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환상적인 쇼를 선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러나 정작 그들의 서사는 감춰진 영화

<위대한 쇼맨>, 한가지 아쉬움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7.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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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맨.jpg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꿈의 무대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남자 P.T 바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환상적인 노래를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미장센이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넘버를 통해서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나가려다 보니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몇몇 캐릭터의 서사가 아예 생략되거나 묻혀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분석을 통해 그 아쉬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위대한 쇼맨>은 어떤 이야기인가



양복쟁이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바넘은 부잣집 아가씨 채러티와 만나기 위해 돈을 모은다. 결국 그녀와 결혼하게 된 바넘은 자신의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목적하에 서커스를 열게 된다.

 

특이한 별종들을 모은 바넘의 서커스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되지만,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저급'이라는 시선에 더 큰 욕망을 가지게 된다. 상류층 관객을 대상으로 연극을 만드는 필립을 섭외한 뒤,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를 데리고 본격적인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제니 린드의 마음을 거부한 바넘은, 그녀로부터 투어 중단과 동시에 불륜 스캔들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 와중에 서커스 공연을 방해하던 부랑자들에 의해 극장은 불타서 무너져내리고 채러티마저 그를 떠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바넘이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단원들 덕분에 다시 힘을 얻게 된다. 결국 필립의 도움으로 다시 재기하게 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바넘은 무엇을 위해 쇼맨이 되었나


 

이처럼 바넘은 자신이 꿈꾸던, 하고 싶던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경제적인 안정과 신분 상승을 위해서 서커스 일을 시작한다. 그의 과거 서사는 OST “A million dreams”가 처음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단편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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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바넘은 채러티를 끌고 저택의 어두컴컴한 지하로 데리고 간다. “멋진 세상을 상상한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숏에서 돌아가는 회전목마 모형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회전목마가 놀이기구로써 즐거움을 주듯이, 이러한 즐거움을 주는 직업을 꿈꾸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그리고 깜깜한 어둠 속 손에 놓인 랜턴만을 이용하여 앞으로 걸어간다. 더불어 그 모습을 뒤에서 따라가는 팔로우숏으로 나타낸다. 이는 바넘이 아무 도움 없이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꿈에 다가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와이프로 화면을 전환한 뒤, 공연에 참가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행인을 포커싱한다. 다시 바스트숏으로 바넘의 미소 띤 표정을 줌인하여 그가 공연에 관심을 가지게 됐음을 나타낸다.

 

이 장면을 통해 그가 과거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단지 꿈을 노래하는 가사와 회전목마를 비추는 숏으로 그가 장차 쇼맨이 될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실제 바넘이 어렸을 때 선보였던 특출난 ‘홍보술’을 선보이는 모습을 살짝 비추기만 했어도 훨씬 개연성 있게 다가왔을 터이다.

    

 

 

자선 사업가를 희대의 불륜녀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제니 린드는 바넘이 “당신의 공연을 통해서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말에 그를 선택해 함께 투어를 진행하였다. 그 후 수많은 공연을 돌아다니며 함께 축배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바넘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공연이 끝난 뒤 그에게 작별 인사로 입맞춤을 한다. 이로써 그녀는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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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가 등장하기 직전, 린드가 바넘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부터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는 그녀가 편안한 슬립을 입고 그에게 술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옷을 편하게 갈아입은 린드와 달리, 아직도 딱딱한 정복을 갖춰 입은 바넘은 금방 자리를 마치고 돌아갈 것이 암시된다.

 

그녀가 그를 이성적으로 바라는 눈빛과 표정을 클로즈업하고, 이를 그와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로 인해 당황한 바넘과 적극적인 린드의 태도가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바넘이 그녀가 건넨 술을 거부함으로써 거절 표현을 하니,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는 눈빛과 잠긴 목소리를 통해 표현된다. 린드가 “나도 그저 쇼의 일부” 였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넘이 그녀를 따라가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눈다.

 

바넘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하이 앵글, 그녀가 바넘을 바라보는 시선은 로우 앵글로 표현된다. 따라서 선택권은 바넘에게 있으며, 더욱 간절한 사람은 린드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를 3점 조명을 모두 사용하여 비춤으로써 그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를 더욱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때 서서히 “Never enough”가 작게 깔리면서 공연장으로 전환되고 그녀의 노래가 시작된다.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롱샷으로 잡아 극심한 외로움과 비참함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화려한 드레스와 화장을 하고 행복할 수 없다는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떨리는 몸과 흐르는 눈물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마지막 인사로 입맞춤할 때도 슬픔이 묻어나는 그녀와 달리, 바넘은 당황스럽기만 하단 태도를 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고아와 미망인들에게 대부분의 수익을 기부하는 그녀를 단순 스캔들을 내고 투어를 망친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투어 중단이라는 사건이 필요했다면, 다른 해프닝이라도 충분히 가능했다. 또한 린드가 그에게 빠진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그와 비슷한 출신이기에 끌렸다”라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관객들이 납득 가능할 만한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필요하다. 이는 아무런 이유 없이 실제 자선 사업가였던 그녀의 이미지를 훼손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지나치게 평면적인 단원들


 

이 영화에서 가장 평면적인 인물은 단원들이다. 누구보다 개성적이고 각자의 매력이 뚜렷한 인물임에도 그들은 ‘단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참여한다. 제니 린드의 공연이 성행하니 그들을 무시한 채 내버려 둔 바넘에게도 쓴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던질 뿐이다.

 

자신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기에 그 자체로 만족한다며, 그가 제일 힘들 때는 곁에서 위로까지 해준다. 심지어 온갖 시련과 수모를 겪고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경이로울 정도이다. 이러한 그들의 이야기는 “This is me” 넘버 하나로 모두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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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바넘이 그들의 축하파티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서 시작된다. 단원 중 한 명인 레티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문을 열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비장한 표정을 클로즈업한 뒤, 단원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팔로우숏으로 나타낸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숨지 않고 남들 앞에 당당히 나서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후 단원들이 함께 파티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딥 포커스로 잡아 모두의 강렬한 표정과 시선을 보여준다. 그들의 움직임은 “나 자신은 나야”라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와 대비하여 하이키 라이팅이 쓰인 환한 조명 속 당황한 관객들의 모습을 보여준 뒤, 교차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그들의 모습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노래가 더욱 격정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몸짓도 격해지면서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전환된다. 테크니컬러를 사용한 듯 총천연색을 담아낸 의상, 조명, 배경 등의 미장센이 빛나며 단원들이 더욱 돋보인다. 이때 레티를 제외한 단원들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전환되면서 그녀가 “난 용감해. 당당해. 난 내가 자랑스러워”라는 가사를 노래한다. 그녀가 모두를 대표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단원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준다. 단지 노래 하나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그전에 그들의 서사를 생략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들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를 사전에 부가해 줬으면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 터이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단지 바넘을 믿고 따르는 설정으로 제한되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바넘과의 의견 대립 혹은 사소한 갈등이라도 그려냈다면 영화의 완결성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정리


 

비단 <위대한 쇼맨>이 아니라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그를 뒷받침해 줄 서사가 부족하다. 노래로 극의 진행을 이끌어 가다 보니,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캐릭터 서사의 부족함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라라랜드>의 경우, 이를 보완하는 섬세한 스토리와 치밀한 연출을 보여주었고 그와 동시에 환상적인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따라서 장차 뮤지컬 영화는 노래뿐만 아니라 스토리에도 큰 비중을 쏟음으로써 더욱 완결성 있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욱이 캐릭터만의 고유한 서사를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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