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조롭지만 풍부한, 연주 음악의 매력 [음악]

악기 한 대가 만들어내는 선율의 아름다움
글 입력 2021.03.01 07: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있을 때는 대부분 배경음악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생활하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일을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거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때 음악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만다.


그럴 때 가사 없이 악기 연주로만 구성된 연주 음악(instrumental music)은 좋은 대안이 되어준다. 일상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잔잔하게 의식을 환기한다. 로우파이나 아예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악기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주 음악이 지닌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주로만 쓰이던 악기가 홀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빼앗길지도 모른다.


이번 글에서는 평소 즐겨듣는 연주 음악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성하 - Felicity, Sprint



정성하는 한국의 기타리스트다. 10살 때부터 기타 연주를 시작했으며, 자신의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어린 나이에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세를 탔다. 천재적인 실력으로 많은 세계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로이킴, 아이유 등 다른 연예인들의 앨범 작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도 케이팝부터 팝송, 애니메이션 OST 등 다양한 음악을 기타로 편곡하여 꾸준히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으며, 영상들의 높은 조회수는 그의 인기를 증명한다. 특히 그의 주특기인 핑거스타일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먼저 소개할 곡 Felicity는 2013년에 발표된 정규 3집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라는 뜻의 제목에 걸맞게 변하지 않는 기타 연주의 기쁨과 꿈을 담은 곡이라고 한다.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의 기타 리프가 귀를 즐겁게 만든다. 섬세하게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편안함이 느껴지다가도, 기타를 손으로 때리는 등 다양한 테크닉을 사용해 리듬감을 한껏 살리기도 한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오직 기타 한 대만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늘 놀랍게 느껴진다.


 

 

 

다음 곡인 Sprint는 정규 4집에 수록된 곡으로, Felicity와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다. 따뜻하고, 차분하면서도 즐겁고 경쾌한 느낌을 한가득 지녔다. 적당히 기분을 돋우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곡이다. 다가오는 봄에 자주 들을 것 같은 노래다.

 

 


류이치 사카모토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Energy Flow



이번엔 피아노다. 피아노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폭넓은 감정 표현이 가능한 악기다. 지난해 국내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은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한국에 이루마가 있다면 일본에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있다. 류이치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으로 세계적 거장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곡가다. 3살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해 드뷔시와 비틀즈를 꿈꿨다는 그는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적 활동을 펼치며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개척한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OST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Merry Christmas Mr. Lawrence라는 곡을 통해서다.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아름답고 쓸쓸한 선율에 처음 듣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로 1983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주 테마곡으로 쓰였다고 한다. 유명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커버와 편곡을 시도하고, 또 여러 광고에 삽입된 곡이기도 하다.


처연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이어지는 높은음의 멜로디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생각나게 한다. 처음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듯 음들이 조심스럽게 연주되는 순간부터 그 이후로 4분 40초 동안 곡의 흐름에 그대로 감정을 내맡기게 되는 곡이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다른 일을 하면서 이 곡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감정적인 사람이라면 음악을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 차라리 늦은 밤 어지러운 생각들을 구태여 내쫓지 않고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을 때 틀기에 더 알맞은 곡인 듯하다.

 

 

 


다음으로 Energy Flow는 1999년 발표한 정규 앨범 BTTB(Back To The Baisic)에 수록된 곡이다. 이전 곡이 처연하고 쓸쓸한 감정을 일으킨다면 Energy flow도 비슷하게 어둡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평온함이 함께 느껴지는 곡이다. 같은 감정이라도 더 단정하고 정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래전 배운 악기를 다시 꺼내 배우고 싶어진다. 연주 음악은 편하게 듣기 좋다고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가사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한 음 한 음을 몰입해서 듣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음악들이 가수가 부르는 노랫말, 가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면 연주음악은 악기의 미세한 떨림이나 강약 조절 등을 통해 훨씬 더 섬세하고 깊은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 감정의 흐름을 놓치기 싫어 귀를 더 바짝 세워 듣게 된다.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까. 훌륭한 연주가들은 많고,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이면 될 것 같다.

 

 

[오영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