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고려청자 굿즈 대란의 비하인드, 미미달 인터뷰

전통문화에 현대적 쓰임을 제안하는 브랜드, 미미달
글 입력 2020.09.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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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_고려청자케이스10.1.jpg

 

 

지난 칼럼이었던 '[씨코드] 고려청자가 너무 힙해요'에 이은 미미달 한상미 대표와의 인터뷰입니다.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입니다. 미미달의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미달은 한국전통에 현대적 쓰임을 더한 디자인 제품을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저는 현재 미미달의 미미디자인을 운영하는 대표 한상미입니다.

 


미미달이라는 브랜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미미달이라는 브랜드보다 제품이 먼저 나왔어요. 2018년도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일월오봉도 필통이 출시됐고, 2019년 2월에 미미달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정식으로 브랜드가 나온 지는 일 년 반이 조금 넘었네요.

 


미미달의 첫 크라우드펀딩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2018년도 초, 텀블벅에서 필통 펀딩이 진행됐어요. 그리고 6개월 후에 와디즈에서 보완된 필통이 출시되었고, 연말에 와디즈에서 한 번 더 진행되어 총 세 번의 일월오봉도 필통이 나왔어요. 그리고 2019년 초 미미굿즈에서 미미달로 브랜드를 바꾸게 되었어요.

 

 

브랜드-이미지.jpg

 

 

미미달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전통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어야지’ 생각한 건 아니에요. 학교 동아리에서 상품 개발을 하다 졸업 후 일본 여행을 갔는데,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일본 전통이 대중적으로 쓰이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일본의 전통 제품은 전통과 현대가 촌스럽지 않게 융화된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의 전통제품은 인사동이나 박물관의 수공예품이었어요. 쇼핑몰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제품에는 한국전통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도 전통 디자인이 접목된 제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은 아직 현대적으로 해석된 제품이 없어 기념품으로만 인식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만든 제품이 일월오봉도 필통이었어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보고, 정식으로 미미굿즈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전통상품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우리나라의 전통제품은 쇼핑몰의 한 섹션에 몰려 있거나, 관광객이 많은 인사동 등에 모여있어요. 하지만 일본에는 어디를 가나 전통 디자인이 접목되어 문구, 생활용품, 잡화까지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었어요. 전통문화가 아닌 한 가지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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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제품의 디자인으로 일월오봉도 그림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에서 돌아와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이 아닌 ‘한국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한국전통에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렵게 느끼지 않게 누구나 알고 있는 소재를 선택해야 했고, 사극이나 만 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일월오봉도’라는 소재를 선정했어요.

 

다음으로 일월오봉도의 스토리와 대중적 쓰임을 동시에 담을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오봉도 그림은 흔히 병풍에 사용됐는데, 접고 펴는 병풍의 형태를 보고 필통과의 유사성을 발견했어요. 또한, 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라는 의미가 있어요. 해는 왕을 상징하고 달은 왕비를 상징해요. 필통에서는 해 부분을 금속 단추로 표현해 오봉도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어요.

 

 

일월오봉도 필통이 총 세 번의 수정을 거쳤는데, 어떤 부분들을 수정하셨나요?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의 반응이 빠르게 돌아와요. 펀딩 이후 ‘제품이 너무 예쁜데 조금 더 많이 수납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필통 내부를 넓혀 수납력을 높이는 개선이 이루어졌어요.

 

 

일월오봉도의 어떤 부분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나요?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필통은 성별에 민감하지 않은 제품이어서 선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품의 안감이 극세사여서 안경집으로도 활용됐어요. 소비자들이 안경집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세대는 필통으로 사용하고, 중년층은 돋보기나 안경집으로 활용해 남녀노소 사용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전통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공공기관의 선물용 구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일월오봉도 이후의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올해 상반기에 고려청자 시리즈를 출시했어요. 처음은 지갑으로 출시했고, 두 번째로 이어폰 케이스를 출시했어요. 그리고 올 하반기에 단청시리즈를 준비 중이에요.

 

각 시리즈별 주력 라인업으로 일월오봉도는 필통, 고려청자는 케이스, 단청은 우산을 준비하고 있어요. 단청은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10월쯤 출시 예정이에요. 단청시리즈는 단우산과 장우산을 준비하고 있고, 우산을 펼쳤을 때 경복궁 처마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어요.

 

 

제품에 사용되는 디자인이나 패턴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전통문화는 제가 느끼기 쉬워야 남들이 느끼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히 어려운 문화재를 선택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를 선택하고 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품을 통해 ‘내가 알던 고려청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재를 선택하고,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제품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전통적 문양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문양이나 디자인으로 바라보기보단,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다른 일월오봉도 제품은 컬러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오봉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병풍 모양의 의미도 담으려 했어요. 고려청자 또한 운학문 패턴만을 활용하기보다, 전통문양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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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케이스 제품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고려청자의 시작은 3세기경 중국에서 시작해요. 당시엔 옥이 인기가 많아 비쌌는데, 쉽게 구하지 못하는 옥을 대신해 흙으로 옥의 색감을 내곤 했어요. 당시 만들어진 푸른 도자기가 이어져 고려 시대 고려청자가 만들어졌어요.

