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ANDY WARHOL: BEGINNING SEOUL)

차세대 패러다임을 통찰한다는 것은 무엇을 수반하는가
글 입력 2021.04.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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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팝아트의 제왕이자 상업미술을 널리 알리고 인정받은 작가로 모르는 사람은 웬만해서 없을 테다. 전에 다뤘던 영화 <팩토리걸> 기고에도 잘 나와 있듯이 '앤디 워홀'을 다루는 곳은 많다. 덕분에 미술 중에서도 상업 미술의 대가인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을 생산한 그는 사후 35년이 지나도 그의 굿즈에 눈독들이게 한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An artist is somebody who produces things that people don't need to have.

 

앤디 워홀

 

 

국내에도 앤디 워홀의 전시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드로잉 작품까지 포함한 총 153점의 작품이 공개되고 워홀의 개인 소장품도 전시돼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개장한 더현대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주최되어 더욱 화제가 됐다.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BEGINNING SEOUL)>은 21년 2월 26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될 계획이고, 더현대 백화점 전시회장인 ALT.1에서 볼 수 있다. (더현대 6층으로 올라가면 매표소와 전시회장이 있다) 전시는 총 6 섹션으로 나눠 공개된다. 또, EXO 카이가 오디오 도슨트로 총 26편의 녹음에 참여했다고 한다. 도슨트는 네이버 오디오를 통해 QR코드로 찍어 무료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1,2관(section 1,2)은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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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1 FAME: My Love, My Idol

SECTION2 ICON: New? New!


 

앤디 워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무엇일까? 나는 마릴린 먼로와 캠벨 수프라고 대답할 수 있다. 강렬한 여러 색상으로 다르게 프린팅된 마릴린 먼로 9분할 사진과 캠밸 수프가 끝없이 나열된 이미지가 연상된다. 다른 건 몰라도 마릴린 먼로는 수십장이 있겠지? 하고 들어가니 바로 보였던 마릴린 먼로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워홀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나의 미술관에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던 작품이다. 아직 미국 카툰이나 그림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고, 비비드한 색감과 입체적인 그림체에 빠져 머리를 식힐 겸 따라 그린 적도 많았다. 전부 다른 톤으로 똑같은 표정을 하는 먼로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딱 하나였다. 이 중 너의 취향은 하나 정도 있겠지? 생각할수록 워홀은 뛰어난 예술가지만 엄청난 마케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앤디 워홀은 맥도날드, 코카콜라, 캠벨 수프 등 무언가 대중적인 브랜드를 전면 내세워 작품으로 만든다. 대중들이 가장 익숙한 것을 재가공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또 만든 것을 판매해 돈으로 만든다. 당시 앤디 워홀의 작품성에 대해 굉장히 비판이 있었는데, 아마 이런 점을 제일 뽑는다. 대량생산되는 그의 작품은 쉽고 예쁘다. 그리고 어딜 갖다 놓아도 감각적이고 소비하게 만든다. 때마침 위에 언급한 브랜드처럼 프랜차이즈와 같은 대량 생산이 포인트였는데, 앤디 워홀은 이처럼 쉬운 소재를 점찍어 *실크 스크린 기법을 통해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할 수 있었다.

 

* 실크 스크린(silk screen)은 공판을 이용한 인쇄, 판화 기법 중 하나이다. 공판화로 분류되며 실크를 사용해 그림을 제작한다. 찍어내는 작업이기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법이다.

 

영화 <팩토리걸>에서도 그의 작품은 초반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아마 소비를 즐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예술성이 주는 우월함에서 빠져나오질 못해 그저 있어 보이는 '척'을 위해 비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더현대 서울 오픈과 함께 맞물리는 앤디 워홀 전시회는 서로 어울리는 공간과 주제를 선물해주지 않았나 싶다.

 

그는 소비성과 대중성, 그리고 물량적인 공세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나도 현혹당해 또 마그넷과 엽서를 구매하고 말았다. 도록은 힘들게 참았다. 지금까지 수요로 이어진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절 마케팅을 누구보다 잘한 것 같다. 그리고 3관으로 나오기 직전, 그의 팝아트와 미디어 아트가 합쳐진 '팝 가든'은 꽤 감상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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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와 팝아트의 합작 '팝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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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항상 폴라로이드SX7 모델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의 일상과 유명인들을 필름으로 남겼다고한다.

 


 

SECTION3 UNKNOWN & ORDINARY PEOPLE : 타인의 초상

SECTION4 PASSION: Where We Live In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관의 주제는 타인의 초상이다, 이때부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다. 워홀이 드로잉한 초상화도 있고 못 보던 사진들도 많이 보는 눈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시작부터 워홀이 항상 챙겼다는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쌓여있는데, 이는 어릴 적 피부병으로 인해 친구가 별로 없던 앤디를 위해 어머니인 '줄리아 워홀라'가 혼자 지내는 아들을 위해 사줬다고 한다. 그리고 줄리아는 아들 앤디의 예술성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그를 위해 끝까지 응원하였다고 한다. 


