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란하게 빛나는 너와 나의 이야기: 프란시스 하 [영화]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
글 입력 2020.10.0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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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가 좋다. 삶의 우여곡절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 담대하게 걸어가는 그녀가.

 

화려한 예술가들의 도시 뉴욕, 부르클린, 반더빌트 거리 682번지. 그곳엔 둘도 없는 절친 프란시스와 소피가 함께 살고 있다.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그녀, 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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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멋진 현대 무용가를 꿈꾸는 스물일곱 살 프란시스. 늘 해맑게 웃는 그녀지만 인생이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몇 년째 무용 에이전시의 견습생 처지인 데다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좋아하는 동네에 근사한 집이 나왔다며 프란시스와 살던 집을 떠난다.

 

소피는 어느새 남자친구의 직장을 따라 일본으로 떠났고, 프란시스는 그토록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연말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잠정적 백수가 된 것이다.

 

비싼 뉴욕의 월세를 감당할 돈이 없게 된 프란시스는 급기야 자신이 졸업했던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생활한다. 얼마 뒤엔 남들에게 괜스레 뒤쳐지는 기분에 무작정 1박 2일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낭만적인 이틀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시차 적응을 하느라 밤낮이 바뀐 탓에 하루를 통째로 날려보내게 된다.

 

뭐 하나 마음처럼 되는 게 없다. 그런데 왜일까, 이상하게도 그녀는 자꾸만 반짝거린다. 방안은 온갖 물건으로 어질러져 엉망이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칠칠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소피와 크게 다툰 날엔 꿀꿀한 기분으로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비워내지만 다음날에는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하하' 하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음 짓는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도 속은 누구보다 깊고 따뜻하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와 나의 젊은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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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편이지만 <프란시스 하>는 예외다. 한번은 스무 살 무렵, 다른 한 번은 스물 세 살 겨울에, 그리고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본 것까지 합하면 총 3번이나 본 영화다. 사실 조금 걱정했다. 과거와 생각이 달라졌고 머리가 자란 나였기에 이 영화가 더는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었다.

 

세 번째로 마주한 프란시스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다만 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스무 살에는 프란시스를 동경했다. 뉴욕에서의 삶도 그저 부럽고 멋져 보였다. 무용가를 꿈꾸며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스물넷이 되어 다시 마주한 프란시스는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벌이가 좋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좇으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넉넉지 못한 지갑 형편도, 절친했던 친구와 잠시 멀어지는 모습까지도 하나하나 공감이 갔다. 그녀의 마음이 이제서야 온전히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나와 달랐던 점은 절망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는 것이다. 프란시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숨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자신만의 속도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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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모두 지나 견습생으로 있던 무용 에이젼시의 사무직으로 일하게 된다.

 

처음엔 대표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었지만 그녀는 생각을 바꾸어 새로운 선택을 했다. 오래도록 무용을 해왔고 아이들을 좋아하던 그녀였다. 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공연계가 운영되는 방식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꿈꾸던 것과는 다른 길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전히 빛났던 이유는 주어진 상황속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과 적절한 타협을 했지만 이로써 자신을 온전히 책임지는 독립된 삶을 이뤘고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했다. 회사 점심시간에도 춤을 췄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안무를 만들고 연습했다.

 

나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이 제작한 안무로 멋진 공연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녀를 꼭 닮은 사랑스러운 안무는 아이들의 몸짓에 녹아들어 낭만적인 풍경을 펼쳐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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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속도로로 가고 싶은데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걸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아무렴 어떤가. 어쩌면 그 오솔길에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들을 마주칠 수도 있을 테고,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프란시스는 새로 이사 온 집 우체통에 이름표를 넣으려고 하지만 전부 들어가지 않자 자신의 이름을 'Frances Halladay'에서 'Frances Ha'로 접어 넣는다. 이름이 조금 잘렸더라도 뭐 어떤가.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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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도 달린다. 자신의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넘어지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슬퍼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달려간다.

 

여전히 뉴욕 거리 어딘가에선 그녀를 만날 수 있겠지. 아마 열심히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변함없이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반겨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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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 Frances Ha -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아담 드라이버


개봉 : 2014년 07월 17일

재개봉 : 2020년 09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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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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