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도 몰랐던 편견과 마주하다 -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정신과의사의 솔직한 자기고백 "나는 혁명을 꿈꾼다."
글 입력 2020.12.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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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장애인’, ‘정신병자’가 상대방을 비하하기 위한 욕설로 쓰이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편을 가르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폐를 끼치거나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을 견디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세상에서 우리는 흡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병들게 하는 리바이어던의 정체가 궁금할 지경이다.


누구나 저만의 이유로 바쁘고 힘든 지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 힘든 것도 괴로운데 남이 힘든 것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 취업은 안 되고, 출산율은 낮아지고, 경기도 어려운데, 뉴스를 키면 갖가지 혐오 범죄까지 일어나는 실정이다. 다들 편을 갈라 싸우고 있지만 사실 어느 편도 온전한 승자는 없다.


이런 순간에도 기꺼이 남을 향해 손을 내밀려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남들과 함께, 남들과 같이.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 안병은이 쓴 에세이,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다.



5.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jpg

 

 

작가는 ‘정신질환이 일종의 형벌처럼, 치료는 일종의 벌칙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재 사회를 안타까워하고 경계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정신병을 가진 환자를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망상이나 환청을 숨기지 않아도 되며 중증 정신질환자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마음껏 마음을 아파할 수 있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위한 혁명을 꿈꾼다. 이 책은 나의 혁명에 관한 책이다.” (p.42)


혁명이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다. 스스로 혁명, 이라 칭할 만큼, 작가가 바라는 세상은 파격적이다. 적어도 현재의 한국이 그렇게 바뀌기란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병원을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신병원을 가보라는 말은 걱정이 아닌 모욕이 되고, 장애인들과의 통합교육은 아직도 불쾌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정확한 수치를 들이밀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강제로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걸 뉴스에서 몇 번이나 봤는데, 하고 은연중에 잠재 되어있던 편견을 ‘2018년 기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0.46%일 뿐이며,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도 2.39%에 불과하다.’하고 꼬집어준다. 나는 책을 읽으며 그제서야 그랬던가, 하고 나의 편협한 시각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내 일도, 나와 가까운 사람의 일도 아니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중증 정신질환에 대해 작가는 스스럼없이 현실을 들이민다. 가벼운 것도 아니고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다면 정신병원에 입원해 다 나을 때까지 치료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얼마나 무지했던가.


“이처럼 정신병원은 ‘치워버리고 싶은’ 사람들을 ‘치워버리는’ 역할을 했다.” (p.90)

“짧은 기간에 ‘문명화’된 한국 사회를 살아간 정신질환자들은 ‘문명’의 관점에서는 받아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정신병원으로 내몰렸다.” (p.94)


고백건대, 나는 정신질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언젠가 마음이 힘들 때는 혼자 앓지 말고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말에는 이런 게 있구나,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정신병원에 가서 입원하는 게 그 사람과 타인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정신질환자들을 ‘치워버리는’ 것에 동의하고, 그들을 정신병원으로 내쫓는 것에 가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입원 치료만이 답이 아님을 수많은 경험과 자료에 근거해서 말한다. 입원을 한다고 끝이 아니다. 정신질환자를 전부 정신병원에 가둬 끝낼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의 입원 치료에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환자는 공동체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믿는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남이 함부로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자기 돌봄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p.185)


비유하자면, 의사가 환자에게 언제까지나 물고기를 잡아줄 수는 없다. 언젠가는 혼자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가르쳐줘야 한다. 환자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물고기를 잡아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도움과 배려가 약간은 필요할지언정 말이다.


인간에 대해 확신에 가득 찬 따뜻한 믿음이 책 전체에서 느껴진다. 순탄한 인생을 살아와서가 아니다. 어려서는 ADHD로 고생했고, 의사가 되고 나서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함께 일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의 믿음은 다음과 같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한다.” (p.271)


작가는 정신질환자들을 고용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기업 ‘우리동네’를 만들고 나서 부당하고 억울할 법한 일도 많이 겪었다. 정신 질환자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다는 비난에도, 막상 겪게 되는 내부에서의 어려움에도, 정신장애인이라는 사람들의 차별에도, 성공할 수 없는 도전이 분명함에도 작가가 끝까지 밀고 나간 이유가 있다.


“망할지라도 이 길이 어떤 길인지 남들에게 최대한 보여줘야 했다. 어떤 게 힘들고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했다. 나는 추락하겠지만 남들은 더 멀리 전진하기를 바란다.” (p.332)


모든 성공에는 실패가 선행된다.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모든 일이 잘될 수만은 없다. 작가는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감행하겠노라, 정찰병이 되겠노라 다짐한다.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는 정신 질환자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는지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하며 배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


작가의 주장은 급진적이다. 도덕적으로 옳고 훌륭한 이야기지만, 막상 내 옆집에 중증 정신질환자가 살고, 내 직장동료가 중증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면 달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머리로는 그것이 옳음을 알면서도, 내가 겪게 되는 피해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아마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작가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편협함과 비겁함, 그리고 무지를 마주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여기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처음으로 마주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통합교육을 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선택했으니 그렇게 심한 정신질환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소리 지르며 내 뒤를 쫓아오는 덩치 큰 남자아이가 무서웠고, 수업 시간에 갑작스레 난동을 피우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통합교육이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장애학생과 일반학생, 선생님과 학부모까지 서로가 힘든 일인 것 같다.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하는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식개선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작가는 ‘선입견은 함께하지 않을 때 더욱 강화된다’라고 한다.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함께 해야 한단 뜻이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함께인가, 교육인가.


모든 개성과 다양성이 인정받는 세상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시행하기까지의 수많은 장애물이 두렵다. 작가는 끊임없이 공동체를 주장하지만, 사회는 이미 개인주의화 되어간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사회는 끊임없이 분열되는데 나와 다른 타인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부 끌어안는 공동체가 과연 가능할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맞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모두 다를지라도, 우리는 우선 그에 대해 생각은 해봐야 한다. 지변을 넓혀주는 책으로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추천한다.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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