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의 춤, 샛길로 걸어가는 법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글 입력 2021.04.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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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춤_표지.jpg

 

 

그림책이다. 신비로운 동화책 같은 그림은 죽음을 다룬다.

 

저자 세실리아 루이스의 어른들을 위한 두 번째 그림책이라 한다. 호기심에 첫 번째 그림책을 찾아보니 그 책 또한 따뜻한 그림에 그렇지 못한 슬픈 이야기를 담은 <기억의 틈>이라는 도서다. 도서 <기억의 틈>은 인간의 기억 속 내면의 낮은 곳을 살펴봤다면, 두 번째인 <죽음의 춤>은 가는데 순서가 없다는 것을 상세히 알려준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예측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 컷의 그림과 짤막한 글과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실제 다뤄지는 죽음으로 기원전 7세기부터 2011년까지의 죽음에 대해 간결히 서술한다.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로 사냥꾼에게 사냥당하는 사슴의 죽음도 다룬다.

 

간간이 알고 있는 인물이 나올 때면 반가웠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심취했던 미드 '바이킹스'에 나온 시구르트(각색되어 다른 죽음을 맞이했지만) 에 대한 죽음과 역사 시간에 배웠던 보스턴 당밀 대홍수 사건 등, 살인 코끼리 메리에 다룬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죽음의 춤>이 소개한 인물들은 대부분 모르는 인물로 나는 단편적인 역사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알고 있는 인물들이 많다면 그것 나름대로 예전 지식을 헤집어 꺼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냥꾼의 화살을 피해 도망가는 사슴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화살을 피한 사슴은 멀리 뛰어간다. 사냥꾼은 쫓아가지도 못한다.
 

 

나는 탄생도 보았고 죽음도 보았는데 그 둘이 다른 줄만 알았다. - T.S. 엘리엇
 

 

80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인데, 절반 이상이 삽화라 20분도 안 돼서 정독이 가능하다. 천천히 페이지마다 있는 일러스트를 감상한다면 30~40분 정도 되지 않을까?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도 적게 읽지도 않은 일반인으로, 이런 종류의 책은 생소했고 특이했다. 그래서 읽게 된 이유도 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니,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같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은 총 28개의 죽음을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생각해보지도 못한 엉뚱한 죽음도 있어 흥미롭다. 독수리가 지상 위의 대머리를 보고 바위로 착각해 거북이 등껍질을 깨기 위하여 그 위로 떨어트렸다 하지 않나(아이스퀄로스, 기원전 5세기), 경마 기수로 처음 출전한 프랭크 헤이스는 달리는 와중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이야기도, 덕분에 숨진 프랭크를 안장에 매단 채 1등으로 들어온 말 '달콤한 키스'는 '죽음의 달콤한 키스'로 불리며 누구도 타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랭크 헤이스, 1923년)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도중, 사슴은 계속 사냥꾼을 피해 도망간다. 하지만 이내 방심하고 잠시 숨을 돌린 사이 뒤쫓아온 사냥꾼의 화살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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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단도직입적으로 의미를 담고 책을 찾는 취향이라면 추천하진 않는다. 당장 '책을 덮고 책상으로 가라!'거나 '너의 내면을 다지거라!' 등 자기계발에 동기부여가 되고 '아,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어!' 혹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라며 느낌표로 끝나야 할 것 같은 깨달음과 함께 진취적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단편적으로 영감을 주긴 힘들다.

 

이런 엉뚱한 죽음은 열심히 살아봤자 덧없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죽음이란 탄생이 있어 존재하기 때문에 탄생부터 시작되는 나의 모든 과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지름길이 아니라 어느 샛길로 빠지는 기분이다. 아니면 '만약에' 오늘 내가 죽는다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럼 당장 오늘이 아니더라도 금방이라면 어떠할까? 차라리 예고된 죽음이었으면 모를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죽음이 찾아온다면 그 순간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시간을 후회했을까? 후회하지 말자! 가 인생 좌우명인 내게 그런 고민이 바로 처음으로 들었다면 헛살았다는 마음에 침울한 채 눈을 감을 것 같다.

 

이 생각까지 미치니 항상 느끼지만 삶을 더욱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설명하자면 12색 물감이 아닌 24색, 72색 물감이 될 수 있도록, 또 숫자로 표현되지 않을 수많은 채도를 자랑하는 색상표처럼 모든 찰나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어떻게 보면 그림책 하나로 이렇게까지 과몰입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간단한 내용이 주는 영감을 통해 생각의 확장을 즐기는 편이다. 보통 시간마다 계획을 채워놓고 행동하는 나에게 생각은 무대책 무계획의 일탈이다. <죽음의 춤>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책에 나온 인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활자를 읽는 즐거움에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8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선사한 영감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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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맹목적인 전진은 매몰된 시야를 가지게 하고 선택의 폭도 좁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면 피 말리는 삶을 살게 된다.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고,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성취를 달성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한 길로 과몰입한 생활 방식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누구보다도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 그랬던 나를 수렁에서 이끌어준 구원자는 이런 <죽음의 춤>과 같이 잠시 걸어가는 '쉼' 혹은 옆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숨을 쉴 수 있었고 그제야 위태롭게 쌓은 모래성이 아닌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죽음의 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변 인물부터 한 나라의 왕까지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중세 시대 때 페스트에 지쳐 탄생한 그림 <죽음의 무도>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흑사병과 재앙으로 인해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빠져든 퇴폐적인 쾌락을 의미하는 그런 그림과 유행이었지만. 도서 <죽음의 춤>은 다른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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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마지막에 결국 사슴은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고꾸라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모습까지 우리는 확인할 수 있지만 도망치지도 못하고 주저앉은 사슴을 그만둘 사냥꾼이 아니고 하다못해 꽂힌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사슴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후 사슴의 이야기는 그려지지 않지만 예상되는 죽음을 우린 예측한다.
 

 

벌거벗고 서서 바람을 맞이하고 태양에 녹아드는 것, 이거이야말로 죽음이 아니겠는가? 흙이 팔다리를 가져가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춤을 추리라. - 칼란 지브란

 

 

 *

 

죽음의 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스
 
옮긴이 : 권예리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역사
 
규격
216*140 / 양장본
 
쪽 수 : 80쪽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1389-4-3 (07900)

 

 

이서은.jpg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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