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르주 멜리에스와 영화 '휴고'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환상적인 이야기
글 입력 2020.05.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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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여행>을 처음 봤을 때가 언제더라? 한창 영화가 좋아서 미친 듯이 보고 공부하던 때였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1902년에 그런 편집 기술을 사용하고 필름에 직접 색을 입혔다는 발상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한 번쯤을 봤을 이 장면. 그 영화의 감독이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다. 그의 영화들을 보고 받은 충격으로 그를 더 알아보고 싶었고, 그때 찾아보게 된 영화가 바로 <휴고>였다. 1900년에 만든 영화들을 최신 기술로 어떻게 해석해서 보여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조르주 멜리에스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은 최초의 영화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영상’이라는 그 시대의 새로움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그저 움직이는 영상이 놀랍다는 이유만이라면 이 영화가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받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기차의 도착>은 모두 '연출된' 영상이다. 기차가 도착하고, 사람이 오르내리는 일상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차가 화면 밖으로 달려 나가게 되는 것,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 감독이 의도한 연출이었던 것이다.


기차가 스크린을 향해 속도를 내면 화면을 보고 있던 관람객은 기차에 치일까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런 <기차의 도착>이 처음 상영된 영화관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였다.


성공적인 마술사로 살아오던 멜리에스에게 영화란 완전히 새로운 ‘마술’이었다. 멜리에스는 바로 카메라를 구매해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시작하기 전까지 500편에 달하는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멜리에스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 매진한다. 성공적인 마술사로 개인극장도 운영하던 멜리에스는 극장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든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는 단순한 유행이며, 후에 가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실제로 영화제작을 멈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멜리에스는 우연한 계기로 ‘필름을 직접 잘라서 붙이는’ 편집기술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한 편집기술의 발견은 멜리에스에게 더욱더 마법 같은 마술로 보이게 해주는 것을 독려하게 된다. 편집의 발견은 표현방식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고,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던가, 머리통을 직접 떼어내어 다른 곳에 붙인다던가 하는 정말 마법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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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고>(2011)



<휴고>는 조르주 멜리에스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것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담아냈다. 영화는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는 꿈,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현하고 상상해오던 것을 실제로 옮기는 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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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휴고’라는 역의 시계들을 관리하는 아이로 시작된다. 아이는 자동장치를 완성하는 것에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죽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겨줬을 것이라며 자동장치를 고치는 데에 매진한다.


사실 그 자동장치의 주인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조르주 멜리에스였다. 전쟁의 비극을 느끼고 꿈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멜리에스는 영화제작을 그만두고 사라졌으며, 사람들 기억 속에는 전쟁으로 죽은 사람으로 남아있던 것이다.


영화는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자주 그의 작품과 스케치가 등장한다. 마지막,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품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멜리에스는 자신의 영화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에 대한 열정적인 꿈을 가진 멜리에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꿈이라는 주제를 밀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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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점점 클로즈업 되고, 달의 눈에 우주선이 날아와 박힌다. 최초로 스톱모션 기법이 사용된 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장면이다.


영화 <달나라 여행>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천문학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외계인을 만나지만 무사히 빠져나와 지구로 돌아오고 환대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음악과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영화과 상영하면 옆에서 연주자들이 직접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대표 격이 되는 영화이고 장면인 만큼, <휴고>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멜리에스를 찾게 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달에 도착한다’라는 장면을 재미있게 만화적으로 표현한 점이 언제 봐도 귀엽다.


*


<휴고>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를 예술의 영역까지 올리도록 도와준 멜리에스에 대한 찬란한 감사다. 거기에 꿈과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니, 영화인이나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좋아하기 때문에 배우며 꿈꾸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자신이 걱정스러워지는 것이 예술이니까. 받아들이면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내용의 작품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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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고>의 마지막,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품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멜리에스는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멜리에스는 다시 자신의 꿈으로 돌아간 것일까. 기계 속에 쓸모없는 부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라는 커다란 기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다.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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