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과거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던 오피니언들을 읽어보았다.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을 보아 에디터로 활동하던 시기 '인간관계', 그리고 '혼자'라는 키워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지금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나의 인간관계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잔잔한 삶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거 인간관계에 관해 쓴 오피니언의 한 부분이다. 당시의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졸업을 위해 열심히 달리던 시기였고, 인간관계에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학교가 아닌 회사로 환경이 바뀌었고, 함께 수업을 듣던 학생들 대신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 동료와 상사가 생겼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문제가 생기고, 크게 웃는 일이 줄어든 대신 속으로 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회사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 있음에도 나의 인간관계가 엉망진창이라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를 이번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사람들은 내게 있어 '타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 얼굴을 보고 함께 일하지만, 그들은 나의 개인적인 삶과 연결되지 않은 그저 낯익은 타인일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내게 있어 '낯익은 타인'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나 자신을 제외한 가족과 친구조차도 낯익은 타인이라고 정리한다. 이는 가족과 절친한 친구 외의 사람을 타인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조금은 새로운 생각거리를 가져다주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를 곱씹을수록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가족과 친구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결국은 타인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낯익은 타인'에 대해 계속하여 생각해 보았다. 앞서 언급했듯 내게 있어 낯익은 타인은 직장동료 정도다. 가족과 절친한 친구들도 분명 타인이긴 하지만 그들은 낯익은 타인을 넘어 소중한 타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내게 있어 낯익은 타인은 내게 인간관계 범주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아닌 ‘일’의 범주에 속해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제공한다.
저자는 거리를 조절하고 시간을 함께하게 되면 자가 치유의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들 모두 멀리 떨어져 홀로 타지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소중한 타인들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서인지 앞서 말했듯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가 애틋하고 함께 만나지 못해도 가까울 수 있음을 깨달으며 감사함을 느낀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책을 읽으며 현재 내가 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며 지금과 같이 순탄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아니었기에, 책을 읽으며 과거 내 경험을 대입하여 읽기도 하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공감을 하기도 했다. 간혹 자기계발서적에서 마주할 수 있을 법한 글들을 마주할 때면 ‘인간관계를 다루면 어쩔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인생에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타인이다. 완전한 타인, 낯익은 타인, 소중한 타인 등. 지금까지의 인생을 함께한 타인,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타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리고 현재 관계는 어떠한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