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톨스토이의 인생수업 - 인생에 대하여 [도서]

글 입력 2020.12.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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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내가 러시아에 가고 싶은 이유이자, 올해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담긴 작가들이다. 러시아를 떠올리면 무엇보다 러시아의 대문호가 생각나는데 정작 부끄럽게도 톨스토이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을 정성껏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속 모든 챕터의 문단을 이루고 있는 문장들은 모두 나를 괴롭혔고 나를 깨우치게 했다. 그리고 내 능력이 부족한 탓에 톨스토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온전히 다 받아들이지 못함이 아쉬웠다. 이 책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다시 읽으며 곱씹어야 할 고전의 가치를 느끼며 언젠가 그가 말한 인생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했다.

 

 

표지.jpg

 

 

 

톨스토이



톨스토이가 2살 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9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16살에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결국엔 중퇴하고 사교계 생활과 도박 등에 빠져 방황하다가 친형을 따라 입대하게 된다. 오랜 군 생활 속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제대한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낸다. 농민들의 열악한 삶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 농민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도 개설한다. 또한 계속해서 작품을 써 내려가며 훗날 전세계인들이 알게 되는 명작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출간한다.

 

현실에서의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둬 철학적 관점으로 여러 책을 썼으며 만년에 이르러 술과 담배를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농부처럼 입고 노동하며 생활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생명주의를 이야기하며 비폭력운동에도 영향을 끼친 사회사상가의 삶을 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 같게도 조용한 피난처를 찾아 집을 나왔다가 한 아스타포보 역에서 죽게 된다.


몇 문장으로 그의 삶을 정리할 순 없지만, 작가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나이순으로 보다 보면 작가의 책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그러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보통 고전 작품을 읽다가 이 소재로 이러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능력에 감탄하며 어떻게 이러한 필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를 포함한 여러 궁금증으로 작가의 삶, 연보를 찾아본다.

 

사실 이전에 톨스토이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제대로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톨스토이 작가의 삶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이번 책을 읽어보며 이 <인생에 대하여>는 그가 59세일 당시에 집필했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여러 그에 대한 정보를 찾고 그 시대로 돌아가 톨스토이의 삶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35가지 이야기



톨스토이는 인생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35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써 내려갔다. 현실 세계에 대해 오랜 시간 바라보며 얻은 통찰을 담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구분을 통해 특수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그렇게 나의 죽음에 두려워하기보다 진정한 생명의 의미를 깨우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사는데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고통의 근본적 존재 이유를 물으며 결국엔 인간의 삶은 행복에 대한 지향임을 밝히며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과물 <인생에 대하여>가 완성된다.


 

브라만, 부처, 조로아스터, 노자, 공자, 이시야,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 발전시킨다는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현학자들은 그것을 미신이요 미망으로 간주한다.

 

p.43

 


초반에는 율법 학자와 현학자의 그릇된 가르침을 철저히 비난한다. 그들을 포함한 대다수는 외적 관찰을 통해 생명을 탐구하며 과학적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이에 대한 믿음을 전파한다. 결국엔 인간 존재 목적의 빙산의 일각만을 전부라고 오인하며 진부한 생명 관념을 굳히게 된다. 이 대목에서 권력과 결탁한 기독교를 포함한 러시아 사회와 종교를 강렬하게 비판했던 그의 과거 모습들이 드러난다.

 

그 비판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들리고 있지만, 현시대에서의 현학자와 율법 학자, 종교는 그대로인 듯하다. 톨스토이가 목도한 그들의 모습은 여전하며 최근 여러 기사, 사건들을 보면서 오히려 사리사욕과 권력에 사로잡힌 모습을 만날 수 있고, 결국엔 사회를 더 망가뜨리고 혼란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잘못된 인식과 관습이기에 '그냥' 단순히 받아들인 것들에 대해 경계하고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생명을 띈 인간이 될 수 있다.


 

이성적 의식이 거짓된 가르침을 극복하고, 인간이 생의 한 가운데 멈춰 서서 인생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때가 도래하고 있다.

 

p.60

 


이성적 의식으로 인간이 진실을 깨우쳐가다 보면, 무의미로 가득 찬 세상과 무의식, 무사유로 만들어낸 1차원적인 사회에서 그 최고의 본성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그렇게 나 혼자서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진실한 의미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기 힘들어진다. 즉,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관념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분열을 겪게 된다.


