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평화로운 그림책 에세이 -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도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되어
글 입력 2020.05.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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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은 지는 오래됐다. 그럴 수밖에. 이제는 어른인 내가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가는 일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책을 읽는 어른의 에세이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_입체표지.jpg

 

 

마음이 계속해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불안하고 불편했다. 한동안 계속 그런 중이다. 항상 안정을 찾기 위해 쉬어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쉴수록 더 마음이란 것은 불안해진다.

 

불안할수록 마음을 가벼이 가져야지! 란 생각도,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걸 느낀지도 얼마 안 된듯싶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퍼뜩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나날들이다.

 

이런 내 불안한 마음처럼 에세이의 주인공은 안정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를 하고 이를 통한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

 

그녀가 즐겨 하는 그것은 바로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그림책이다. 그녀는 상념에 빠질 때 그림책을 꺼내든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 어떤 상황에 놓일 때 그녀가 읽었던 그림책을 생각 속에서 다시 꺼내든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책이지만, 또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보는 그림책은 쉬이 단순해 보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꺼내든 그림책으로 다시금 상황을 돌이켜보니 그림책 안에서 전달되는 메세지로 상황 상황들을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이라 더욱이 그림책은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엉뚱하게도 보여주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는 어른들의 일상적인 생각을 깨부수는 역할을 해 더 우리가 느끼는 것이 새롭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한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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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림책이라 하여 말 그대로 에세이 안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지는 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폈을 때는 그림책이 아니네라고 생각했다가 아리송하게도 그림책이 맞다고 다시 여겨졌다. 내 머릿속에서 그림들이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책안에 들어있는 동화책을 설명하는데 머릿속으로 그림들이 그려졌다.

 

또한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들도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한몫했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을 풍경화처럼 표현해내는 재주가 있다. 에세이들은 읽기 편해 그동안 많은 에세이를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아기자기한, 몽글몽글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글로서 가장 잘 표현해내는 작가인 듯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시드미 스미스의 그림책 "거리에 핀 꽃" 을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잘못 들어선 곳에서 삭막함을 느끼던 작가는 문득 모란의 가지를 보고서는 그동안 무수히 눈에 들어왔던 회색 도시와는 달리 같이 우리 곁에서 함께 해온 자연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며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글자 하나 없는 그림책이지만 작가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 더 많은 이야기(생각)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림책에서의 소녀가 꽃을 발견하듯 현실에서 비로소 작은 것을 보고 느낀 작가는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에 눈과 귀를 기울일 것을 일깨운다.

 

 

이 에피소드가 더욱 마음에 들어왔던 건 내 일상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길을 같이 걷다가 항상 꽃을 보며 어떤 꽃인지 이야기해 주는 우리 엄마와 그에 반해 심드렁하며 발길을 재촉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미 전부터 작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던 엄마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내가 대비되는 모습이 그려지며 이제부터라도 삭막함을 깨고 자세히까지는 못되더라도 관심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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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메마른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꽤나 귀여운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항상 무언가를 갈망하는 우리이기에 자유를 주자해도 이 마음이 심화되면 이 또한 자유를 갈망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곤 한다. 이에 작가는 이런 마음이 들 때 그림책을 펼쳐들곤 아무 생각 없이 읽어나간다. 아니 그림책이기 때문에 읽는다라고 말하기 보다 훑어 나간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훑어나가는 상황이기에 더욱 상념은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자유로운 상태가 될 것이다. 그걸 이미 느꼈기 때문에 작가는 우리에게도 그림책을 읽어보라 권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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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유 없이 좋은 것이 제일 좋은 것. 쓸모 없는 일에 시간을 써도 불안해하지 않는 힘이 그림책 안에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업주부입니다만], [깊이에 눈뜨는 시간]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고 있는 국내 대표 에세이스트 라문숙 작가의 이번 신간은 그림책 에세이다. 이전 책들이 중년 여성의 존재 의식에서 기인했다면, 이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를 때, 숨고 싶을 때, 그리울 때, 어쩔 수 없을 때, 내게서 멀어지고 싶을 때 얇고 가벼운 '그림책' 속 그림과 글과 여백을 통해 자기 안에 숨어있는 여러 '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에게 그림책이란 아이들이 보는 책으로 통한다. 그런 이유로 설레고 끌리고 자꾸 시선이 가는 그림책을 만나도 차마 고르지 못한다. 그러니 맹렬히 다가왔다가도 이내 멀어지는 것이 어른에게 그림책이기도 하다. 작가에게도 그런 그림책들이 있다. 내 책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아이를 핑계로 사들인 그림책들이, 그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버려지지 않고 서재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그 책들을 꺼내어 펴 보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 너머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짧은 문장 뒤 가려진 여러 마음을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그림책 속 여백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우면서 메마르고 뾰족했던 마음이 봄날의 새싹처럼 순해지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그림책을 읽고 난 후에 쓴 독후감이 아니다. 그림책에 관해 알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림책을 넘기고 있을 때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요구받지 않으며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의 심리를 저자 특유의 맑은 문장으로 채우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가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어른이라면 저마다 비슷한 경험담 하나씩을 갖고 있을 만큼 친숙하고 공감도 높은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유로 책을 손에 들면 금세 푹 빠져들게 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새 이야기꾸러미를 만들며 마음을 콩당콩당 달뜨게 한다.

 

모든 것에 이유를 찾으며 바쁘고 고단하게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 반문하게 하고, 그때그때 좋은 것을 쉽게 받아들일 줄 알며 단순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살수록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 헉헉거릴 때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를 청하고 다독이며 '보다 따뜻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

 

한때 그림책의 주인이었던 그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


지은이 : 라문숙

출판사 : 혜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88 / 올 컬러

쪽 수 : 276쪽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67194-5-6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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