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고려청자가 너무 힙해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예술
글 입력 2020.09.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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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청자가 너무 힙해요



박물관도 품절 대란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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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미달

 

 

9월 초, 갑자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박물관에서 무슨 품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립박물관 온라인 샵에서 판매된 '고려청자 굿즈'가 높은 인기를 얻으며 홈페이지까지 지연시켰다. 박물관 상품이 품절 대란이 일어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고려청자 굿즈'는 고려청자 무늬의 IT 기기 액세서리다. 국보 제13호인 <청자삼강문학운매병>의 색과 문양을 이어폰 케이스, 스마트폰 케이스, 그립톡으로 가져왔다. 비색과 흰색, 군청색의 조합의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다시 탄생한 고려청자 케이스는 전통의 멋을 현대로 가져다 놓았다.

 

고려청자 케이스는 전통문화를 활용해 현대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디자인 브랜드 미미달에 의해 제작되었다. 미미달은 올해 3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고려청자 케이스를 선보였다. 펀딩은 3651%에 달하는 초과 목표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미미달은 국립 문화재단에서 진행된 '2020 국립 박물관 문화상품 공모'에 참여했고, 국립박물관 온라인몰에 고려청자 케이스를 입점했다.

 

고려청자 케이스는 입소문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어느 날 SNS에서 바이럴 되어 고려청자 케이스의 콘텐츠가 추천되기 시작했고, 몇몇 게시물은 '대란템'이라는 수식어로 순식간에 퍼졌다. 이에 온라인몰 홈페이지는 트래픽이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고, 케이스의 주문량은 2주 이상 배송이 늦어질 정도였다.

 

고려청자 케이스가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 굿즈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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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라딘

 

 

고려청자 굿즈는 흔히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과는 조금 다르다. 고려청자 케이스는 '굿즈'라고 불린다. 만약 고려청자 무늬가 케이스가 아닌 손수건이나 부채, 달력에 있었다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고려청자 케이스는 기념품이 아닌 굿즈였기 때문에 다른 박물관 상품들 사이에서 '대란템'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먼저 무엇을 굿즈라고 부르는지 살펴보자. 굿즈의 기본적인 의미는 팬들을 위한 파생상품이다. 굿즈는 기본적인 아이돌 상품을 비롯해 캐릭터 상품과 브랜드 콜라보 굿즈까지 다양하다. 일종의 아이콘이나 브랜드가 들어간 상품들은 대부분 굿즈라고 부른다.

 

굿즈로 출시되는 상품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케이스와 같은 IT 관련 용품들이 있다. 또한,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떡메모지 등의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들도 굿즈로 나오고, 에코백이나 텀블러와 같은 단골 상품은 항상 굿즈로 출시된다.

 

이러한 굿즈들의 특징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며, '일상적으로 쓰이는 개인용품'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IT 용품, 문구류 등의 생활용품들은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으며, 개인적인 용도에 한해 사용된다.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에 밀접한 상품에 개성을 담는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고, 외부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일상용품이라고 해서 모두 인기 있는 굿즈가 되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만년필, 손수건 등의 상품은 굿즈라기보다 기념품으로 인식되곤 한다. 굿즈가 되기 위해선 젊은 층에 실용적이어야 한다. 실제로 빈번하게 사용하는 물건이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굿즈 맛집이라 불리는 알라딘 서점은 소설, 영화 등의 캐릭터를 활용해 문구용품을 제작했다. 또한, 스타벅스의 이벤트 경품이었던 서머 레디 백도 대란을 일으킨 굿즈였다. 이러한 굿즈들은 젊은 세대의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실용적인 상품이었다.

 

마지막으로, 굿즈 상품은 유행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사용 기간을 가져야 한다. 트렌드는 짧은 시간에 변하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은 금방 교체된다. 손수건, 만년필 같은 상품은 오래오래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트렌드를 담지 못한다는 점에서 굿즈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3.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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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케이스 뮤지엄

 

 

고려청자의 전통은 트렌디한 굿즈로 되살아났다. 고려청자는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와 전혀 관련 없었지만, 굿즈라는 방식으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들어왔다. 고려청자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오래된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가볍고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패션 상품으로 변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고려청자 굿즈는 전통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케이스를 만든 미미당의 모토는 '한국 전통에 현대적인 쓰임을 더하며, 잊혀가는 전통 가치를 우리의 일상에 녹여내는 것'이다. 미미당은 고려청자의 영롱한 비색을 재현하기 위해 총 여덟 번에 걸쳐 100개가 넘는 샘플을 테스트했다. 고려청자 케이스는 단순히 작품을 요즘 유행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문화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현대적 일상에 대한 이해로 만들어졌다.

 

고려청자 굿즈처럼, 문화예술은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케이스 뮤지엄'은 명화를 IT 기기 액세서리로 제작하며, '글입다'는 국내외 문학작품을 향수로 탄생시키는 북 퍼퓸을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상품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혹시 문화예술 굿즈가 없다면 한 번쯤 써보길 권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가까이 향유할 수 있고, 개인적인 취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멋진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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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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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삐까쯐
    • 에디터님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작품을 굿즈라는 상품으로 만듦으로서, 작품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요.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화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글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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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닫기댓글 (1)
  •  
  • kamelo
    • 2020.11.04 16: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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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삐까쯐‘문화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것’은 생각해볼만한 재미있는 주제네요.
      <br/>소비자(감상자)는 문화예술을 자신의 일상에 채워넣으려 노력하고, 공급자(예술가)는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다방면으로 제시하려합니다. 이 둘이 만나는 플랫폼이나 장르 등의 접점에서 문화예술의 일상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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