여기서 톨스토이는 "눈을 뜨기 전까지 꿈은 꿈이 아니며 깨어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모든 것이 꿈이 된다"라는 비유를 통해 우리가 인생의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며 계속해서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너무나 좋은 비유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인간의 생명은 태어난다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의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시작된다. 그리고 주변에 존재하는 의식과 관념들이 진정한 깨우침을 막기 때문에 내가 한가운데 멈춰 서서 인생에 대한 설명을 주체적으로 해나가야만 한다.


 

학문이나 예술, 조국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여인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등과 같이 예찬 되어 마지않는 감정들이 세상에 최대의 악을 초래하는 법이다.

 

p.156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표현은 이성적 개체로서의 깨달음 이전에는 실현될 수 없다. 복잡한 감정들과 사랑으로 표현되는 여러 감정은 결국 일시적이고 악일 뿐,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다.


과거에 일어났던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역사에서도 그렇고, 현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다. 사랑이라고 둘러져 행해지는 수많은 행동과 위선들은 결국 거짓투성이 과정으로 이어지고 결과 또한 옳지 못한 악이 되어간다. 방식이 잘못되었다면, 사실은 사랑이라고 포장된 본연의 목적도 악이라는 것을,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세상에 외치고 싶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인간의 삶에서, '나'를 찾아야만 한다.


 

인간의 특별한 '나'가 존재하고 시간을 초월하여 언제나 항상 존재한다는 것

 

p.192

 


시공간을 초월하여 만들어진 특수한 나는 육체의 죽음이 다가올지라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세계에 대한 태도를 새로이 정립하며 생명을 찾아가는 '나'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육체적 소멸 이후 계속해서 전해지는 나의 영향력을 생각하며 다시금 나를 확립해나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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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죽음과 생명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떻게 죽는가와 죽음 이후의 삶이 지속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죽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한다. 지금 돌아보니 단순히 정보를 안다고 해서 이 궁금증이 풀리진 않지만, 그 정도 찾아봤으니 되었다는 마음에 깊이 있는 나만의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톨스토이는 50대가 되면서 이러한 생명 본질과 죽음에 대한 글들을 써 내려 갔다. 내가 60살이 되었을 때쯤에는 온전히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 스스로 떠올랐고, 지금처럼 현실에 안주하며 사고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어물쩍거리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뿐만 아니라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도, 그 고통이 가져다주는 진리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서 그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는 톨스토이를 만나며 그동안 내가 사유하지 않는 관습들로 내 인식과 마음을 채웠음을 깨달았다.

 

*

 

책의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톨스토이가 비판하고 생명에 대한 진정한 세계의 확립을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의식 분열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읽기 벅차고 힘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천천히 내가 스스로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똑같이, 나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진실의 껍질을 벗겨보게 되고 그로 인해 큰 혼란을 느끼게 되고 인상이 찌푸렸다. 이것이 바로 톨스토이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했으면 했던 경험과 모습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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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 1880년 모스크바에서 야스나야 폴랴나로 가는 단출한 차림의 톨스토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그의 눈에선 알 수 없는 깊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왜인지 모르게 나는 제대로 쳐다볼 수 없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열심히 밑줄 그어가며, 정리해보며, 정보를 찾아가 보며 읽었긴 했지만, 아직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통찰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 맞다. 하지만 나를 뻔히 쳐다보고 있는 톨스토이의 두 눈이 계속해서 공부하고, 읽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깨닫도록 만들 것이다.


현재,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고전 작품들이 많이 떠올랐다. <종의 기원>, <나의 방랑>, <데미안>, <싯다르타>, 랭보, 헤르만 헤세 등 전 세계의 고전 작품을 남긴 작가들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되뇌게 된다. 결국 인생의 이유에 대해, 본질적인 생명의 존재를 묻는  작품들을 다시 떠올려보며 내가 더 공부하고 더 나아가 삶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가 나이가 들수록 반복해서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가치와 깨달음이 커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는 내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길래 깊은 에너지와 삶이 닮긴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 대답을 찾는 나의 직접적인 삶을 실천으로, 깨달음으로 이어나가고 싶다. 자신의 생명 의미를 가지게끔 나를 만들고 싶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통해 인간의 유죄를 인식하고 인간의 생명에서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 이를 통해 이성적 판단과 생명의 살아있는 길을 걷게 되고 결국 행복을 맛볼 것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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