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트시그널 왜 봐? [TV/드라마]

요즘 하트시그널이 핫한 이유
글 입력 2020.06.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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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요일 밤이 됐다. 이제 거의 10시가 되어가니 간단한 야식과 함께 TV 앞으로 달려 가야 한다. 오늘은 하트시그널 시즌3가 방송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도 피하고 이태원 클라쓰도 피했는데, 결국 하트시그널에 빠지고 말았다. 오늘은 제발 응원하는 커플이 시그널을 주고받기를 기대하며 TV를 켰다.

 

TV를 보는 한 시간 동안 필자의 기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설레기도 하고 슬픈 짝사랑에 힘든 감정소모를 겪기도 한다. 필자 같은 사람이 있어서 과몰입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과몰입의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빠졌다면 어쩔 수 없다. 종영하는 날까지 최대한 즐기는 수밖에.

 

이처럼 하트시그널은 필자와 같은 부류인, 이른바 ‘과몰입러’들을 양산하며 시즌3까지 성공적으로 방영 중이다. 현재 하트시그널 시즌3는 비드라마 방송 부문 중 화제성 1위를 차지하는 등 2030세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 및 네이버 TV 클립 영상의 만만치 않은 조회 수가 그 인기를 입증한다.

 

이에 이번 오피니언에선 하트시그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필자만의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서사가 주는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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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에선 8명의 남녀가 한 달간 한 집에서 생활하며 무한 썸을 탄 후, 합숙 마지막 날 각자 호감 가는 상대를 최종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썸’이 하트시그널의 핵심이다. 따라서 출연자들 간의 기류 그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중심 내용이고 시청자들이 그 기류에 집중하도록 편집된다.

 

시청자들은 그 기류에서 오는 긴장감을 좋아한다. 각본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펼쳐지는 로맨스가 드라마나 영화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하트시그널에선 극적인 순간이나 작위적인 장치 없이, 일상에서의 은은한 설렘과 묘한 질투를 느끼게 한다. 드라마만큼 절절하고 감동적인 장면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된다. 이 몰입감은 친한 친구나 본인이 썸을 타는 것 같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준다.

 

한편 하트시그널에서 최종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지만 합숙하는 동안에는 두 명 이상에게 설렘을 느끼고 호감을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한 사람과 호감을 주고받은 후 또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8명의 남녀는 모든 이성에게 가능성을 두고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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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문제의 삼각 혹은 사각관계가 발생한다. 시그널하우스 내에선 어떤 상대와 썸을 타든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호감 가는 상대가 겹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하트시그널의 목적이 연애 인만큼, 양보나 의리보다는 경쟁이 우선이기에 삼각관계는 더 치열하게 전개된다.

 

우리는 이 치열한 삼각관계에서 설렘과 안도감은 물론 안타까움과 자존심이 무너지는 감정을 한꺼번에 겪는다. 특정 인물의 서사만 비춰주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하트시그널에선 출연진 8명이 지닌 개개인의 서사가 모두 담겨있어서이다. 8명의 남녀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하다 보면, 회차가 진행될수록 어느덧 출연진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긴장하게 된다.

 

하트시그널의 서사가 유도하는 감정이입은 출연진이나 특정 커플의 지지층을 형성하도록 한다.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했던 오영주는 사랑에 용기 있게 도전하고 똑 부러지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두터운 팬층을 얻은 바 있다. 또한 팬들은 이런 그녀와 기류를 형성했던 김현우를 함께 응원하며, 그들의 러브라인이 이어지길 기원했다.

 

이번 하트시그널 시즌3에서도 이가흔, 박지현, 서민재, 임한결 등 출연진 개개인을 응원하는 팬층이 생겼고, 이들 사이에서도 특정 커플을 응원하는 지지층이 나뉘기도 했다. 이러한 팬심은 비연예인인 출연진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도 이어지지만, 결정적으로 프로그램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하트시그널엔 우리의 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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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하트시그널엔 출연진 개개인의 서사가 담겨 있어, 출연진들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한 번에 겪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엔 노력 끝에 사랑을 이루는 이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이도 있다. 그뿐인가. 제대로 표현도 못 해보고 마음을 접거나 나를 좋아해주는 상대에게 미안해하기도 한다.

 

그 상황에 대처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우리를 많이 닮았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과감히 표현하는가 하면,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부질없는 소리만 하기도 한다. 상대의 호감 표현에 설렘을 느끼는 것도 잠깐 질투에 눈이 멀어 지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지기수다. 결국 사랑이 엇갈렸을 땐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을 보이고 괜히 타이밍을 탓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관망하면서 설렘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안타깝다고 해서 이들이 소모하는 감정을 쉽게 질타하진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화면 너머에 있을 뿐인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유는 TV를 보는 우리 또한 이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거나 놓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느끼는 설렘, 그 설렘을 위해 마주해야 할 자신의 서툰 모습을 우리 모두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개개인이 지닌 사랑의 형태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방법이나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조금씩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트시그널 속 8명의 남녀에겐 과거 혹은 지금의 내 모습이 언뜻 서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트시그널에 더욱 감정이입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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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긴장 섞인 설렘과 묘한 삼각관계 등 하트시그널의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하트시그널이 시선을 끌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무엇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리얼리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트시그널엔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누군가는 과거를 추억하고, 또 누군가는 현재를 바라볼 것이다. 어쩌면 우리일지도 모를 8명의 남녀가 나누는 시그널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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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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