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식에서 벗어난 사고의 힘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Inside Magritte'

르네 마그리트의 시적인 세계 안으로
글 입력 2020.05.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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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이 문장은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문장이다. 이 문장 뒤의 스크린에서는 작품의 제목은 단순한 제목이 아닌 작품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말하는 마그리트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시작에서부터 강조했듯이,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르네 마그리트가 언어와 이미지와의 관계를 탐구하고 여러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자 했던 화가임을 분명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르네 마그리트를 짧게 소개하는 영상 다음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생애를 연대기 형식으로 풀어낸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에서 마그리트의 생애를 한눈에 본 후, 본격적으로 마그리트의 초기 작품부터 차례대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초기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가 그렸을 것이라 상상해보지 못한 화풍의 그림들이 많았다. 마그리트는 당시 유행하던 화풍을 따라 입체주의, 미래주의 그림을 그렸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평생 관심에 두었던 일상의 사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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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는 꿈이나 무의식의 세계를 주로 그렸던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달리, 일상의 사물을 낯설게 배치하여 사물의 고유한 의미와 고정관념을 깨부수려 했다. 그는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보여지는 것보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만큼 그림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사고를 유도하고자 했다. 한 사람이 알을 보며 새를 그리는 모습을 담은 그림에 ‘투시’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마그리트는 제목을 통해서도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고,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라는 이론을 체계화시키며, 현대 사회는 원본으로부터 복제된 또 다른 원본이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사물은 기호로 대체되고, 재현과 실재의 관계가 역전되어 더 이상 원본과 복제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또한 <말과 이미지> 시리즈와 <이미지의 배반>에서 평범한 사물에 낯선 이름을 붙이고, 파이프 그림을 두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가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 밖의 다른 회화들도 마찬가지로 실재와 이미지 간의 관계를 혼동시키며 초현실적 세계를 구현하였다.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원화전이 아니다. 하지만 마그리트는 어떻게 그리느냐보다는 무엇을 그리느냐를 중요시했고, 실물의 재현에서 벗어나 통념을 깨고 원본과 복제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화가, 또는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로도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를 충분히 감상하고 사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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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세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장치들이 많았다. 우선 곳곳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설명해주는 영상이 배치되어 있고 마그리트가 찍었던 영화도 상영하고 있으며, 당시 초현실주의자들의 예술적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섹션도 있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초현실주의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제국> 연작을 영상으로 구현한 공간에서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 실제로 들어간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또 특수 조명인 모노크로매틱 라이트를 통해 색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 ‘라이트 룸’은 당연한 ‘사실’이라 생각했던 색깔이 어쩌면 ‘눈속임’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하면서 빛과 색의 본질에 대해 직접 느끼고 사유하게 했다.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존’에서는 AR 증강 현실로 그림 속 인물이 되어 볼 수 있었다. 거울을 바라볼 때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비치는 <금지된 재현>을 직접 체험해보거나, 자신의 얼굴에 르네 마그리트의 중절모와 파이프가 합성되는 사진을 소장해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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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마그리트의 모든 시기를 관람한 후에 이어지는 ‘메인 영상 룸’에서는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운 영상을 통해 마그리트의 초기 작품부터 마지막 시기의 작품까지 다시 볼 수 있었다. 마그리트 특유의 색채와 몽환적인 공간들이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영상으로 구현되면서, 입체감과 움직임이 더해져 마그리트의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듯한 웅장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처럼 밤과 낮이 함께 공존하는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힘을 ‘시’라 부른다.”

 

 

<빛의 제국> 연작과 함께 있던 마그리트의 말이다. 르네 마그리트는 평범하고 단편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사고함에서 오는 신비한 힘을 믿었다.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그런 마그리트의 작품을 현대의 기술로 더욱더 다채롭고 풍성히 경험하게 하여 그의 시적인 은유의 세계 안으로 초대한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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