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의 의미 -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예술]

당신의 삶의 의미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글 입력 2020.11.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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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텅 빈 무대 위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무대에는 등장인물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사람 뿐이다. 그들은 ‘고도’와의 약속을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20세기 연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al Beckett)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는 국내에서도 극단 ‘산울림’에 의해 50년 이상 약 1500회 공연되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몇 년 전 당시의 나는 이 희곡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장장 3시간의 긴 공연이 끝난 후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당혹감, 그리고 끊임없는 의문들 뿐 이었다.

 

극 중 인물간의 대화는 상식 밖이며, 맥락이 없고, 심지어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았고, 극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특별한 줄거리도 극적인 사건도 없는 이 충격적인 형태의 연극은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짜여진 구조만 접해왔던 나에게 큰 혼란을 선사했다.

 

그리고 연극이 끝난 후 이러한 질문을 던진 이는 나 뿐 만이 아니었으리라 확신한다.

 

“그래서 고도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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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의 등장인물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라는 미지의 존재가 오기만을 갈망한다. 그들은 무려 50년 동안이나 ‘고도’라는 존재를 기다려왔으며,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의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모른다. 심지어 그 대상조차 모르는 채 그저 ‘고도’를 기다릴 뿐이다.

 

 

-가자고,

-갈 수 없어,

-왜?

-고도를 기다려야 해.

-맞아.

-이제 무얼 하지?

-고도를 기다려야 해.

-맞아.

 


갇힌 공간 속에서 두 방랑자의 말이나 행위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다. 그들의 ‘고도’를 향한 기다림은 공허하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을 계속한다.

 

 

- 그래, 이 거대한 혼란 속에서 한 가지 일은 명백해, 우리는 고도가 오는 것을 기다려야 해

 

 

희곡의 마지막 부분인 이 대사는 마치 그들의 행동이 의미를 가진다는 착각을 준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기다림은 반복되는 생활을 영원히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정당화 시킬 뿐이다.


희곡의 상황은 현실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공허한 기다림은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표상한다.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기다리는 대상, 즉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 세계의 부조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두 인물의 행위는, 탄생의 이유를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지만, 삶의 의미를 탐구하며 동시에 무의미함을 깨닫는 인간의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다.

 

베케트는 희곡을 통해 삶이 기다림의 연속이며, 인간은 기다림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증명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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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도는 무엇인가?”


사실 나는 그 질문에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고도’의 존재는 이미 각기 다른 시대의 평론가들에 의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어왔다. 신, 자유, 해방, 희망, 등의 무수히 많은 해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떠한 이가 사무엘 베케트에게 ‘고도’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가 그걸 알았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질문에는 답이 없다. 답이 없다는 사실이 바로 사무엘 베케트가 의도한 정답이다. 답이 없다는 것은 모두에게 답이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기다리는 것,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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