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생은 B 와 D 사이의 수많은 C 의 연속 [영화]

수 많은 선택지에 길을 잃을 때
글 입력 2020.07.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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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장화, 홍련에 대한 스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인생은 b (birth) 와 d (death) 사이의 수많은 c (choice) 의 연속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지금까지 삶은 수 많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였으며 동시에 져야 할 책임들이었다.

 

애인을 만날 때, 친구를 사귈 때, 학교를 들어가고 졸업하며 직장을 선택하는 것까지 모두 존재 가능한 선택지들 중 최선의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따진 선택지들의 합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선택에 비해 가혹한 결과를 책임져야할 때가 종종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책임이란 마땅히 져야 할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수 많은 선택지 중 ‘잘못된’ 선택지를 골랐을 때 져야 할 책임들은 아틀라스가 짊어져야 하는 하늘의 무게와 비슷하다. 제우스의 권위에 도전한 거인들 중 마지막 살아남은 거인인 아틀라스가 신을 감히 넘보려는 인간이나 요정에게 본보기로 받는 하늘을 받치는 벌에 대한 무게는 단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죄책감과 후회의 무게이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솟아나는 분노의 무게이고, 동시에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꼬리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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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는 한 번이었다. 딱 한 번의 기회. 뒤 돌아 볼 것인지, 외면하고 앞으로 나갈 것인지.

 

수미의 죄책감의 원인은 결국 잔인한 은주의 도박에 응하지 않았던 사소한 선택의 결과였을 뿐이다. 선택의 순간은 우연의 산물 혹은 잠시간의 치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한 수미의 몫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수미의 선택 이전에 수연의 생사를 가지고 도박을 건 은주의 책임이 있었고, 그 전에 은주와의 바람으로 본처의 죽음을 부른 무현의 외도에 대한 책임이 있었지만 영화는 내내 잘못된 선택을 한 수미의 죄책감과 슬픔, 분노에 대해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한가지 물음을 던진다.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떼기 전 결과에 대해 완벽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비록 선택의 무게가 일생을 망치도록 잔인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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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귀신은 단지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수미의 죄책감이고, 본처의 슬픔이며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던 수미, 수연 가족의 비극이었다. 순간적인 선택의 경중에 비해 수미가 받아야 했던 고통은 불공평하게 무겁다.

 

수연의 죽음이, 타자화하는 은주의 모습이, 그 와중에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현의 모습이 모두 하나의 추가 되어 수미의 어깨에 달렸다. 과연 누가 선택의 공정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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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걸음 뒤에 남겨진 수 많은 선택지가 늪이 되어 앞을 가로막는다.

 

진창인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를 포기해야 했던 수미의 모습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스크린 밖 현실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름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만약 선택이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라면, 우리는 어둠이나 그림자 한점 없는 눈 부시게 밝은 방 안에 갇혀있는 셈이다. 몰래 숨돌릴 어둠조차 존재하지 않는 밝은 방은 더 이상 희망이나 더 나은 미래를 상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치부조차 훤히 비추려는 악몽과도 같다.

 

 

[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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