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일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순간들을 사진첩에 살포시 넣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여행]

독일 그 마지막 여행기
글 입력 2020.06.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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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여행기이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여행 블로그 글에 올라오는 여느 글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객이 주목하지 않았던 독특한 볼거리나 관광지에서 벗어난 고즈넉한 시골 여행 일정을 소개하고 싶다.

 

우선 뮌헨에서 그 유명하다고 사람들이 몰리는 반슈타인디즈니 성, 노인슈반슈타인 성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기차를 타고 내려서 버스를 타고 산에 올라가는 식이었는데 여행 전에 미리 예약하면 디즈니 성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지만 돈도 비싸고 주변 숲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예약하지 않았다.

 

디즈니 성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산이 워낙 가팔라서 숨을 몰아쉬며 걷고 있으니 독일 할머니께서 다가오셔서 괜찮냐고 물어보셨고 힘들다고 하니 자신도 그렇다며 웃어주시고 힘내라고 하셨다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 가지 웃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등산하는 동안 인류애가 깊어지나? 한국에서도 유독 등산할 때 만난 사람들은 다 친절했다.

 

디즈니 성은 다리에 올라가야 제대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정말 사람이 많다. 그래서 다리에 올라가서 기다리는 데만 30분이 걸렸고 드디어 성을 영접했다. 난생 처음 유럽에 가서 처음으로 본 그 성은 정말 말이 안 나오게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모든 각도가 아름답게 비추어지니 계속 찍어도 모자랐고 다른 것도 찍어야 하는데 여기서만 500장을 찍게 생겨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눈으로 그 광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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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디즈니의 오프닝에 나오는 불꽃놀이 같은 것은 당연히 볼 수 없었지만, 그 자체로도 성은 빛났고 하늘에 깔린 노을은 누가 붓으로 이리저리 가볍게 그은 것 같이 다채로운 색깔이 섞여 있어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그 노을은 구름과 우위를 다투며 성을 다양한 색의 가닥들로 감쌌다. 그리고 이 장면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감탄할 새도 없이 바쁘게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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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의 성들보다 한옥을 좋아한다. 유럽의 성들은 사람에게 맞추어진 집이 아니라 왕족의 이미지에 맞추어진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옷을 갖추어 입고 살아가기란 무척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유럽의 화려한 성보다는 집 안에 정원이 있고 고즈넉한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면 불어오는 바람 나무 냄새 등 한옥의 모든 게 마음에 든다. 그런데 디즈니 성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나는 성에 살고 싶다.

 

숲속으로 올라가니 거대한 폭포가 보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폭포를 보고 같은 감탄사를 뱉었고 너도 나도 할 것 같이 사진을 찍었다. 울창한 숲속과 그 숲속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물줄기의 조화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면 막힘 없이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고 두런두런 들리는 다양한 국적의 목소리가 새소리와 섞여 꽤 정답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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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 코스로 마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말똥이 유독 많은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수도원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독일은 말이 정말 컸다. 사람도 크고 말도 크고 음식도 크고 보는 모든 게 컸다.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도착한 역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어두워진 날에 빨리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한 수도원은 적막 그 자체였다. 이 수도원은 벨텐부르크 수도원이다. 양조장이 옆에 있어 맥주도 맛있고 수도원장님도 정말 친절하시고, 뭐랄까, 천국을 믿지 않는 나조차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죽을 때 여기서 눈을 감으면 삶이 정말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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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한 뒤에 밤하늘을 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독일의 시골이라 그런지 밤하늘의 별이 수없이 내려왔고 흐르는 물소리는 이곳이 정말 편안한 곳임을 알려주었다. 가끔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했고 나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없고 차분하게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에게 독일어로 인사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내가 독어를 몰랐으면 어떡하려고 독어로 인사를 건넸는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독일 시골까지 와서 묵는 사람들은 당연히 독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거라고 했고 이해가 되었다. 수도원, 그리고 그 도시는 정말 동양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세계라는 걸,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 숙소에 들어가 문을 여는데 독일의 문들은 어떻게 한 번에 잘 열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를 정도로 문고리와 고군분투를 한 뒤에 열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침대에 누우니 창밖에는 어둠에 잠긴 강이 고요하게 흘렀고 방안은 아늑하고 필요한 것만 배치되어 깨끗하고 깔끔하면서도 적당한 그런 느낌이 섞여 포근하게 다가왔다. 맥주의 취기와 샤워 후의 따듯함에 금방 잠이 들었고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학회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을 먹고 아침 내내 준비를 했다. 선생님은 출판하신 책을 새롭게 독일어로 번역본을 내셨는데 그걸 위해 기념회 비슷한 학회를 여신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철학은 죽었다.”라는 주제로 교육과 생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독일어로 하셔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꽤 있어서 내 독일어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심지어 거기에 오신 교수님들과 수도원장님께서는 영어를 모르셨다.. 독일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데 가끔 시골로 들어오면 독어 외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슬펐다.

 

학회가 끝난 뒤에 질의응답까지 끝내고 교수님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님은 독일어로 축복의 말을 해주셨고 듣는 내내 감동해 그 여운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손을 손수 한 명씩 잡아주시며 자신의 말로 최대한 축복을 해주시고 표정에서 ‘나는 너를 축복한다’라는 것이 느껴져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학회가 끝난 뒤에는 수도원 앞의 강가에 가서 물수제비를 떴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계속 던지며 즐기고 있었는데 옆에 갑자기 어린 남자애가 오더니 나 보란 듯이 물수제비를 성공시켰다.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그 웃음이 비웃음 같아 승부욕이 생겼고 장장 1시간 동안 수제비를 그 애와 대결했다. 말도 안 해보고 처음 보는 상대인데도 같은 것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1시간 30분이 넘어가는 그 시점에 지쳐 맥주를 마시러 들어왔다. 그 애는 끝까지 자신이 이겼다는 표정으로 뿌듯해했고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픽 웃음이 났다.

 

그 다음에는 수도원 뒤의 언덕에 올라갔는데 이곳이 진정 사람이 사는 곳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아름다워 와-, 와- 만 반복하고 사진을 찍으며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아- 진짜 자유다, 나는 자유롭다고 탄성을 뱉으며 빙글빙글 돌고 춤도 추며 남이 보면 다소 웃길 행동을 했고 이때 나는 내가 자유를 갈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에 갇혀있던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못 하게 누군가가 막았던 것도 아닌데 자유가 그토록 그리웠다니 놀랐다. 나의 몰랐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깨닫게 해준 곳 인만큼 광활하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비밀정원 같았다. 이 사진은 꼭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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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배를 타며 도시를 둘러보는 기회도 있으니 꼭 즐겼으면 좋겠다. 이 배를 타면,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장면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탁 트인 장소를 처음 보았고 배를 타고 가면 숲을 가르며 나아가는 것 같아 시원하고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 이밖에도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이 정도에서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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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많은 것들을 즐기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오스트리아에서 시간도 조금 보냈지만, 집에 돌아와 바로 다음 날에 학교를 가야 해서 무척 정신이 없었다. 이번 여행은 독일에 초점이 맞추어진 일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고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독일이라는 나라에 완전히 녹아 들어갔기 때문에 잘 즐길 수 있었다.

 

이 여행 글이 한 곳을 오래 여행하는 것에 대한 편견을 깨주길 바라며 마친다. 여행은 나를 내려놓고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만큼 현실을 잊고 마음껏 다녀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 넘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즐긴다면 그것은 여행이라 할 수 없다. 정도껏 선을 지키며 그 안에서 나를 내려놓는 여행이 가장 여행다운 여행이다.

 

 



[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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