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팩토리 걸 [영화]

앤디 워홀과 이디 세즈윅
글 입력 2021.03.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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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 걸

감독 조지 하이켄루퍼

출연 시에나 밀러, 가이 피어스

개봉 2007.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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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과 이디 세즈윅

  

 

아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학생이라면 앤디 워홀은 무조건 기억할 수밖에 없다. 깔 다른 깡통 그림과 여러 색상의 마릴린 먼로 사진은 미술 필기시험에 무조건 나왔고 상업 미술에 관하여 '팝아트'와 '앤디 워홀'은 문제의 정답이었다. 괴짜 과학자 같은 폭탄 맞은 머리를 한 그는 영화 산업에도 뛰어든다. 그리고 그의 뮤즈를 만난다. 이 이야기는 그때 나도 몰랐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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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과 이디 세즈윅

 

 

아마 이후인 워홀의 경력은 잘 알지 못할 텐데, 한 번쯤 검색해봤다면 앤디 워홀(Andy Warhol) 뒤에 꼭 따라오는 이름, 이디 세즈윅(Edie Sedgwick, 한국에서는 '에디' 세즈윅이라고 알려진 것 같다.)을 알았을 테고, 강렬한 인상의 이디는 잊기 힘들었을테다. 짙은 스모키 화장에 깡마른 체구, 짧게 한껏 쳐올려 염색한 머리카락, 볼드한 귀걸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디는 언제나 담배와 마티니 잔이 손에 끼워져있다. 이디 세즈윅은 앤디 워홀의 영원한 뮤즈로 남아 지금까지도 수식어로, 혹은 그 자체로 남아 있다.

 

둘은 갤러리에서 만나 알게 되었고, 이디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한 앤디는 그녀에게 자신의 작업장에 방문할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이디는 앤디의 팩토리에 들어가 한 시대를 장식하는 잇걸이 되었다. 영화 <말>과 <비닐>을 연달아 같이 작업하게 되었고, 그 과정 앤디는 이디의 매력에 사로잡혔으며 공식적으로 일원이 되길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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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이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

 

 

이디는 앤디의 페르소나가 되어, <팩토리 걸(Factory Girl)>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또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트렌드가 되어 이끌 줄 아는 슈퍼스타가 된다. 하지만 이디는 1943년 4월 10일에 태어나 1971년 11월 16일에 사망한다. 28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이다.

 

그리고 앤디 워홀(Andy Warhol)은 1928년 8월 6일에 태어나 1987년 2월 22일, 59세에 사망한다. 앤디는 이디에게 말했다. 네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슬플 것 같다고. 이디는 가볍게 받아드린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단명할 것을 담담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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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이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

 

 

영화 <팩토리 걸>은 이디 세즈윅의 전성기를 시작으로 생애 마지막까지를 다룬다. 2007년도에 개봉했으며 내가 처음 감상한 시기는 2010년도 초반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디는 앤디의 뮤즈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자신을 소비 당한다. 소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매력을 남길 수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검색만 해도 나오는 그녀의 사진에 남은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은 몇 분 동안은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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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과 이디 세즈윅

 


영화를 통해, 교과서에서만 봤던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동성애자로 알려진 앤디는 이디를 통해 이성과의 사랑과 제일 비슷한 마지막 경험을 했으며, 그와 만남으로 이디 세즈윅은 불꽃처럼 타올라 재가 되어 날아갔다.

 

 

난 내가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네가 먼저 죽으면 엄청 슬퍼질 거 같으니까.

 

<팩토리 걸> 중 앤디와 이디의 대화, 앤디가 이디에게.

 

 

또 앤디 워홀은 이 같은 인터뷰를 남겼다.

 

 

One person in the '60s fascinated me more than anybody I had ever known. The fascination I experienced was probably very close to a certain kind of love

 

60년대에 그 누구보다 날 매료시킨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때 느낌은 아마도 사랑이란 것이었으리.

 

 
 

 *

 

본문에 영화 <팩토리 걸>의

내용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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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들이 사는 세상답게 화려하고 정신없이 매 장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진행된다. 오래된 흑백필름을 오가며 자신들의 작품을 기록한다. 온갖 곳에 기록된 이디 세즈윅의 모습에선 눈을 뗄 수 없었다.

 

부잣집 8남매의 일곱째인 이디는 물질적으로 부족할 것 없이 자랐고 언제나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말했으며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카메라를 맞이했다.

