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에 대한 이야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2.13 09: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jtbc의 <방구석1열>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사실 본 방송을 챙겨보지는 못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재방송으로 보고 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투자하면 2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실제 감독 및 배우를 비롯하여 패널 및 게스트들의 영화평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튼, 어제도 <방구석1열>을 보려고 회차 목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기억'을 소재로 한두 편의 영화를 소개했던 회차를 발견하고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

 

나는 기억이라는 소재를 무척 좋아한다. 기억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이란 객관적일 수 없다고 믿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 따라서 소설이나 영화에서 기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롭다. 그중, 어떤 기억이 '진실'을 담고 있는지 추론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물론 이런 장르의 특성상, 주로 진실된 기억의 소유자는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 그들은 주로 주인공의 기억을 조작하고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역할을 담당한다.

 

관객들 역시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며 께름칙한 눈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던 그때, 등장하는 반전! 사실은 주인공의 기억이 진실이었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기억 이야기를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기억은 곧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hotos-256887_640.jpg

 

 

나는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억력이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나는 관심의 정도에 따라 기억력의 정도 또한 달라진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는 주변 지인들이 입는 옷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흘깃 보기만 해도 어제는 무슨 옷을 입고 왔는지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내 머릿속에는 그 사람의 옷장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큰 관심이 없는, 예를 들어 요즘 핫하다는 카페의 이름은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 거기. 이름이 뭐였지?' 하고 되묻기 일쑤이다.


어제 본 <방구석1열>의 게스트였던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의 말씀을 차용하자면, '기억이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단서'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기억의 파편들이 모이고 모여 과거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때로는 지금의 내가 내린 결정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억과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 지루할 수 없다. 한 사람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은 곧 그 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만들어진 기억일지라도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면, 과연 지워버릴 수 있을까?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