영화 <팩토리걸>에서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잠시 나왔다. 사진관에 여러 폴라로이드 사진이 걸쳐있는데, 지금 봐도 괴리감이 없을 정도로 현재 같다. 요즘 날의 폴라로이드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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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여인, 먼로 다음으로 가장 눈길이 간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아무리 봐도 탐미하는 것이 취향인 앤디에게 선택받는 일 자체가 유명인이나 스타로써, 혹은 개인의 만족감으로도 그의 위상이 크게 작용할 때였다. 그중 무명의 여인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나도 탐미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그래서 앤디 워홀의 작품에 무한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 예쁘면 다 좋다. 그는 <레이디스 & 젠틀맨>, <드래그 퀸> 등 여러 소재를 다루었으며 보통 팩토리에 놀러 온 사람들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한다.


또, 이슈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정치인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웬 마오쩌둥이야? 싶었는데, 아마 앤디 워홀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고 스티브 잡스나, 오바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컷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생에 마지막 작품은 무려 레닌의 초상화(1986)다. 4관의 주제처럼 인물에게만 그치지 않고 그는 멸종 위기 동물을 그린 작품 등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평소와 다른 관심을 보이며 그 당시에 담을 수 있는 그림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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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팩토리> 를 오마주한 공간, 포토존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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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걸>에서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봤다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SECTION5 MUSIC : Portraits of Rock

SECTION6 Gaze: Drawing &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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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시 논란되었던 바나나 앨범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앨범 벨벳 언더그라운드 앤드 니코의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 재킷을 제작한다. 뭐 그냥 보면 평범한 바나나 그림이지만 바나나 꼭지 옆에 적은 한마디로 외설적으로 굉장히 논란이 된다. 덕분에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줄리아 워홀라도 알았던 것인지 모르겠다만, 앤디 워홀의 작품관은 미래를 보고 있다. 소위 인사이트가 있는 판단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그의 통찰력과 선택은 트렌드를 만들었다. 정말 시대를 더 늦게 태어났으면 궁금할 인물 중 하나다. 웬만한 SNS를 넘어 광고 회사나 엔터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의 뮤즈인 이디 세즈윅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모든것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I am a deeply superficial person.

 

앤디 워홀

 


그 시절에 예술이라는 것을 누구나 소비할 수 있다는 모토로 일반 가정에도 그림을 보급화를 마음먹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깊숙하게 얄팍하다니, 본인 자신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이 본 워홀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될지 몰라도 내게 그의 작품은 상업성의 끝이다. 그것도 감각적이고 예쁘기도 엄청 예쁜. 또 그는 사진만 찍고 실크 스크린 기법만 이용하지 않았다. 실력이 뒷받침되는 사람이기에 아이디어만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실력과 감각 그리고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은 비전을 보여줬고 그런 그의 매력에 끌린 대중들이 그에게 찬사를 던졌다.


그의 일생은 그의 시도처럼 무척 순조롭지는 못하다. 가난하기도 했고, 질타도 받으며 끝에는 추종자에게 총도 맞기도 한다. 예술가로서 후대에 이토록 명성을 남겼다는 것은 그의 위상을 입증하는 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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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는 굿즈, 피규어

  


그리고 그는 발달하는 미디어를 놓치지 않았고 누구나 15분 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아마 지금 이 시대까지도 통용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이젠 15분이 아니라 1초로도 가능한 시대가 왔다.


시대가 변해가는 시점에, 차세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 수 있다. 또 제시뿐만 아니라 이를 추진한 실행력에도 손뼉을 쳐주고 싶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과 같은 다음 세대의 화폐에 대해 집중되는 것처럼 항상 지금과 다른 색다른 것은 배척당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몰고 온다. 거센 저항을 받기도 하며 비난의 말이 들리기도 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시대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시작을 앤디 워홀과 같은 몇몇 사람들이 그 속도를 보다 앞당길 뿐이고 방아쇠를 당긴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알고 그것을 포착한 몇몇 이들만 알 수 있는 탐미로운 무언가를 워홀은 머리통에 꼭꼭 숨겨두지 않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내 책상 위에 올려진 아크릴 마그넷과 엽서가 그 증거라 생각한다. 물론 작품의 깊이는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느낀 무언가를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표현할 수 없지만, 얄팍한 깊이감은 나에게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앤디 워홀의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내세운 상업성은 끝까지 영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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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일자 : 2021.02.26 ~ 2021.06.27


시간

[평일] 10:30 ~ 20:00

(입장마감 19:00)

[주말] 10:30 ~ 20:30

(입장마감 19:30)


장소

더현대 서울, ALT.1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1,000원


주최/주관

TV CHOSUN, TV CHOSUN MediaRep, X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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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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