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콜' [영화]

글 입력 2020.12.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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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이야

너희 아빠를...

내가 다시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달 27일, 영화관에서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만 공개한 한국의 두 번째 영화가 생겼다.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상업 영화 <콜>. 처음 넷플릭스 독점 공개한 영화 <사냥의 시간> 개봉 이후 7개월 만이다.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된 <사냥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콜> 또한 원래 3월 개봉을 계획해서 홍보했지만, 결국 11월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했다. 3월 홍보 당시에 한 예능에 영화의 주역인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배우가 출연했을 때 처음 영화의 존재를 알았는데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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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는 알지 못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다 영화 <콜>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에서 2012년에 개봉한 <더 콜러>(한국에서 '더 콜러'로 개봉한 영화 <서치>로 유명한 존 조 배우의 2018년 영화(Caller ID)와는 다른 작품)이다.


사실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소재만 빌려오고 줄거리는 다른 부분이 더 많다. <콜>만 영상으로 접해서인지 줄거리는 이 작품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물론 둘 다 즐거운 내용의 영화는 절대 아니다. 전화로 사람의 인생이 아주 큰 변화를 겪는다는 점에서 두 영화 모두 꽤 충격적이다.


아직 영화 <콜>을 보지 않았고,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지 못하고,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읽길 바란다.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글을 쓸 것이지만... 결국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내용 진행의 힌트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후기는 늘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인지 영화를 본 후에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 게 어렵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과거에 쓰던 전화기에서 모르는 사람 영숙(전종서)의 전화를 받는다.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전화기 속 상대는 무척 다급하게 서연이 아닌 누군가를 찾는다. 이후 서로가 다른 시간대, 무려 20년을 사이에 두고 전화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년이라는 시간 차이에도 같은 나이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자주 전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과 ‘영숙’은 각자의 현재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20년 전에 사고로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영숙'이 구하고, '영숙'의 미래를 '서연'이 알려준 것이다. 이들이 한 선택은 끔찍한 미래를 가져온다.

 

 

'연쇄살인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그녀가 나의 과거를 노린다'


포스터에 적힌 한 문장이 영화를 너무 잘 설명하고 있다. 문장에 적혀있듯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고, 그녀는 누군가의 과거를 노린다. 영화 포스터를 보았거나, 예고편을 본 사람이면 이 문장에서 '연쇄살인마'와 '나'를 어떤 배우가 맡았는지 알 것이다.

 

영화는 '나 = 서연'의 시선에서 주로 전개가 된다. 내용 중간으로 가면 서연의 시선과 영숙의 시선이 번갈아 등장하지만, 중심인물은 서연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서연과 영숙, 두 캐릭터는 영화 전반을 단단한 에너지로 이끌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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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 후기를 먼저 읽었는데, 첫 감상평이 전종서 배우의 광기 어린 연기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렇다. 전종서 배우의 목소리, 눈빛과 표정으로 완성되는 놀랍도록 신비한 분위기와 캐릭터 '오영숙'의 만남은 지금도 생각만으로 간담이 서늘하게 한다.


영화 끝난 후, 잠자기 위해 화장실에서 칫솔을 가지고 나와 거실에서 양치하고, 내가 지나다니는 모든 곳을 밝게 불을 켜둔 건 분명 전종서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영숙은 언젠가 밤에 TV에서 상영하는 <버닝>에서 봤던 해미(전종서 배우 역)보다 더 강렬한 에너지로 영화를 지배했다.


영화 <콜>에는 주연인 박신혜, 전종서 배우를 포함하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알아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등장하는 배우마다 '어? 이 배우도 나와?'를 외쳤던 기억이다. 배우들은 모든 장면에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에 더 몰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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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또 감탄했던 부분은, 영화 진행 중 인물의 선택으로 진행이 뒤바뀌는 장면의 연출이었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어떤 장면을 말하는지 알 것이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장면을 세련되게, 자연스럽게 연출해서 영화에 더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기술과 방법으로 영화 장면이 촬영되는지 알지 못하는 장면들을 그저 편하게 감상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콜> 속 특정 장면들은 영상을 보며 어떻게 촬영했을지 궁금해지는 놀라운 연출이었다. 마치 <비바리움>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젬마가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사실을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되는 장면을 다시 보는 듯 굉장했다.


사실 영화 <비바리움>은 영화 연출에서뿐만 아니라 <콜>의 결말까지 다 본 후에도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콜>이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서 영화의 반전이 진행된다면, <비바리움>은 같은 시간 다른 장소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겉보기에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 두 영화가 결말에서 나에게 주는 감정과 교훈은 비슷했다. 사람을 쉽게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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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이 보여주는 끔찍한 전개의 시작을 생각해보면 서연의 호의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를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영숙의 모습에 먼저 다가간 서연은 친구라는 사실만으로 영숙에게 너무 쉽게 호의를 베풀었다. 물론, 영숙도 서연의 아빠를 구해주었다.


그러나 공식 예고편에도 나온 영숙의 "너희 아빠를 내가 다시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은 결국 영숙이 시간의 우위에서 의지만 있다면 서연 주변을 철저히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말임을 서연은 처음부터 알았어야 한다. 그랬다면 서연이 이후에 겪는 많은 일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

 

개봉한 지 아직 일주일 된 <콜>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영화일 것이다. 내용 전개에 있어서 아쉬웠던 부분은 있었지만,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콜>은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작품을 기대하기에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충현 감독은 <콜>이 원래 극장 개봉을 목표로 준비한 작품인 만큼 사운드와 음악 작업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감상하더라도 꼭 이어폰으로 소리를 감상하는 걸 잊지 않고 보길 바란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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