 

하지만 모든 열등감과 결핍으로 무장한 앤디는 알아차렸다. 풍요 속의 빈곤을 가졌던 이디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결핍되어 있었고 어딘가 고장이 났다. 인터뷰 중간마다 나오는 그녀의 과거는 고장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이디는 이를 숨기지 않았고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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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이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 캠브리지 시절

 

 

친가는 독립선언문의 서명자이고 외가는 독립전쟁 전부터 뉴욕에 빌딩을 올렸다고 한다. 아버지 프랜시스 민턴 세즈윅은 샌타바버라의 거대 목장 소유주였고 자선가였으며 어머니 앨리스 델란노 드 포레스트는 남태평양철도회사의 딸이었다.

 

세즈윅가는 미국 내 내로라하는 집안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미국 역사에 빛나는 영광을 가진 집안이었지만,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정신병력이 있었는데, 특히 프랜시스와 앨리스 모두 이력이 있어 자녀를 낳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충고를 무시한 이디의 부모님은 8남매를 낳았으며, 낳은 자녀들도 자살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은 이디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도 못 할 만큼 이디는 누구보다 밝고, 화려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에 반해 앤디 워홀은 이디의 부모님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눈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앤디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인 줄리아 워홀라(Julia Warhola)는 앤디의 작품에 영향을 줄 만큼 관계가 좋았다고 하며, 앤디를 끝까지 지지해준 사람이다. 이디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고, 앤디는 백반증을 앓았던 만큼 자신의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가 심하다. 그런 앤디를 이디는 위로하며 그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여러 번 나온다. 그런 모습이 이디를 자신의 상처를 알기에 남을 보듬을 줄 아는 강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당시 그 자리에서, 프랜시스는 앤디를 무시하며 눌러버리고, 이디에게 호통을 치는 퍼지의 무례한 행동을 보아 그동안 이디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유추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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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이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와 앤디 워홀 역의 가이 피어스

 

 

이디씨도 예술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건 아주 옛날 일이에요. 너무 예뻐서 예술가는 못될 거예요, 예술가는 못생겨야 하거든요. 이디는 슈퍼스타죠.

 

<팩토리 걸> 중 앤디, 이디 그리고 인터뷰어와의 대화

 


5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디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나 스스로도 이디 세즈윅을 보고 절대 잊지 못할 만큼 이디는 뮤즈만이 아니라 자기 자체로, 브랜드를 확립했다. 대중들은 이디에게 열광했다. 

 

또, 당시 미국에 이디 세즈윅이 있다면 영국에 트위기(Twiggy, 말라깽이) <본명 : 레슬리 혼비(Lesley Hornby), 정상을 찍자마자 은퇴하여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가 있는데, 나란히 대두되어 시대의 트렌드로 마릴린 먼로와 같은 글래머스한 모델 다음 세대로 나란히 평가된 이디는 워홀의 뮤즈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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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는 워홀의 13편 영화를 참여했고, 영화 <팩토리 걸>에서도 워홀에게는 이런 질문이 쏟아지곤 했다. 이디가 없었으면 지금의 워홀도 없었을 것인데, 이디를 어떻게 생각하냐? 등 이디와 만남 전으로는 상업 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그녀의 응원과 앤디의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더라면 앤디 워홀이 프랑스에 갔을 일도, 그 시대의 작품에 살아있는 열정이 더 담길 일도 없었을 것이다. 

 

트위기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나타나 저문 이디 세즈윅의 이야기는 팩토리 걸에서 잘 나타나 있다. 물론, 팩토리가 가진 예술과 외설의 한 장 차이로 인해 감상에 관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헤집어놓아 정리 정돈이 하나도 되지 않은 누군가의 머리통을 엿보는 것처럼 정신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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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디 세즈윅을 연기한 시에나 밀러와 앤디 워홀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의 싱크로율이 꽤 괜찮아서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와도 잘 떨어졌고, 매분 하나하나 버릴 장면 없이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도록 찰떡처럼 어울린다.

 

높은 싱크로율과 앤디 워홀의 작품, 이디 세즈윅의 매력과 그녀의 행보, 또 그들의 엮인 정서적인 교류가 모두 앤디 워홀과 이디 세즈윅 답게 짜인 영화다. 하고자 하는 것에 '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극적이면서도 따뜻하다. 어떻게 보면 이디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다. 마지막 인터뷰까지, 이디 세즈윅을 잘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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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이디 민턴 세즈윅은 타오르는 속도 만큼 순식간에 꺼져가는 것도 빨랐다. 미국에서 누구보다 사랑받던 여자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녀의 시그니쳐 중 하나였던 담배와 술도, 그리고 끊지 못한 약이 원인이었겠지만, 내 의견으로는,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예상했고, 그리고 그 예상까지로 자신의 인생을 단정 지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작부터 이디와 인터뷰어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번은 파티에 갔었는데, 거기에 손금을 보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내 손을 보시더니, 그냥.. 할 말을 잃으셨죠. 그래서 저는 말했죠. 저도 알아요. 단명할 운명이죠. 서른 넘기기 힘든 거 알아요. 라고요.

