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블루노트의 기록, 재즈의 기록 [음악]

The Finest in Jazz
글 입력 2021.01.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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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가 재즈 레이블로서 지니는 상징성이나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두드러진다.

 

찬란했던 1950년대를 지나 1960년대 초반 이후 줄곧 ‘재즈는 위기다’, ‘하향세인 음악이다’라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럼에도 아직은 재즈는 죽지 않았음을, 그리고 블루노트의 음악이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다양한 앨범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있다.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루노트가 지금까지 사람들이 찾는 재즈 레이블로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 좋은 음악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콘텐츠가 마니아와 일반 대중들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블루노트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 이를테면 버드 파웰, 덱스터 고든, 리 모건, 노라 존스 등 이들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공연 실황 영상이 불특정 다수를 재즈의 매력에 빠뜨리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에서 구해 볼 수 있는 작품과 영상물 위주로 소개해본다.


 

 

블루노트의 관악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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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에서 [City White], [The Sidewinder]등 대다수의 앨범을 발매한 하드밥 트럼펫터 리 모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는 모건을 죽였다>(I Called Him Morgan, 2016)는 리 모건이 아내 헬렌 모건에게 살해당했다는 단편적인 사실에서 출발하는 다큐멘터리다.

 

리 모건이라는 사람의 생전 흔적을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돌아보고, 생애의 마지막이 된 총격 사건에 대한 조각난 진술을 제시한다. 그 빈 조각들을 리 모건의 음악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완성되지 못한 채로 남겨둬야 할지는 각자의 몫일 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같이 진중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바로 <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 1986)이다.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과 색소포니스트 레스터 영, 이 둘의 생애와 주변인의 관계를 모티브 삼은 데일 터너라는 색소포니스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역할을 덱스터 고든이 맡았다.

 

두말할 필요 없는 테너 색소포니스트 덱스터 고든은 블루노트에서 [Our Man In Paris], [Go!]등 그윽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수작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버드 파웰과 동년배이자 비슷한 삶을 살았고, 앞서 언급한 앨범 [Go!]에서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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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프랑스인 ‘프란시스’는 프란시스 빠우드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고, 실제로 그는 버드 파웰과 절친한 관계였다. 이처럼 가상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실존 인물과 배우들이 영화를 직조해 나감으로써 관객들과 재즈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기시감과 음악적 몰입도를 부여한다.

 

쳇 베이커, 웨인 쇼터, 허비 행콕(라운드 미드나잇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등 훌륭하고 색깔 있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사운드트랙에 참여하여 영화의 전반적인 수준을 한층 높였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영화와 동명으로 발매했고, 동시에 블루노트에서 [The Other Side of Round Midnight]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두 앨범의 수록곡은 각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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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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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에 관해 다룬 다큐멘터리 Blue Note: A Story Of Modern Jazz는 1939년 레이블 설립 이후 황금기였던 1960년대 초반까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설립자 알프레드 라이온과 그의 동료이자 사진작가 프란시스 울프의 기록물을 바탕으로 그들의 작업 방식과 철학, 루디 반 겔더의 사운드, 그리고 블루노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앨범 디자인을 맡았던 리드 마일스의 작업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다양한 라이브 클립과 인터뷰가 이 대중적이고 상징적인 재즈 레이블의 사료로서의 가치도 함께 돋보이게 한다.

 

이 다큐멘터리가 궁금한 독자는 아마존에서 DVD를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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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에 대한 흥미로운 앨범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가 직접 블루 노트의 음악을 추린 컴필레이션 앨범 [Blue Note Perfect Takes]다.

 

이 앨범은 시디와 함께 DVD가 수록되어 있다. DVD에는 프로듀서 마이클 쿠스쿠나가 루디 반 겔더를 인터뷰한 영상이 담겨있는데, 그가 작업해온 레코딩에 관한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Blue Note Records : Beyond the Notes라는 다큐멘터리는 허비 행콕, 웨인 쇼터가 젊은 아티스트인 로버트 클래스퍼, 앰브로스 아킨무시리가 함께 앨범 작업을 하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난 80년간 블루노트의 유산과 영향력에 대해 톺아본다.

