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엄마의 시절을 엿보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

추억 속에서 찾아낸 그 시절의 문제와 위기들
글 입력 2020.11.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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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를 보는 순간, 엄마의 사진 앨범에서 보았던 촌스럽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0월에 개봉한 신작 영화다. 삼진그룹에 몸담고 있는 고졸 신분의 여사원 3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때 그 시절에는 당연했던 것들. 어쩌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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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쯤, 자줏빛 색깔의 유니폼을 입은 평사원들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 장면을 보던 나와 엄마는 동시에 외쳤다. “저놈의 커피!!”

 

엄마는 약 30년 전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고, 나는 불과 1년 전 행정실 근로에서 매일 커피를 타고 있던 나의 모습을 기억했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유지되는 당연한 것들. 그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행정실 근로는 대학생들에게 이른바 ‘꿀알바’로 불린다. 그만큼 편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이지만, 나는 1년을 꾸역꾸역 다니다가 적당한 핑계를 대고 그만두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놈의 커피’였다.

 

학장님이 출근을 하시면 미리 파악해둔 학장님의 취향대로 커피나 차를 우려서 가져다드려야 했다. 그리고, 교수님 정기 회의가 있거나 교수님이 가끔 행정실에 오시는 경우에도 그분들의 취향대로 나는 음료를 준비해야 했다. 심지어, 내가 청소부가 된 것 마냥 학장님이 오시기 전에 학장님 방의 가습기의 물을 채우고, 쓰레기를 치우고, 책상을 청소해야 했다.

 

물론, 행정실 선생님들이나 교수님, 학장님들이 나를 많이 배려해 주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학생의 근로 업무에 이런 일들이 아주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뒀다. 이렇게 나는 당연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세대이지만 엄마 세대는 삼진그룹 토익반의 사원들과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속으로는 불평해도 ‘커피를 타는 일’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 당시 고졸 여사원이 겪어야 했던 것들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을 제시하기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 시절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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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때 그 시절의 여성뿐만 아니라 실제 역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IMF 직전에 이루어졌던 외국계 자본의 한국 회사 합병에 대해 다룬다.

 

IMF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소재이자 뼈아픈 기억이다. 한국의 상처로 남은 역사의 한 부분을 한국 여성이 해결해 나가는 플롯 형식은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주체성은 그 시절 한국의 사회와 맞물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이렇게 이 영화는 그 시절 존재했던 문제점들을 하나씩 꼬집고 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이 마냥 어둡지는 않다. 주인공 세명들의 유쾌함이 무거운 주제들을 조금 더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때 그 시절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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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이 영화를 함께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 저거 진짜 있었는데’ “저렇게 엄마가 입고 다녔어.”였다. 영화를 보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신나 보였다. 아마도 엄마는 그 시절의 것들에 대해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을 비롯하여 옷 스타일, 글씨체까지도 그 시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나는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엄마는 추억할 거리들이 많았고, 나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기에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역시 추억이라는 것은 누군가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를 견뎌온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현재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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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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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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