 

영화 <팩토리 걸> 중 이디와 인터뷰어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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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디의 마음에 공감하는 입장에서, 더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본인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캠브리지 대학에서 떠났다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벗어나기 위해서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팩토리에 들어가 다양한 루 리드, 믹 재거, 트루먼 커포티 등과 같이 아티스트 활동을 활발히 하며 모든 것을 한다.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누구보다 활달한 모습으로 웃지만, 그늘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디는 앤디와 점점 갈등이 빚기 시작하면서, 빌리<밥 딜런으로 추정된다, 당사자가 거절하여 가명으로 진행됐다. 이디가 밥 딜런의 Just like a woman의 모티브라는 이야기도 있다>와 사랑에 빠져 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욱더 커다란 상처를 받고, 그 이후로 모든 것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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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이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

  

 

결국 집안 내력을 무시하지 못한 이디는 무너져 내렸고 오랜 고향 친구인 시드에 의해 구출된다. 이디에게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고 순수히 이디 민턴 세즈윅을 위했던 사람은 영화 속에서 시드 페퍼맨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디는 인터뷰 마지막 끝에 말한다. 

 


다른 누구의 책임도 아니에요. 제가 내린 결정이고 후회는 제 몫이죠. 하지만 정말 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약을 멀리하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전쟁임을 아는걸요. 지금까진 괜찮았죠, 그렇죠? 집에 온 거에요. 샌타바버라는 저의 집이에요.

 

영화 <팩토리 걸> 중 인터뷰어와 대화

 

  

이디는 1968년 샌타바버라로 돌아왔고 재활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어왔다, 1970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병원을 떠났으며 동료 환자와 결혼했으나, 그해 가을 이디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영화를 마지막 이후 실존 인물들이 말하는 이디에 대한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그의 형제인 조나단은 이디는 처음부터 자신이 단명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며, 큐레이터인 샘 그린은 모든 이가 숭배하고 존경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는 쉽게 상처받고, 무너지기 쉬운 사람이란 점을 얘기했으며, 작가인 조지 플림튼은 그녀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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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앤디 워홀 역의 가이 피어스

  

 

그렇다면 앤디는 어땠을까?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작 되기 전, 연기된 영화의 마지막에는 앤디 워홀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 1971년 11월 17일로, 이디가 죽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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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땠었는지 곧잘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제 말은 강렬했다면 잊을 수가 없을 텐데 말이죠, 전 아직도 관심을 가져요. 너무 멋져서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거든요, 그냥 초연해지는 게 더 쉬워요.

 

영화 <팩토리 걸> 중에서 앤디 워홀과 인터뷰어와의 대화

 

  

이어 인터뷰어는 이디에 대해 묻는다, 그녀의 죽음과 또 어떤 갈등으로 인해 불화가 생긴건지, 앤디는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했다. 부정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는 앤디는 이내 말을 멈추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끝이 난다. 글 시작에 적힌 이야기처럼 누구보다 자신을 매료시켰던 사람이 있었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우릴 기억해줄지 궁금해

왜? 누가 우리 죽는데?

네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얘기할 것 같은데

네 부고 기사 보면 뭐라 할까. 난 "부고" 그 단어가 좋더라

뭐 좋은 말은 없겠지

에이, 나라면 이디 민턴 세즈윅은,

아름다운 예술가이자 배우였으며,

그리고 여러모로 바보였죠.

세상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으며,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녀 집안의 마수에서 벗어났죠,

친구를 가리지 않고 사귀며 가는 곳마다 혼란과 소동이 있고 

결혼하는 족족 이혼하는데, 그저 행복만을 빌며 떠납니다.

 

멋지지 않아?

 

영화 <팩토리 걸> 중 앤디와 이디의 대화,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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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는 쉽게 무너지고 감정도 기복이 있으며, 유리같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다고 하였지만, 팩토리 걸에서 그려진 이디는 누구보다 남을 아낄 줄 알았고, 투명했으며 남을 속이지 않는 착하고 강한 여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거침없이 표현하고 도전할 줄 알았으며,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속에 있는 상처가 곪아 터졌고, 그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남에게 아낌없이 퍼주느라 자신을 아끼지 못했던 이디지만, 내가 아닌 상대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존재로 남아 기억된다는 것만큼 이디 세즈윅에게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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