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입이 근질근질, 저 좀 말려주세요 [사람]

글 입력 2021.01.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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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갈 때 지하철 말고 걸어서 가야해! 알겠지? 걸어서! 지하철 타면 안돼! 꼭 걸어서 가! 걸어서!”

 


‘호의’였다. 3년 전, 막 성인이 된 여동생에게 건넨 호의. 당시 서울 살이 7년차였던 내가 서울 살이 0년차인 동생에게 단단히 이른 것이다. 사람 미어터지는 ‘한양’의 지하철을 굳이굳이 2호선, 9호선 환승하지 말고 ‘쉽고, 편안하게’ 가라는 의도였다.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독이 되어 동생 몸 곳곳에 퍼져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는 최근에서야 알았다.

 

 

 

2녀 1남 중 첫째



나에겐 항상 ‘언니’, '오빠‘ 또는 ‘선생님’, ‘멘토’가 필요했다. 하지만 친동생들과 나이가 6살, 9살 차이가 나는 탓에 ‘K-맏이’ 노릇을 해야 했다. 어린 동생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선택한 것이다. 수많은 선택지를 앞에 두고 혼자 고민하고 선택했다.


물론 부모님이 필자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었기에 선택에 어려움이나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언이 필요했다.


‘대학 전공은 뭘 선택해야 하지?’


뚜렷한 꿈이 없었던 나는 고3때 조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수십 명의 학생을 상대해야했고 각 학생에 맞는 원포인트 상담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때부터 살길을 찾았다. 방법은 하나였다.


‘몸으로 부딪히기’


마음 가는 대로 선택했다. ‘감’으로 전공을 선택했고 ‘촉’으로 그 전공을 바꿨다. 20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패션 디자인, 글쓰기, 작가 학원 등을 다니고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 그 7년의 시간은 한 직장에 정착하여 돈벌이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는 큰 기회비용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좋아하는 산업에, 잘할 수 있는 직무를 얻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는 겪어 봐야 아는구나.’

 

 

 

유턴, 좌회전, 우회전 아니고 쭉뻗은 지름길



하지만 한국의 ‘가족주의’가 이상하게 발현되었던 탓일까, 아니면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아니다. 항상 지니고 있었던 ‘멘토’에 대한 필요성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외친 내가 어느새 동생에게 ‘집착과 간섭’을 하고 있었다.

 

 

[크기변환]아우토반.jpg

 

 
A 길은 돌이 많아서 걷기 힘들고, B 길은 진흙탕이라 더럽고, C 길은 사람이 많아서 지나가기 힘들어. 아마 Z길이 잘 닦여 있을 거야.
 


동생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는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고, 어려운 길에 들어서지 않았으면 했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도움이라 생각했던 나의 말들이 동생의 선택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동생은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채 나의 말, 즉 ‘간접경험’에만 의존하여 A 길을 피하고 Z 길에 들어서려 했다. 경험에서 나온 나의 말이 위협적이어서 자발적으로 섣불리 행동하지 못한 것이다.

 

 

[크기변환]슈퍼마리오.jpg

 

 

하지만 인생은 슈퍼마리오가 아니었다. 슈퍼마리오에서처럼 초록색 굴뚝에 들어가면 시공간을 스펙타클하게 이동하여 고생과 노력 없이 바라던 결과가 짠!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생에는 ‘경험치’가 필요했고 결과를 위해서는 진흙탕이든, 과정이 따라야 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상대가 직접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면 과묵한 언니, 누나가 되어야지. 동생이 ‘실패’하는 것을 슬퍼할 일로 치부하지 않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지.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동생을 믿고 응원하는 것이 미덕임을 깨달았다.


내년에 20살이 될 남동생에게 1월 1일이 되는 순간 말할 것이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가는 방법은... 네가 한번 알아봐”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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