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성 인테리어의 완성, 마티스 [시각예술]

앙리 마티스의 명랑한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
글 입력 2020.10.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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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전 관심이 없었던 인테리어에 흥미가 생겼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머무는 공간을 취향에 꼭 맞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면 종종 마주치는 #홈투어, #인테리어, #집꾸미기에 올라온 갬성 가득한 사진들을 보다 보니 없던 욕심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참고가 될 만한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보던 중,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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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올라오는 정방향 사진 속에, 웬만하면 마티스의 드로잉이 있었다. 저 Nadia with smooth hair가 가장 흔하고, 푸른 누드 시리즈도 종종 눈에 띈다. 그렇다. 인스타용 감성 인테리어의 완성은 마티스였다. 반 고흐나 피카소, 세잔의 그림을 벽에 걸어두는 집은, 적어도 내 피드에선 못 봤다.

 

나 또한 인테리어 소품을 사야 한다면 벽 한편에 마티스의 '푸른 누드'를 걸고 싶은데, 다들 보는 눈이 비슷한 걸까 아님 나도 결국 유행에 따르는 걸까. 내 취향대로 꾸미고 싶다는 마음엔 나만의 개성이 묻어있는 공간을 원한 거였는데... 그렇지만 이만큼 인테리에 어울리는 그림이 없는걸.


그렇다면 왜 마티스의 그림이 이토록 사랑받는 걸까? 방 한편에 마티스 그림을 걸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일단은 컬러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야수파 특유의 쨍한 색채는 밋밋한 인테리어에 컬러 포인트로 감각을 더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쉽고 심플하며 편안해 보이는, 특유의 easy-going한 느낌이 우리 감성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받는 게 아닐까.


그의 그림이 편안하고 즐거운 느낌을 주는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업이 그림만큼 태평스러웠던 건 아니다. 마티스가 1948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작품을 위해 들인 노력이 캔버스 위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 내 작품들은 항상 봄이 가진 경쾌함과 명랑함을 가졌으면 좋겠어서."


노력이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는 말은 우아하게 물을 가르는 백조가 수면 아래 바쁘게 발을 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게 한다. 마티스로 대표되는 야수주의는 전통에 도전한 파격적 색채 실험이었다. 강렬한 원색의 물감 덩어리와 자유로운 선이 난무하는 회화작품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인상주의의 자연을 충실히 관찰해 나타내는 실재적 표현을 넘어 색과 형태를 자율적인 세계를 창조한 야수주의는 기존의 벗어나려는 끊임없는 탐구와 역동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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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목련이 있는 정물, 1941

 

 

<목련이 있는 정물>은 원근감이 아예 없고 시점이 한 곳에 특정되지 않는 실험적인 작품인데, 대상을 오래 관찰해 공들여 그렸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대충,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물감을 쓰며 칠한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사실 마티스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사전에 몇십 번의 스케치를 연습한 후, 실제 작업을 할 때는 아주 빠르게 완성했다. 이런 식의 작업방식은 고뇌와 연습은 뒤로 숨기면서 강렬함과 경쾌함을 화폭 위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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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후기에 가서 가위로 그림을 그리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그는 이 컷아웃 기법으로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가장 잘 알려진 예술 작품을 만들었으며, 가장 단순한 재료인 종이로 다채로운 모양들을 만들어냈다.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다"라는 말을 남긴 그는 종이를 오려서 붙이는 방식으로 인체의 형상을 극도로 단순화하여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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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춤, 1931

 

 

춤추는 사람들의 몸을 가위로 오려 붙여 단순하게 표현한 <춤>이 컷아웃 기법으로 완성한 첫 번째 작품이고 앞서 언급한 <푸른 누드 시리즈>는 간결미의 끝판을 보여준다. 마티스는 종이를 과슈로 칠해 색종이로 만들어 사용했는데, 종이를 칠하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를 조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작업의 행위에서 나타나는 리듬감이 그림에도 묻어나 눈이 즐거운 감각적이고 심플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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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푸른 누드 2, 1952

 

 

야수주의 하면 앙리 마티스가 떠오르고, 마티스 하면 그의 간결한 드로잉과 컷아웃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마티스의 경쾌하고 편안한 그림들이 당대에 마냥 사랑받았던 것은 아니다. 마티스의 명랑한 그림은 1차 세계대전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로 현실에 깊게 드리운 우울감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마티스로 대표되는 야수파는 당대의 작가들이 각자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나가면서 빠르게 쇠퇴해갔다. 인상주의를 아버지 삼아 야수주의와 입체주의가 탄생했다고 한다면 자연의 질서와 구조에 대한 입체주의적 관점과 논리가 점차 우세해짐에 따라 입체파가 흥하는 분위기였고, 젊은 시절 야수주의를 추구했던 작가들이 대부분 결정적이고 주정주의적인 성격을 점차 거부하게 되었다. 이후 2차 대전의 발발로 히틀러가 프랑스 예술에 관여하면서 야수파뿐 아니라 입체파 모두 위협을 받았다.


그 와중에 야수주의의 중심에 서서 끊임없이 독자적인 의미를 더해나간 게 앙리 마티스다. 자신이 개척한 야수주의 맥락을 뚝심 있게 이어갔고 결국엔 주관적인 감정과 외부세계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달성했다. 야수파 특유의 파격적 색채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이를 균형과 절제를 중시하는 고전주의로 연계시키며 자신만의 독특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다. 특유의 긴결함이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그림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공 들여 꾸민 집, 그 벽 한편에 걸려 웃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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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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