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이 잘 안 써지는 데 어떡하지? [사람]

한 줄 내 글을 적는게 왜 이리 어려운지.
글 입력 2020.12.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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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사실 떠오르는 글감도 없다. 요새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환경에 변화가 없어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었을까?

 

하긴 요즘 나의 일과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오는 게스트들처럼 밥 챙겨 먹는 게 주요 일과이고 그 밖의 시간에는 최대한 게으름을 핀다. 주로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몰아서 처리하고 우리집 고양이랑 낮잠을 잔다.


가끔은 한동안 안 보던 드라마를 몰아보고 침대에 누워 일할 때는 잘 하지 않던 인스타그램을 켜서 아무 생각없이 스크롤을 쭉 내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니 보통은 이 두개를 동시에 하는데 그 말은 즉 티비를 보는 일도 sns 을 염탐하는 일 그 어느 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다는 말이 된다.


너무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의 지적 능력 퇴화가 괜히 걱정되어 간혹 책을 읽기는 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 또한 읽는 만큼 곱씹고 나에게 적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진정 의미 있는 것인데 나는 그 짧은 시간조차 견디지 못하고 끝내 흘기며 책을 덮고 만다. 글을 쓰려 요약본 정도나 될까 기억에 남는 내용도 의미 있는 한 줄도 건지지 못했다.


한창 바쁠 때는 나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나 혼자만의 시간만 있으면 뭔가 실용적이고 내 안의 나와 대화하는 깊고 의미 있는 그런 찐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요즘에 와서야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시선을 나로 돌리는 힘이 부족했다. 일기라도 써보려 했지만 그 어떤 글도 적지 못했고 나머지 집중하지 않은 시간들은 외부로, 타인의 삶을 탐색하며 쓰기 바빴다.


나는 시선을 다시 나로 돌려 내 안에서 소재를 찾아야만 했다. TV 방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까지 돌려 보며 점점 내가 아닌 타인의 색에 물들어 버린 듯한 찌뿌둥한 느낌을 어떻게든 지워내고 내 글을 적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 아침마다 명상을 해보면 좀 달라질까 싶어서 남편이 깨지 않게 거실로 나와 가부좌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엉뚱한 데서부터 버퍼링이 생긴다. 명상을 시작하기도 전 유튜브에서 밑의 댓글들을 확인하며 좋은! 명상 음악을 고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잡생각이 떠오른다. 몇 번을 시도하다 내가 명상이 잡생각 때문에 자꾸 실패한다고 말하자 나보다 고수인 친구가 해 준 이야기가 있다.

 

 

그건 잡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고

니 생각이 없는 거야.

 


생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들은 가만보면 목적 없이 살고 있는 나의 요즘과 타인의 잣대에서 오는 잡소리였다. 명상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명상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의심하고 누군가에게 계속 물어보고 확인 받고 싶어 지는 마음과 해결책 없는 고민과 걱정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건 반대로 강하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아마도 한동안 내가 글을 적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 많은 글과 영상을 접한 탓에 내 글이 허접해보이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안 것이다. 매일 같이 재밌는 콘텐츠들을 접하다 보니 변화 없는 나의 단조로운 삶에서 나온 글들은 무미해 보였다.

 

댓글을 읽으며 그 콘텐츠를 평가하는 나는 타인도 나를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에 내 글 한 자 적는 걸 무의식적으로 겁을 냈다. 내 안에는 타인에게 검증받아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마음이 있었고 오롯이 내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은 힘이 없었다.

 

어떤 글을 쓸까, 주제는 뭘로 하지, 남들은 뭐를 썼나 고민만 하다 내 글쓰기에서 자꾸만 타인의 글로 넘어갔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꾸만 물어보고 싶은 순간이 가장 나와 멀어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어렵게 글을 써 본다. 꼭 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며 지내는 일상 와중에서 아마도 나를 바로 세우고 싶은 의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 습관이 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 까지만 아무 글이나 적어보고 잘 안 써지면 그냥 다른 할 일을 한다.

 

사색이 말처럼 쉽지 않고 내가 쓴 글들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힘이 있는 나의 글을 위해 날 것 그대로 계속 써 내려가려 한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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