 

이 글에서 소개된 작품 중 가장 근작(2018년 제작)으로, 벤쿠버 국제 영화제나 셰필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등에서 상영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특별 상영을 마쳤고, 아시아에서는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아시아 프리미어(최초 상영) 자격으로 상영이 진행됐다. 이후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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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y Rollins : Beyond the Notes라는 동명의 부제를 지닌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이 영화는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에 대한 이야기다. 소니 롤린스 역시 [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 [Sonny Rollins, Volume 1]등의 앨범을 블루 노트에서 발매했다. 차분하고 지적인 톤에서 묘한 탄성(彈性)과 완력이 느껴진다.

 

그의 80번째 생일 콘서트를 배경으로 하여 그를 따라가는 작품이고, 이 작품은 수년 전 한국의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다. 현재 아마존에서 대여나 구매가 가능하다.

 

 

 

블루노트 공연 실황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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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의 공연 실황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시 1985년의 타운 홀 공연을 담은 [One Night with Blue Note]아닐까. 1960년대 중반부터 어려운 상황을 면치 못하던 블루노트가 EMI 산하로 편입된 후(현재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다시 한번 내딛는 야심찬 발걸음이자 도약의 발판과도 같은 공연이었다.

 

프레디 허버드, 허비 행콕, 론 카터, 스탠리 조던, 아트 블래키... 시대를 수놓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재회와 연주는 그 무엇보다 마음을 동하게 한다. 재즈가 다시 뛰는 느낌이라고 할까.


앞서 언급한 프로듀서 마이클 쿠스쿠나는 보다 더 다양한 아티스트를 블루노트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소개했고 그 결과 블루노트는 더 다양한 음악적 풀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일장일단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의 선택은 분명 레이블을 전반적으로 환기시키고 새로운 방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마이클 쿠스쿠나가 그렇게 함께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바로 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루치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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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페트루치아니는 1985년 타운홀 공연 이후 블루노트에서 [Power of Three], [Michel Plays Petrucciani]등 몇 장의 앨범을 더 발매하고 드러머 레니 화이트,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 등과 함께 [The Manhattan Project]라는 퓨전 재즈 앨범을 낸다. 블루 노트는 뉴욕 첼시 스튜디오에서의 앨범 공연 실황 영상을 2005년에 DVD로 발매한다. 공연은 1989년 말에 이루어졌으니 꽤나 늦은 발매였다.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공연이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에서는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블루노트의 75주년 콘서트의 공연 실황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웨인 쇼터, 맥코이 타이너, 노라 존스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다. 웨인 쇼터는 [The Manhattan Project]에서 보여준 파워풀하고 화려한 연주는 아니지만 세밀한 블로잉으로 곡의 서사에 심도를 부여한다. 노라 존스의 음색은 블루 노트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듯 담담하고 나직하다.


노라 존스2017년 런던 로니 스콧 클럽에서의 트리오 공연을 DVD로 발매했다. 블루노트에서 강력한 판매고를 지닌 그녀는 탄탄한 실력과 앨범마다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혹자에게 선물 같은 달콤함을, 또 다른 이들에게는 약간의 당혹감을 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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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공연 실황에서는 앨범 [Day Breaks]를 중심으로 과거 앨범의 수록곡과 함께 베이시스트 크리스토퍼 토마스,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와의 조화로운 호흡을 여실히 들려준다.

 

섬세함과 다채로움이 로니 스콧 클럽의 분위기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양질의 공연 영상이다. 앞으로 다양한 블루노트 아티스트들을 이런 공연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블루노트가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새로움과 전통이 교차되는 소리이자 기록이었다. 이렇게 가치 있는 것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다가와 주길 바란다. 그러면 분명 재즈는 다시 한번, 사람들을 ‘스윙’할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다시 찾아올 그날에 블루노트가 그 중심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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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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