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전문 필진 김용준입니다.

솔직해지기
글 입력 2020.08.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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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요즘 사람들의 자기소개는 'MBTI'다. 첫 만남의 조금 어색한 분위기도 'MBTI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으로 해결된다. 인프피, 에프피 유형만 알려주면,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아~ 내적 관종이시구나'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MBTI는 유용하다. 쉽게 '나'를 설명할 수 있고,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도구다. 4글자 영단어 하나만 말하면, 성격과 관심사 설명은 이미 끝나버린다. 이토록 쉬운 자기소개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MBTI는 어디까지나 '유형'이다. 당신 앞에 있는 친구 A양은 커피와 영화 관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ENFP' 그 자체가 아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이름이 아닌 'ENTP군'으로 불리길 원하진 않는다.

 

유형은 개인을 설명할 수 있지만, 개인이 유형 자체가 될 순 없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은 MBTI 유형을 하나쯤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당신은 당신 자체로 살아간다. 유형이 아닌 개인으로 말이다.

 

당신은 하나의 유형보다 더 크고 복잡한 사람이다. 당신의 삶은 길고 긴 시간으로 만들어진 인격체다. 취향과 철학은 4글자 영단어에 담기지 않는다. 우리는 유형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유형을 벗어나는 동시에 편입되려 한다. MBTI가 인기를 끈 이유도 '유형'에 빗대어 '나'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드러내기 위해 오히려 유형에 편입되는 상황, '나'를 세상에 소개하는 모순일지도 모른다.

 

나의 모습은 여러 가지 유형이다. 학생, 인턴, 에디터, 싱어송라이터까지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은 모습이 많다. 여러 유형을 나열해 나를 드러내는 일은 쉽다. 하지만 어느 유형도 아닌 '나'를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이런 고민들 속에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전문 필진 김용준입니다.>를 쓰게 됐다.

 

 

 

글 쓰는 사람


 

"너 글이나 한번 써봐"

 

작년 여름, 전공 교수님이 진로상담을 마치며 한 말이었다.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무턱대고 찾아온 학생에게 던져준 조언이었다. 평생 글 쓸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던 나에게 '글이나 써봐'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리포트가 괜찮아서 글을 써보라는 말이었지만, 정말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웬걸, 얼마 안 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덜컥 합격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글은 아니었지만 주 1회 분량을 겨우 채워가며 완성했다. 나름 재미도 붙여 욕심이 나기도 했다. 약 9,000자 정도 되는 리뷰를 쓰고 나서 다음 주에 있을 비평 과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졌다. 넉 달 동안 나는 글쓰기에 집중했고, 글 쓰는 사람의 생활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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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활은 나름 재밌었다. 숨 가쁘게 주 1회 기고의 레이스를 달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근삼의 <원고지>에 나온 대사 일부를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교수에 감정이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감독관처럼 나에게 원고를 재촉하진 않았다) 글을 쓰느라 카페에 10시간 넘게 앉아있기도 했고, 커피값이 점점 늘어 스타벅스 골드회원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글 쓰는 사람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사실, 글쓰기는 금방 그만둘 거라 생각했다. 장래희망이 기자나 작가는 아니었고, 스펙이나 좀 더 쌓아서 취준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의 인생에서 글쓰기는 덤이었다. 4개월의 에디터 생활이 끝나면, 다시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트인사이트에 계속 남았다. 에디터 생활이 끝나도 '안 쓰는 것보단, 계속 쓰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름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그만두기도 아쉬웠다. 좀 더 쓰고 싶은 주제들이 남아있었고,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아트인사이트에 계속 남아있다 보니 마이페이지 글 목록은 점점 늘어났고, 시간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이쯤 되면 글쓰기에 익숙할 법도 한데, 난 아직도 글쓰기가 뭔지 잘 모르겠다. 기자처럼 스킬을 아는 것도 아니고, 소설가처럼 수려한 문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마감도 지키지 못한다. 선천적인 미루기 습관 덕분에 '용준님, ~의 리뷰를 기다립니다^^' 카톡을 상습적으로 받는다. (정말 마감이 늦어버리면 눈웃음과 마침표가 사라진다..) 인사이트가 가득한 멋지고 깔끔한 글을 쓰고 싶고, 마감을 칼같이 지키는 에디터가 되고 싶다. 하지만 만성적인 지각과 황급한 마무리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래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허점투성이인 에디터지만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이나 한 번 써볼까?'로 시작해 '안녕하세요 김용준입니다'까지 와버렸다. 펜을 놓지 않고 조금씩 쓰다 보면, 또 다른 일 년 뒤에는 더 나은 에디터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전문 필진 김용준입니다.'를 쓰며 생각한 점. 많고 많은 유형들 중 '나'를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은 솔직한 모습뿐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생각을 비우고 써 내려갔다. 가장 자연스러운 글이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많은 글을 쓸 예정이다. 더 오래가기 위해 좀 더 솔직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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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봐요, 안녕!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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