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의 일기] 모호하고 흐릿한 저 하나의 욕망을 향해 - 블랙미러 시즌3 추락

‘블랙미러 시즌3 추락’ 리뷰
글 입력 2020.12.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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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점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 레이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점을 4.5 이상으로 올려야만 한다. 고지가 눈앞, 하지만 그 순간 일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면서 ‘나’는 소외된다. 이건 인간 최대의 비극.” 이 문장이 계속해서 맴돈다.

 

블랙미러 ‘추락’을 봤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나타내는 숫자를 꼬리표처럼 하나씩 달고 다닌다. 이 평점은 주변인들의 평가에 따라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한다. 블랙미러 시리즈는 삶의 모순적인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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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된 욕구


 

주인공 레이시는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평점 1.4의 수잔을 만난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평점 쌓기에 매진하냐는 수잔의 질문에 레이시는 머뭇거린다. “글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다들 그 무언가를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잖아요.”

 

‘나의 욕구’가 사실은 사회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성공’이라고 하는 것을 계속해서 쫓는다. 도대체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 가면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언젠가 그곳에 도달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나는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기가 정말로 필요한 걸까? 각종 음식 레시피와 간편함을 뽐내는 매체 속 물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그것들을 원한다는 욕구가 심어지는 것 같다. 나는 정말로 복잡한 도시 속에 커다랗고 넓은 집을 원하는 걸까? 더 넓은 집, 더 높은 집, 완전한 내 집을 위해 계속해서 돈을 벌고 싶은가? 넘쳐나는 상품 속에서 그 욕구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심어지고 나는 관성적으로 그것을 원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편리함은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술들은 편리한 기계 사용으로 대체된다. 손 기술을 빼앗긴 우리는 그곳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이미 완성품으로 가격표가 붙여진 상품들을 그저 돈으로 소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채워질 수 없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밑 빠진 독에 돈을 쏟아붓는다.

 

평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다르다.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 비행기 좌석, 자동차 렌트, 모두 평점에 따라 결제할 수 있는 자격이 다르게 주어진다. 레이시는 더 큰 집을 보러 가고 그 집은 레이시의 욕망에 꼭 맞는다. 전광판에는 그 집에서의 레이시와 동반자의 얼굴이 합성되어 보여진다.

 

레이시가 그 전광판을 지나치자 레이시의 모습만 화면에서 지워진다. 레이시는 자신에게 딱 맞는 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레이시만 지워진 화면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한 명의 소비자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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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회


 

평점은 오로지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만 높일 수 있다. 평점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웃는 얼굴로 상대에게 인사를 건네고 즐거워 보이는 사진들을 피드에 업로드한다.

 

레이시의 직장에 두 사람의 갈등이 있었고 그에 따라 직장 동료들은 한 사람의 평점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또한 레이시가 공항에서 욕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감시는 그의 평점도 추락하게 한다.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도록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솔직함이 없는 곳에서는 갈등도 없어 보인다. 내면의 느낌과 깊은 곳의 마음들은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 쌓여갈 뿐이다. 화도 분노도 없는 곳이 과연 평화롭다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을 꾹 눌러 담는 사회가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할 수 있는가? 분노와 불편을 비폭력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고 아예 지워버리는 그곳에서 결코 그 누구도 편안하고 평온할 수 없을 것이다.


‘블랙미러 시즌3 추락’은 우리 지금의 삶을 보여준다.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이 부여된 욕망과 서로 감시하는 구조 안에서 자각하는 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맥락 위에 내가 놓여 있음을 인식한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구조에 잠식되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저 하나의 욕망을 쫓고 그 안의 자신의 느낌을 지워나가게 될 뿐이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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