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얇고 투명한 여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

여름의 음악들
글 입력 2020.06.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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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2020이라는 글자가 어색하게 여겨졌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반이나 흘렀다니, 매년 느끼는 감정이면서도 새삼스럽게 빠른 속도를 체감한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인지 봄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 와버렸다. 옷을 고를 때마다 멈칫한다. 기분은 긴 팔의 초봄인데 한낮의 날씨는 반팔의 여름이다.

 

뜨거운 햇살을 마주하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자꾸 잊는다. 나는 아직 여름의 기분이 아닌데ㅡ라며 혼자 투덜거린다. 이런 나에게 현실의 온도를 억지로라도 알려줘야겠다. 이러다가는 12월이 되어도 혼자 여름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르니.

 

기분 내기에는 음악만한게 또 없다. 여름은 청량하고 맑고 투명하다. 덥고 습한 것 아니냐고? 좋지 못한 부분은 굳이 떠올리지 말자. 여름 기분 충만하게 해주는 음악들을 소개한다.

 

 

 

1. Pigfrog - isle



 

 

“You know the place I’m waiting for you in summer haze”

 

 

Pigfrog는 싱어송라이터 오존과 주니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Isle은 그룹의 타이틀 곡으로 영화 ‘문라이즈 킹덤’을 모티브로 했다. 바닷가에 사는 소년과 산에 사는 소녀가 서로에게 다가서는 만남의 과정이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한다.

 

오존과 주니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처럼 서늘하다. 나른하면서도 시원하게 흐늘거린다. 반복되는 리듬은 금새 귀에 감긴다. 뿅뿅거리는 사운드를 듣다 보면 오밀조밀한 기포가 터지는 청량음료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제목은 isle(섬)이지만 울창한 나무가 빽빽한 섬이 아닌 에메랄드 빛의 바다와 곳곳에 잔잔하게 피어있는 들꽃의 섬이 떠오른다. 왠지 그 앞에 작은 빙하 조각들도 둥둥 떠다닐 것만 같은 그런, 환상 속의 섬.


 

 

2. Madison McFerrin - No Time To Lose



 

  

“Cause I ain’t got the time to lose on you”

  

 

매디슨 맥퍼린은 ‘Don’t worry Be happy’로 너무나 유명한 바비 맥퍼린의 딸이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녀 역시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보여준다.

 

다만 좀 더 높은 톤의 목소리로 민트처럼 화한 시원함을 들려준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 너를 위한 시간은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가사 역시 깔끔하다. 짓이긴 민트와 얼음이 가득 담긴 탄산수를 귀로 마시는 듯한 청량함은 올라가는 기온을 차게 식혀줄 것만 같다.

 

잠이 덜 깬 아침에 집을 나서야 한다면 이 곡을 재생하길 추천한다. 얼음 한 조각을 문 듯한 시원함에 몸이 절로 가벼워질 것이다.

 

 

 

3. Jessie Reyez - COFFIN (Feat. Eminem)




 

  

“I’d rather a coffin, handmade for two”

  

 

‘Figures, A reprise’로 꽤나 이름을 알린 신예 제시 레예즈의 COFFIN은 첫 데뷔앨범의 타이틀 곡이라는 사실이 놀랍게도 매력적이다.

 

신예와 이미 너무나 유명한 거물급 랩퍼의 만남은 자칫하면 누가 피처링 했다더라하는 잠시의 관심 후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곡은 누가 들어도 그녀의 곡으로 에미넴의 기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알차게 들어선 목소리를 보여준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가진 제시 레예즈는 자유롭게 심취한 영상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앞서 소개한 매디슨 맥퍼린이 탄산수 같은 청량함이었다면 제시는 약간의 쌉쌀함이 함께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오르게 한다.

 

여름날 푸른 나무그늘 아래 앉아 커피를 마시며 느껴지는 커피의 풍미와 얼음에 비치는 햇빛의 투명한 맛. 이 노래는 딱 그런 노래다.

 

 


4. Mmmonika - unwind me!



 

 

“Maybe I could try relax and unwind”

 

 

LA를 기반으로 하는 이 밴드는 앨범아트를 한글로 내세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4명의 백인과 한 명의 아시아인으로 구성되어 밝고 가벼운 노래들을 내세운다.

 

통통 튀고 장난스러우며 진지하게 목소리를 가라앉히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여름을 위한 사운드이다. 여름의 휴가 혹은 파티, 친구들과 깔깔거리는 대화 그리고 가벼운 술. 캘리포니아다운 흥겨움이다.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 흥겨워지는 분위기를 즐겨보자. 재생하는 순간 이미 마음은 저 멀리 휴가를 떠나 있을 것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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