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기로운 독서 생활 [도서]

전자책과 종이책, 독서에 대한 사담
글 입력 2020.05.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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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연 관람을 대폭 줄였다. 그래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그 돈은 고스란히 책을 사는 데에 쓰이고 있다. 공연 예매와 책 구매를 모두 하기엔 지갑이 너무 얇아 도서관을 애용하던 나에게 코로나바이러스는 책을 구입할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다. 오래 고민하던 전자책 단말기도 샀다. 그렇게 독서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맞이하면서 나는 ‘책’, 그리고 ‘독서’ 자체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었다.




너무나 편리한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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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전자책 단말기 구매였다. 과연 내가 이것을 잘 사용할지, 책은 잘 읽힐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산 전자책 단말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잘 읽히지 않는다는 후기도 많이 보았지만, 나는 전자책도 종이책처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허리와 목 건강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종이책은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편한 의자를 찾아 읽는다고 해도 결국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보게 되어서 조금만 읽어도 허리와 목이 아팠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종이책보다 훨씬 가볍고 얇아서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간편하고 어떤 자세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또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긴 편이다. 별 흥미도 없는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내자니 집에 가는 길은 항상 머나먼 고생길이었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서 자리에 앉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서서 종이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 나에게 전자책은 한 줄기 빛 같았다. 가벼운 전자책 단말기를 들고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이야기 속에 빠져 시간이 조금은 빨리 가는 것 같다.

 

잠을 자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약간의 불면증을 앓고 있다. 보통 전자기기에서 나는 불빛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자기 전에는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는 것 같은데 종이책은 불을 끄면 볼 수 없어서 결국 핸드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런데 전자책 단말기는 전자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도 눈이 피로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기 전에 전자책을 읽고 있는데, 지나치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잠들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겪고 있다.

 

이런 장점 외에도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조금 저렴하다는 것, 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나 전자책 구독 서비스로 편하게 책을 대여해 볼 수 있다는 점, 내가 원하는 글꼴이나 글씨 크기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 자체로 예술작품인 종이책


 

이렇게 장황하게 전자책이 좋은 이유를 설파했지만, 나는 종이책도 포기할 수 없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전자책을 사용하면서, 그전에는 몰랐던,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소한 부분들이 ‘독서’라는 행위에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전자책 단말기가 종이의 질감을 비슷하게 구현한다고 해도 실제 종이에 글자가 인쇄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책 단말기로도 하이라이트를 하고 메모를 적을 수 있지만, 종이 위에 펜으로 글씨를 적어 넣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종이를 손으로 만지고 책장을 넘겨 가며 읽을 때 나는 소리와 촉감을 느끼는 것도 나에게는 독서의 일부분이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는 전자책을 읽으면 책의 실물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전자책에도 표지나 이미지가 나오긴 하지만, 단말기로 보면 흑백이고 선명하지 않다. 나는 책의 판형은 어떤지, 제본 방식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표지는 어떻게 생겼고, 제목은 어떻게 인쇄되었는지가 궁금했다. 표지 안쪽의 면지는 무슨 색인지, 책등은 어떻게 생겼는지, 가름끈은 있는지, 있다면 무슨 색인지도 궁금했다. 또 내지는 어떤 종이인지, 본문은 무슨 글꼴로 인쇄되었는지, 글씨 크기는 어떤지, 여백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글과 그림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페이지 번호가 어떻게 적혀있는지도 궁금해졌다.

 

나는 내가 종이책을 읽을 때 이런 것들을 유심히 보는 줄 몰랐고, 띠지나 날개 부분에 적힌 추천사 혹은 출판사의 다른 책 리스트 등을 그렇게 자세히 읽어보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요즘은 한 번씩 서점에 가서 전자책으로 읽었던 책들을 만져도 보고, 펼쳐도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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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스케치를 활용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특별판
사진 출처 민음사 유튜브

 


글자가 빼곡히 적힌 수많은 종이가 겹쳐진 네모난 책의 형태 위에, 그 책만의 특성을 나타내는 다른 여러 요소가 덧붙어 비로소 완성되는 종이책의 형상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 같다. 그래서 종이책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예술작품 같은 종이책들을 책장에 차곡차곡 꽂아놓으면 그 모습 또한 한 권의 책과는 또 다르게 아름답다.

 

 

 

'나'를 대변하는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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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은 주로 이미 읽은 책을 사게 된다. 도서관 혹은 전자책으로 읽고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책을 구입한다. 읽어보지 않고 산 종이책은 읽은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되팔고 싶어 한다. 한 번 사들인 책은 절대 되팔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만 책장에 남기고 싶은 사람이다.

 

한 사람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가방 속 소지품이나 플레이리스트에서도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What’s in my bag’이나 ‘책장 투어’ 영상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다시 전자책 이야기로 잠시 돌아오면, 앞서 말한 표지나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모두 배제한 채 ‘텍스트’ 그 자체에만 집중해 읽고 싶다면 전자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감성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처럼, 종이책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전자책의 편리함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쭉 전자책과 종이책을 모두 읽을 것 같다. 전자책의 편리함으로 생활 속에 책을 가까이 두고, 그러면서 만나게 된 좋은 책들을 종이책으로 구매해 거듭 읽는 독서 생활을 할 것이다. 앞으로 책의 형태가 어떻게 변모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이 방법으로 계속 읽지 않을까. 통장이 조금 슬퍼할 수도 있겠다.

 

아직 나의 책장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 남은 20대와 30대, 그 이후의 삶을 사는 동안 그 순간의 취향과 신념을 책으로 차곡차곡 채워 넣어 나의 인생과 ‘나’를 대변하는 책장을 완성하고 싶다. 그 완성된 책장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 기대가 된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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