 걸까, 죽은 사람들이 추는 춤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왜 춤을 추는 걸까, 이런 몽상 가득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 모든 궁금증을 안고, 본격적으로 그림책 <죽음의 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책을 펼치며 - 죽음의 춤,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책의 저자 세실리아 루이스는 <죽음의 춤>에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말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그림책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 부분이 제일 궁금했다. 그러나 읽고 보면, 마냥 무거운 느낌보다는 되려 씁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받는다. 이유는 '그냥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책 <죽음의 춤>에는 영어 부제가 존재한다.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EXTRAORDINARY

1. 기이한, 놀라운

2. 보기 드문, 비범한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번역하면, 기이한 죽음들에 관한 책을 말한다. 그냥 죽음이 아니라 '평범치 않은', '기이한' 죽음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이것이 죽음을 다루고 있는 그림책이 마냥 심오하고 무겁게 읽히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누군가의 죽음 앞에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가끔은 어이없는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책의 뒷면에서는 해당 본문이 다루고 있는 내용의 핵심을 귀띔해 준다.

 

 

《죽음의 춤》에는 철학자, 장군, 왕, 예술가, 평범한 사람들의 때로는 서글프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마지막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

 

 

사람 이름, 도시 이름이 생소해서 그렇지, 내용은 그림책답게 간결했다. 그래서인지 머문 자리에서 짧은 호흡으로 단숨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핵심은 죽음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그게 다이다. 모든 죽음은 아주 짧게는 한 문장으로, 길어도 세 문장으로 끝이 난다. 한 문장에서는 '어떻게' 죽었는지를, 나머지 문장에서는 죽음 직전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를 나타낸다.

 

요컨대 이런 죽음의 순간들이 있다. 연설 후 관중이 환호하며 던진 옷에 깔려 숨진 드라콘, 자동차 문에 낀 머플러에 졸린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 죽음을 노래하던 중 심장마비가 와서 무대에서 세상을 떠난 바리톤 성악가, 무언가에 홀린 듯 잠도 안 자고 몇 날 며칠 춤만 추다 죽은 사람들 등등. 처음에는 누가 더 어이없게 죽는가 겨루는 듯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애잔한 마음이 차올랐다. 모든 죽음 중에서 '가장' 안타깝고 황당했던 순간 '하나'를 뽑아보라 해도 뽑을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어떤 기상천외한 사연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황당함, 씁쓸함, 애잔함, 서글픔의 감정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춤.jpg

 

 

 

책을 덮으며 - 죽음을 보고, 생을 말하다



설마, 정말 이것 때문에 죽는다고?

 

모든 죽음의 순간마다 떠오른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 정도로 마지막 순간들은 대개 드라마틱 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기이한 죽음'이라는 주제에 맞게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과 이야기겠지 넘겨짚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그 안에 담긴 모든 죽음의 순간들이 실존한 인물에 관한 일이었음 알게 된 순간부터 더 이상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없었다. 정말 '설마' 했던 죽음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책의 첫 장에서는 화살을 피하 다니는 동물의 그림과 함께 이렇게 말한다.

 

 

KakaoTalk_20210429_004358420.jpg
'죽음의 춤' 본문 中

 

 

책은 탄생과 죽음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그래서 참 아이러니하다. 이 책을 처음 펼칠 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고 덮는 순간까지 그 '아이러니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분명히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생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죽음은 생과 함께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늘 함께해 왔다. 죽음이 있기 직전까지도 삶이 있었고, 삶을 살다 보면 죽음이 끝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종종 죽음의 존재를 잊고 산다.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오기 때문에, 늘 거리를 가까이하고 생각하기 분명히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누군가는 음식을 먹다, 노래를 하다, 춤을 추다 그렇게 모두 나름대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어가다 '예기치 못한 순간'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생각해 보면, 죽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생에 힘을 다할 수 있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인생 될 때로 되라지, 난 생을 살아가겠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끝내 화살에 맞고 최후를 맞이한 동물의 그림과 함께 이렇게 말한다.

 

 

KakaoTalk_20210429_004358420_01.jpg
'죽음의 춤' 본문 中

 

 

죽음이란, '벌거벗고 서서 바람을 맞이하고 태양에 녹아드는 것'이라 말한다. 전혀 처연하지도, 쓸쓸하지도, 차갑지도 않다. 문장에 쓰인 단어, '서 있다' '맞이하다' '녹아들다' 가 주는 느낌이 그렇다.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책을 덮으며, 나의 마지막 순간은 어떨까 상상해 봤다. 바라건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왜 살았는가 그 이유 정도는 스스로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힘주고 산 인생에서 벗어나, 비로소 진정한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누구보다 자유롭게.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에디터.jpg

 

 

[신송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