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몸글몸글 - 유영하는 몸짓 전시 [시각예술]

글 입력 2020.11.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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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작은 전시장이 생겼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녀서 이런 전시장이 생겼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실험적인 #미술 #전시공간'이라고 적힌 작은 공간을 발견하였다. 바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불나방’이라는 갤러리였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전시장이 생기다니.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아쉽게도 이 전시장을 발견했을 때엔 이미 전시의 1부가 끝나 있었다. 다행히 2부 전시는 이제 막 시작하여 바로 예약하고 전시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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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글몸글> - 2부 유영하는 몸짓

 

작가: 표착인류

2020.10.30 ~ 2020.11.22

* 관객 참여형 전시: 2020.11.11 ~ 2020.11.18

무료

 

서울시 성북구 삼양로 15-1 1층 불나방 갤러리

(자세한 정보는 불나방 갤러리 인스타그램 참고)



<몸글몸글>의 2부 전시 유영하는 몸짓은 11월 18일까지 관객 참여형 전시로 진행되고 이후 19일부터 22일까지는 앞서 관객들이 참여하며 남긴 흔적을 모아 전시한다. 공간이 작고 참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1시간에 최대 3명씩 받으며 네이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상주하고 있는 작가가 안내를 도와준다. 직접 안내를 도와주는 것이 참 고맙고 이해도 잘 됐지만, 안내 내용이 많아 디테일한 부분을 까먹어서 간단한 안내서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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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책자 크기의 작은 엽서와 연필을 건네받게 된다. 그 엽서의 앞면에는 현 전시의 포스터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글을 적을 수 있는 여백과 함께 세 개의 네모 칸이 그려져 있다. 이 엽서와 연필을 들고 전시장 한가운데의 네모 표식 위에 서서 눈앞에 보이는 단어 중 세 가지를 골라 네모 칸 안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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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칸 안에 단어 세 개를 모두 적은 후, 실 사이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벽면에 붙은 종이 속 글을 읽어가며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엽서의 여백에 적는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A4용지 정도 크기의 메모지에 지금까지 엽서에 적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형식은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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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마쳤다면, 쓴 글은 벽에 걸고 책상 위의 실과 가위를 이용해 벽면에 있는 글을 마음껏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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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바닷속 인어처럼



파란색 실 밑으로 몸을 굽혀 지나가고 실과 실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벽면의 글을 읽으며, 내가 마치 바다의 인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머리 위의 파란색 실은 마치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의 수면이 파동으로 일렁이듯, 글과 글이 연결된 실은 모두 높낮이가 달라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전시장 한쪽엔 바다의 잔잔한 파도를 찍은 영상이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로 인해 더욱 바다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로 된 그 바다 아래 인어가 된 나는 자유롭게 헤엄치다 수면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바닷속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훔쳐본다. 마치 동화 속 인어공주가 육지의 것을 탐하듯, 나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방식의 사고를 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그것이 글의 형식을 띠고 있을 때는 더욱 자세하게 상대의 머릿속을 훔쳐볼 수 있어서 좋다. 어떠한 주제가 주어졌을 때는 더더욱 흥미롭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음으로써 내 머릿속엔 상대방이 등장하여 나와 가상의 대화를 하게 된다.

 

그 대화 속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의견을 발견하여 반가울 때도 있고,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발견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의견이지만 다른 근거를 발견하여 내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의 수면 아래를 유영하며, 벽면의 글마다 등장하는 가상의 상대와 마주하며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제목이 <유영하는 몸짓>이듯이, 바닷속 인어가 된 나는 각 생각과 생각이 이어진 실 사이에서 이리저리 물속을 유영하듯 생각도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내보낼 수 있었다. 세 단어를 먼저 고른 후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엽서의 여백에 내 생각을 메모하는 것이 마인드맵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실로 글과 글을 연결하기도, 가위로 끊어보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는 딱히 끊고 싶은 실이 없어서 끊어보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엔 실 하나쯤은 끊어보고 싶다.

 

내가 직접 글과 글을 연결하는 것이 단순히 비슷한 느낌의 글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글과 글 사이에서 무의식이 이동하는 경로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무의식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무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고, 다른 사람이 이어 놓은 무의식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약간의 폭력성이 전시에 긴장감을 더해 주었다.




관객 참여형 전시



모든 미술가와 관람객 사이에는 하나의 공간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미술에선 미술 오브제를 통해 그 공간을 메워 관람객과 예술가가 이어지도록 한다. 하지만 관객 참여형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뛰어듦으로써 직접적으로 예술가와 소통하게 되고, 관람객 스스로 예술가가 되는 동시에 예술작품의 일부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관객 참여형 전시를 아주 좋아한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미술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고 흥미로워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마치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느낌이다. 나의 의견을 열심히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열심히 들어도 상대방도 나도 그저 같은 자리에 서서 입만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관객 참여형 작품은 그 투명한 벽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건너가서 상대방의 모습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고 무엇이든지 직접 해 봐야 분이 풀리는 성격 때문인지, 예술작품에 나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전시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 직접 참여하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대신 이 전시장 속 무의식의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어보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도 있을 것 같다.

 

꼭 관객 참여형 전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방문하여 자신의 흔적도 전시장에 남겨 두고 올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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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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