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지성과 'Be Different!' - 축구에서 브랜딩을 찾다 #5

글 입력 2021.02.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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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이적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언론에겐 재미있는 기삿거리이고, 구단에겐 서로의 돈이 걸려 있는 문제다. 축구팬들에겐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서 누가 가고, 올지를 결정한다. 축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겐 새로운 선수를 써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선수에게도 이적은 중요하다. 자기 축구 커리어의 한 부분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적 후에 그 선수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일지도 꽤 흥미로운 관심사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이적이 성공하진 않는다. 축구는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스포츠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만 잘 찬다고 전부가 아니다. 동료들과의 관계, 팀의 분위기, 리그 스타일, 감독의 전술, 심지어 구단이 속한 나라와 도시의 문화까지도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선수들은 곧바로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다. 이적 후 한참이 지나서 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결국 적응에 실패하고 팀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축구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잔인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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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기본적인 모토는 '경쟁'이다. 단순히 팀끼리의 경쟁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쟁은 우리 팀 안에서도 존재한다. 축구는 11명이서 뛰는 스포츠다. 하지만 구단에 등록된 선수는 1군 스쿼드만 하더라도 20~30명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구단은 매년 이적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선수들을 내보내고 데려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축구 선수들은 매 순간 증명을 해야 한다. 나의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선수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성장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장점을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몰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약점을 곧 치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장점을 키우는 것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게 더 쉽다는 이유도 있다. 잘하는 걸 계속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못하던 걸 잘하게 된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자연스레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몰두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저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선수는 패스를 잘하고, 어떤 선수는 드리블을 잘한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도 있고,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이 부족한 것을 가지려는 데에만 몰두한다면 선수들의 개성은 사라져 버린다. 이제 그건 더 이상 나만의 장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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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박지성 선수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가져다준다. 지난 2018년, 박지성 선수는 한 방송에 출연하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출연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가진 장점은 분명히 다르니까 내가 가진 장점을 얼마나 자주, 잘 보여줄수록 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거고, 그게 내가 이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내 장점을 가만히 놔두기만 한다면 결국 다른 누군가가 나의 장점을 배워 나와 비슷한 경지에 올랐을 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거든요.”

 

 

진짜 성공하는 선수들은 나의 단점보단 나의 장점에 주목한다. 만약 내가 어떤 팀에 속해 있다면 그건 감독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을 돌아보면 경쟁자들의 뛰어난 모습에 주눅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다. 저 선수는 저걸 잘해서 우리 팀에 온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내가 잘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 팀에 속해 있는 것이다. 어차피 천재가 아닌 이상,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단시간 내에 그 선수만큼 잘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못하는 것보단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단점을 극복하는 데 소홀히 하라는 건 아니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의 장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장점이 나를 결국 특별한 선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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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ediapen)

 

 

이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그들은 서로 경쟁 구도를 갖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 브랜드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행하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인식 속 특정 지점에 브랜드를 위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을 통해 브랜드는 자신만의 차별화된(Different) 이미지를 조성한다. 아직 아무도 점유하지 못한 고객의 인식 속 특정 공간을 발견하고 선점하는 것. 그리고 이를 꾸준하게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성공하는 브랜드 포지셔닝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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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액션/RPG 장르 게임인 <다크 소울> 시리즈가 있다. 오늘날엔 게임도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돈의 논리를 피할 수 없다. 모든 게임회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유저들에게 게임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돈을 버는 첫 번째 방법은 보다 많은 유저들이 내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RPG 게임들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게이머들에게 쉽고 편안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다크 소울>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당장 유튜브에 들어가 ‘다크소울’이라는 네 글자만 검색해도 고통받는 게이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죽하면 '유다희(YOU DIE -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사망했을 시 나타나는 메시지)'라는 인터넷 밈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렇듯 <다크 소울>은 여타 RPG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스토리 묘사도 불친절하고, 조작감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거기다 맵은 또 얼마나 넓고 복잡한지. 군데 군데에는 함정까지 설치되어 있어 유저들을 곤욕스럽게 만든다. 모두가 쉽고 편안한 게임을 찾는 오늘날에 <다크 소울>의 이러한 특징은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다크 소울>의 제작진들은 오히려 그걸 자신들만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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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성취감’이다. <다크 소울>을 즐기며 쌓아가는 실패와 죽음의 경험들은 성장의 발판이 된다. 반복된 실패를 통해 플레이어는 전투의 패턴을 학습하고, 여기에 맞설 전략을 강구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게임을 클리했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게이머들이 <다크 소울> 시리즈에 매료된 이유다.

 

물론 <다크 소울>의 제작진도 쉬운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돈도 꽤 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핵심이자 장점인 ‘성취감’에 주목하여,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느낄지를 고민했고, 이를 발전시켜 나갔다. 덕분에 <다크 소울>은 마니악한 유저층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명한 RPG 게임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이제는 ‘다크 소울’이라는 이름은 RPG 게임의 한 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편 이러한 마케팅 사례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는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짓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포르쉐는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높은 생산 비용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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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부분에만 매달린다면 우리는 결국 모두 비슷해진다.

하지만 나의 장점에 눈을 돌리면 그건 우리의 무기가 된다.)

 

 

웹툰 <생각하는 정이>에서 만화가를 계속 도전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그녀의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누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항상 수두룩할 거야.”

 

맞는 말이다. 세상은 너무 넓어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항상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약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만 매달린다면 나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나보다 잘하는 누군가가 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다크 소울’이나 ‘포르쉐’의 고집이 때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게까지 손해와 기회를 포기해가면서 브랜드의 가치와 포지션을 지켜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고집 덕분에 오늘날 그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Be different! 이것이 성공하는 브랜드의 세 번째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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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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