 

그런 스토리를 보며 ‘3세기엔 옥 대신 흙이었다면, 지금은 흙 대신 어떤 소재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깨지기 쉬운 도자기 대신, 단단하면서 도자기같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깨지지 않고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해 휴대폰과 이어폰 케이스를 제작했어요.



최근 일어난 고려청자 사건(?)으로 요즘 어떠신가요?

 

얼떨떨한 기분이 가장 커요. 출시를 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이슈가 되어 갑작스러운 상황이에요. 많은 관심에 감사하고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고려청자 케이스 바이럴의 시작점은 어디인가요?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인데, 저도 궁금해서 어디 물어보고 싶어요. (웃음) 어디서 시작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가장 빨랐던 곳은 이종격투기 커뮤니티였어요. 어떤 익명의 유저가 제품 사진을 몇 장을 올렸고,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퍼지다가 더쿠라는 커뮤니티에서 크게 반응이 일어났어요. 공유와 조회수가 많이 일어나 일파만파 다른 커뮤니티에도 퍼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천연 바이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갑자기 홈페이지 접속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보며 ‘연예인이 사용했나?’ 의심했어요. 그러다 주변 지인의 제보로 이종격투기와 더쿠에서 게시물을 확인하고 커뮤니티의 강력함을 실감했어요.

 

 

고려청자 케이스는 국립박물관 굿즈로 유명해졌는데, 갑작스러운 인기에 박물관 측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말 사이에 커뮤니티에 고려청자 케이스가 퍼지면서 주말 매출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국립박물관 측에서도 폭주하는 주문량을 확인하고 무슨 일이냐며 연락했어요. 저희도 커뮤니티에서 퍼졌다는 이야기밖에 하지 못했어요.

 

 

고려청자 케이스 사건 이후로 판매량이 얼마나 늘었나요?

 

9월 이슈 이후 지금까지 거의 10,000개 가까이 판매된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문구를 적어주는 낙관 서비스가 있었는데, 주문 폭주로 인해 내부 인력이 감당할 수 없는 수량이 들어와 급하게 중단했어요. 지금은 낙관 서비스의 밀린 수량을 감당하고 있어요. 원래는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량 증가를 위한 서비스였는데, 지금은 제작, 배송 지연과 싸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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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케이스 조색 과정에서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셨어요.

 

인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같은 색상의 파일을 들고 가도 인쇄 기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요. 그런데 하필 고려청자 케이스의 색이 굉장히 예민한 색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하늘색으로 나오기도 하고, 칙칙한 잿빛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균일한 색을 위해 100개가 넘는 샘플을 시험했어요.


실제 고려청자는 상품보다 채도가 더 낮아요. 칙칙하고 예스러운 느낌의 색이에요. 저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컬러감을 찾고 싶어 색을 똑같이 재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려청자를 참고해 미미달만의 좀 더 밝고 채도가 높은 비색을 만들었어요.

 

색을 만든 이후에도 계속 신경 쓸 점이 남아있어요. 같은 공장에서도 뽑는 기계마다 색이 다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주기별로 색감 테스트를 하며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요.

 

 

비색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색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과 현대의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전통에 어울리는 고려청자 색으로 볼 수도 있고, 현대적인 민트에 가깝기도 해 촌스럽지 않아요. 또한, 남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중성적인 컬러인 것 같아요.

 

 

고려청자 무늬 프린팅 작업은 어떠셨나요?

 

실제 고려청자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어렵지 않지만, 고려청자 케이스는 제품의 양산을 위해 사람이 직접 그리지 않아요. 필름 부착과 열전사 과정에서 평평한 필름이 곡면에 붙으며 어쩔 수 없이 패턴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에어팟 케이스를 가장 조심했는데, 보통 생산업체들은 일체형 뚜껑을 사용해요. 하나의 피스에 전사지를 얹어 제작하면, 필름의 무늬가 많이 늘어나요. 그래서 조립식 뚜껑을 제작하는 업체를 찾았어요. 그래서 양쪽으로 필름을 부착해 최대한 왜곡을 줄였어요. 무늬도 계속 위치를 수정하며 최대한 자연스러운 위치를 찾으려 했어요.

 

 

고려청자 케이스의 인기에는 IT 액세서리의 장점이 있을까요?

 

기존의 핸드백이나 필통은 모두가 사용하진 않지만, 핸드폰 케이스는 모든 사람이 쓰고 있어요. 누구나 가지고 있고, 매일매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쉽게 구매가 일어나는 품목이에요. 지갑의 교체 주기보다 케이스의 교체 주기가 훨씬 짧기 때문에 훨씬 수요가 많아요.

 

또한, 지갑과 가방은 과거 역사 속에서도 계속 쓰인 물건이에요. 하지만 케이스는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물건이기 때문에 전통과 결합했을 때 좀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미미달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는 한국전통의 대표적인 디자인 브랜드가 없어요. 전통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들도 기념품을 제작하고 문화재 소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미미달은 전통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전통 디자인이라면 ‘미미달’이라는 브랜드가 떠오를 수 있도록, 대표적인 디자인 브랜드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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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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