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건 친화적 자세를 취하는 것 [사람]

비거니즘에 대한 가벼운 제안
글 입력 2021.02.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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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배제하는 채식주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육식을 포기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은 그들에 대해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썼다기보다는, 더 궁금해져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비건’이라는 개념은 미디어를 통한 빈번한 노출로 특히 요즘 더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 뿐 만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 그 수가 2019년 기준 150만 명을 넘어섰으니,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볼 수 있겠다. tvn 예능 ‘윤 스테이’에서는 다양한 외국인 손님들의 성향을 존중하여 완전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친구의 언니는 비건 가죽 공방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블로그 이웃 중 한명은 올해부터 ‘집에 있는 날에는 채식하기’를 실천하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아이돌 츄의 유튜브 채널 ‘지구를 지켜츄’에서 츄는 지구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채식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집에 있는 날에만 채식하기, 일주일에 하루 채식 식단 먹기? 그래도 되는 건가?

 

*

 

사실 지금까지 내가 채식주의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었다. 물론 환경과 동물권 좋다, 그런데 채식을 시작하면 앞으로 내 인생에 고기가 한순간도 없어야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깊게 고민할 기회조차 없이 포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윤리적 책임감을 지키는 대단한 사람들, 그런데 나는 못해 라며 시작도 전에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을 쳤다. 그런데 가벼운 채식 식단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면서, 점점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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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채식주의의 단계는 생각보다 더 유연했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한 채식주의 – 달걀, 우유 등 동물로부터 착취된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단계’가 비건이다. 그러나 이건 채식주의의 가장 궁극적 단계였으며, 그보다 유연한 단계로는 우유를 비롯한 각종 유제품까지 섭취하는 락토, 이에 더해 계란까지 먹는 락토 오보가 있다. 그리고 어류와 해산물을 허용하는 페스코, 닭과 같은 가금류도 먹는 세미 단계도 존재한다. 한식 특성상 고기로 육수를 낸 국물 요리가 많아 이를 분류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들이 만들어낸, ‘비덩주의’도 있다. 덩어리 고기만은 피하자는 일종의 타협책이다.


그들이 결정한 단계의 정도는 그들의 목적에 따라 다르고, 유지해온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며, 주위에 얼마나 협조적인 사람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이들 외에도 기본적으로는 채식을 지향하지만, 심지어 때때로는 육식을 하는 ‘준’ 채식주의, 플렉시테리언 단계도 존재한다. 단계의 다양성을 알아갈수록 아, 이거 생각보다 도전해볼만 하겠는데?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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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는 목적도 다양했다. 목적은 종종 채식의 단계를 결정하기도 했다.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그 중 종교적 이유나 건강적인 측면을 큰 비중을 두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더 많은 비건인들은 윤리적 책임감 때문에 비건식을 먹는 것 같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 중 하나는 동물권이다. 비건인들은 비윤리적인 대량 축산업과 공장식 사육에 반대한다. 유튜브에서 본 병아리들은 오로지 고기로 취해지기 위해 성장 촉진제를 맞는다고 한다. 그러면 6-7주 만에 얼핏 성체 같아 보이는 닭에서는 너무도 부자연스럽게 삐약 삐약 병아리 울음소리가 난다. 사육장에 대한 묘사들은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은 환경문제다. 지구온난화는 현재 위험 수준이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지구 환경에 대해서라면 채식은 무조건적으로 옳은 방식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언젠간은 채식주의가 메이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고, 그 정도는 내 생각보다 컸다.

 

지구상의 동물 중 인간의 가축을 위한 동물의 수가 무려 67퍼센트다. 우리가 고기를 과잉섭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먹이인 옥수수를 기르는 과정과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산림을 태우는 과정, 소를 기르는 과정, 그 모든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육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전체의 15프로에 육박한다. 전문가는 우리가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자동차가 1.6키로를 달리며 내뿜는 양과 동일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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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나타내는 단어 중 하나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선택권은 정말로 여러 방면에서 다양화되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만큼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화되는 선택권들은 우리가 이전세대에서 비교적 당연히 여기던 것들까지 포함했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와 같은 기본적인 삶의 형태부터 시작해서, 사랑하고자하는 대상의 성별도, 우리가 먹는 ‘음식’까지 그 중 하나였다. 우리는 이제 당연히 여기던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고찰하고, 각자의 성향이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사실 ‘비건’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 정착했다고 보기에는 어렵기도 하다. ‘채식주의’의 개념이 등장한 초반에는 무작정 ‘다름’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들과 다를 건 없었다. 왜냐면 언제나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논비건에게 무작정 비건을 강요하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일이 대다수였고, ‘비건은 건강하지 못하다’라는 인식이 만연했으며, 그 식습관을 분명 아이에게 답습시킬 것이라는 비건인들에 관한 혐오적 글들은 자주 인터넷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고기를 즐기는’ 이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며 살아온 것들이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취하던 태도의 거의 전부가 오해에 가깝다는 사실은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처럼, 다행히도 흐름은 조금씩 변화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자신을 비건이라고 소개하는 방송인들이 많아졌고, 비건 요리가 방송에 더 자주 등장한다. 육식을 중심으로 하는 먹방 방송 맛있는 녀석들은 최근 비건 특집을 방송 했고, 앞에 언급한 것처럼 방송 윤 스테이에서도 비건 메뉴가 등장했다. 아주 드물지만 번화가에는 비건 식당이 생겼고, 편의점에서도 비건 음식을 구할 수 있다(씨유 비건 떡국, 지에스 비건 떡볶이). 심지어 입영 시에 미리 신청을 한다면 군인에게도 비건 식단이 지급가능하다.


나 하나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는 대신에, 최소한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친화적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명의 사람이 비건일 때보다, 백명이 플렉시 테리언일 때 지구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혹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참여가 어렵다면, 더 관심을 가지는 정도로 시작해도 좋겠다. 달걀을 사더라도 동물복지 달걀을 구매한다던지, sns에 고기사진 올리지 않기 정도를 같이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더 꾸준하게 시도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참고자료

씨리얼, 기후변화,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QnA)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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