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립된 섬에서 탄생한 고귀한 태도에 관하여 - 보이지 않는 것들

글 입력 2021.03.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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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바다 위의 어부들(Fishermen at Sea)’ 1976

 

 

<보이지 않는 것들>은 바뢰이 섬사람들의 삶을 담담하게 기술한 소설이다.

 

바뢰이 섬에는 바뢰이 가족만이 산다. 노르웨이의 많은 섬에는 오직 한두 가구가 거주하며,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얕은 토양을 경작하고 싶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간다. 섬은 고립되어 있고, 나가는 것은 어렵다. 책의 묘사를 따르면, '섬은 곧 우주고, 별은 눈 아래 풀 속에서 잠을 잔다.'


동풍이 거세지 않은 날 사람들은 섬을 떠나려고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섬으로 돌아왔다. 섬에 들어오는 것은 외부의 것들뿐이다. 때로는 동경, 희망, 이루지 못한 삶을 전해주는 신비로운 매개를 담은 메시지가 섬 안으로 떠내려오기도 하지만, 실용적인 섬사람들은 이제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물품보관함에 보관한다.


섬에서의 삶은 때로 소소한 행복을 주지만 고독하고 척박하다. 이 거친 삶 속에서 섬사람들은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매년 겨울 폭풍으로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고, 겨울이면 섬마을 사람들은 섬의 외로움에 대한 느린 교훈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뢰이 섬의 사람들은 몰아치는 폭풍우를 위엄있게 대처한다. 바뢰이 섬의 가장이었던 한스는 겨울 폭풍으로 그의 하나뿐인 딸인 잉그리드를 데려가 폭풍우가 그녀를 해치지 못한다고 외친다. 그렇게 말한 한스 역시 바다에서 죽었지만, 어렴풋이 잉그리드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어떻게든 전해주고 싶었던 어떤 신앙이 있었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독자는 책의 끝에 다다르면서 아버지가 믿고 있었던 신앙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엄숙함이었다. 섬은 고립되어있지만, 책의 묘사처럼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저주받은 땅은 아니다. 섬사람들이 정말 섬을 떠나고 싶었다면 언제든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땅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육지에 사는 사람에게도 재앙이다. 그래서 섬 주민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대신, 엄숙한 태도로 살아간다.


버려진 가옥들을 바라보면서 조상의 삶을 존중하는 할아버지 마틴은 섬 사람들의 엄숙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폭풍이 바뢰이 섬을 뒤집어 놓을 때, 늙은 마틴은 조용한 침묵 속에서 앉아 있다. 바뢰이 섬의 새로운 아이들은 그들 자신이 섬의 주인이 된 후에야 엄숙한 침묵을 배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것들"이란 한스의 신앙 같은 것, 바뢰이 사람들의 침묵, 바뢰이 사람 섬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은 꿈과 일상을 의미한다. 바뢰이 섬 사람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은 척박한 삶 속에서 만들어진 실용적이고 소박한 것이지만, 때로는 섬마을에 흘러들어온 피상적이고 모호한 것들보다 위대한 빛을 뿜는다.


그렇기에 새로운 바뢰이 섬의 주역들이 바다 안개가 걷히는 것을 보는 장면은, 바뢰이 섬 사람들의 고귀한 태도를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제련한 최고의 장면이다. 감상을 공유하기 위해 책의 마지막 한 장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바다 안개는 대낮에 그 어둠을 가져와 일식으로 시야를 가렸다. 가족들은 조용히 연장을 내려놓고 따뜻한 옷으로 몸을 감싸고 바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면의 빛을 밝혀서(눈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남과 공유할 수 없고 아무 소용도 없는 기억이나 파편을 살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살아나기에 쐐기풀과 늪지와 해초와 젖은 울의 냄새가 강하게 피어오르고, 안개는 바다처럼 짜고 낯선 차가움으로 피부를 감싸고, 솜털오리조차 육지로 올라와 날개를 땅 위로 펼치고, 곤충과 동물들은 이곳 사람들처럼 침묵하여 소라 껍데기에서 들리는 소리나 죽은 쥐를 곱게 내린 눈 위로 질질 끌 때 나는 소리처럼 이상한 소리만 안갯속에서 휙휙 거렸다.


한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해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처음에는 삶은 대구의 눈처럼 게슴츠레하게 먼 북쪽에서 나타나더니 점점 더 노란색으로 바뀌고 한층 황금빛으로 변해 마지막 남은 안개를 모조리 몰아내고 야생마처럼 사방으로 그들의 시야를 터주었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지만 어쩌면 하루 안에서 새로운 날이 다시 주어진 것이라 가족들은 낫을 들고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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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시작부터 다짜고짜 바뢰이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실하게 감상문을 적고 싶은 한 명의 리뷰어로서 제일 나은 선택이었음을 먼저 밝힌다.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어떠한 방식으로건 글로 표현하면, 그 감동이 시시하고 지루한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책은 20세기 초 노르웨이의 작은 섬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일상과 성장을 담고 있다. 특히 책의 삼 분의 이 정도는 이들의 생활방식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섬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흥미롭고 적절한 속도에 따라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 책의 내용은 특별한 사건 없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 이야기이며, 이는 독자로서는 대단히 지루하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책의 남은 부분에서는 10대가 된 잉그리드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성장소설 플롯과 비슷하므로 많은 독자가 이 부분은 좀 더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잉그리드는 어린 시절에는 섬사람으로서 교육을 받고, 조금 큰 다음에는 섬 너머를 꿈꾼다. 그는 부유한 상인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지만, 상인 부부가 야반도주한 탓에 부부의 자식들을 떠맡게 된다. 부부의 자식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잉그리드는 그들을 데리고 섬으로 돌아온다. 한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후에는 가장 성숙한 잉그리드가 가장 자리를 맡게 되고, 잉그리드는 점점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책의 끝 부분에서 그는 이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바뢰이 섬의 사람들을 돌보는 바뢰이의 여왕이다.


어린 아이가 살아가기 위해 강제로 어른이 되는 모습은, 작중 헬가가 어린아이들이 낚시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것처럼 안타까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헬가를 보면서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의 삶의 태도에는 어떤 동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품격이 있다. 이 섬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지지부진한 남녀차별이 있는 전통조차도 섬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책의 전개에 따라 잉그리드 역시 어린아이에서 한 명의 섬사람이 되어간다. 이처럼 잉그리드의 성장은 두드러지만, 잉그리드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책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각 인물은 아주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중 아주 어린 아이인 수잔을 제외하고 모든 등장인물은 꿈꾸고, 절망하고, 한 명의 섬사람으로서 성장해나간다.


책에서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는 깔끔한 문체다. 문장들은 적절히 구분되어 있고, 불필요한 묘사를 하지 않는다. 직설적이고 자연스러운 묘사는 책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는 책의 내용과 맞물려 더 큰 감동을 이끌어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는 독특한 보편성이 있다. 척박하고 고립된 섬은 때로 육지보다 더 많은 부유함을 안겨주지만, 끊임없이 파도와 폭풍이 몰려오기도 한다.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향을 떠날 수 없기에 두려워하기보다는 엄숙한 태도로 살아나간다. 그들은 앞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살아나갈 것이다. 독자들에게 섬은 삶으로, 섬 사람들은 그 자신으로 대입된다. 살아가기 위해 변화하고, 때로는 침묵하는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마음 속에 조금씩 숨겨 두었던 고귀함이다.


척박한 섬에서 우리는 때로 아름다운 침묵의 소리를 듣는다. 우리의 삶이 위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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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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