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로가 필요한 나에게.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누군가 다가와 힘든지 물어봐 줬으면 하는 나에게
글 입력 2020.05.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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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르고 뽀족해진 나에게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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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두 달간 개인적으로 제일 바빴던 시기였다. 취업을 하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끔 바빴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 달 내내 바빴던 시기는 처음이었다. 끊이지 않는 업무, 그에 맞춰 자연스레 이어지던 야근은 나를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일도 흔한 일이 되어버린 그때는 집에 돌아오면 씻고 지쳐 쓰러지기 바빴다. 잠이 부족하기 시작하니 지쳐가기 시작했고, 나는 심적으로 우울한 한 달을 보냈다.


평소의 나는 늘 평온한 사람이었고,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았다.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예민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몸이 지치기 시작하니 마음의 평화도 무너졌고, 나의 기분은 저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투정 부리듯 얘기하기도 했지만, 나의 완전한 속마음까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원래도 나의 속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깊은 우울감을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지 않았다. 나만 힘들면 될 걸 굳이 남들까지 힘들게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많았던 탓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눈치채고 위로를 건네주기를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러던 차에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이라는 그림책 에세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제목이 마치 내 상황을 말하는 듯했다.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다가와 위로해주는 존재가 필요했던 그 시기에 마주한 이 책은 나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림책 에세이라고 해서 그림으로 표현한 에세이 책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달랐다. 작가가 겪었던 어느 상황에 적절한 다른 그림책을 인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게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었으며, 소개된 그림책까지 읽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책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 공감이 되는 부분이나 위로가 되는 부분의 페이지 끝을 살짝 접어서 표시하면서 읽었는데, 어느새 보니 하나 걸러 하나씩 접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말한 “어느 날 내가 문득 낡은 그림책들을 보는 거 그 각각의 ‘나’들을 만나는 것과 같다.”가 이런 건가 싶었다. 즐거웠던 나, 깊은 우울감을 느꼈던 나, 위로가 필요했던 나 등 수많은 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았던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아 보자면 아래 내용과 같다.


 

 

# 영혼은 안다, 자신이 주인을 잃었다는 것을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요즈음의 나는 너무나 바빴고, 내가 지치고 우울해하는 것을 방치했다. 스트레스를 크게 풀지도 않았고, 풀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루하루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신없이 지냈고, 눈 뜨면 출근하고 바쁘게 일하다가 지쳐 쓰러져서 자는 일상이었다. 휴일에는 밀렸던 잠을 보충하기 위해 침대 위에서 박힌 듯 지냈다.


아마 이때의 나는 영혼을 잃어버렸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영혼은 나를 놓쳤고,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계속 종종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점점 웃음을 잃어갔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바쁜 일이 마무리되고, 여유가 생면서 다시 웃음을 찾은 지금. 아마 영혼이 열심히 쫓아와 나를 다시 만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무리 바쁘더라고 영혼이 나를 쫓아올 수 있게 잠시 기다려주는 여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누가 왜 우느냐고 물어봐 줬으면. 그 질문에 대답해봤으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저녁노을이 지는데 시장 간 엄마가 아직도 안 오셨다고, 새로 산 구두를 잃어버렸다고,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남자친구가 사라졌다고, 꺼이꺼이 울어버렸으면 좋겠다."

 

"꿈속에서처럼 푸짐하게 울었으면. 누가 ”왜 울어? “하고 물어봐 줬으면. 그에게 내가 우는 이유를 백몇 개쯤 늘어놓았으면. 그렇게 홀가분하고 맑아졌으면.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편은 아니었다.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어서, 간혹 친구들이 ‘맨날 너 얘기는 안 듣고 우리 얘기만 하다 오는 것 같아 미안해!’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다. 들어줄 준비가 된 친구들은 많았지만, 막상 내 얘기를 하려니 뭔가 좀 부끄럽고 어색했으며 나의 약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봐 줬으면 했다. 그리고 나의 힘듦을 툭 터놓고 얘기하면서,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


이 부분은 정말 예전의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적어둔 것만 같았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차올랐지만, 애써 괜찮은 척 문을 닫고 혼자 눈물을 흘렸던 밤. 나의 힘듦을 온전히 털어놓고 기대서 울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그날 밤의 나에게 토끼가 와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부분이었다.


 

 

# 친구란, 각자로 살아온 시간이 마주 보고 손을 잡는 것


 


“생각해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나는 친구와 함께 아무 말 없이 돌계단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나 멍하니 있었다. 실연한 친구에게 그저 이불을 덮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그날 나는 이불 속에서 울고 있는 친구 옆에서 가스오부시를 자르고 있었다.”



얼마 전 문득 친구의 존재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지쳐서,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하고 웃음도 사라졌던 그때.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에 놀러 갔던 적이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을 했다.


침대에 누워 실없는 농담과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기도 했고, 탁자에 둘러앉아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거 없이 그저 모여서 대화하고 놀았을 뿐이었는데,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별거 없는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언 듯 보면 쓸모없는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순간이었다.


친구라는 존재는 무언갈 하지 않아도 시간과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특별한 순간이 된다는 것을 느꼈고,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친구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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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내 심적 상황과 비슷했던 부분이 책 중에서는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아마 다른 상태의 내가 읽었다면 또 다른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 소개한 내용을 제외해도 접힌 책 끝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만큼 나에게 위로를 전해준 책이었다.


아마 힘든 일을 겪은 적이 있던 사람이거나, 바쁜 하루에 치이느라 지쳐가는 사람 등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아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영혼은 놓친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


지은이 : 라문숙

출판사 : 혜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88 / 올 컬러

쪽 수 : 276쪽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67194-5-6



 

저자 소개

  
라문숙(필명: 단어벌레)
 
읽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단어벌레'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쓴다. 갑옷처럼 걸친 표정과 감정을 걷어내고 몸에 새겨진 것들을 글로 풀어놓으며 삶이 명징해지는 걸 경험하는 중이다. 읽고 마음에 새긴 것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드러내 삶을 환하게 비추듯, 자신의 글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빛으로 가닿기를 바란다.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을 모아 『안녕하세요』, 『전업주부입니다만』, 『깊이에 눈뜨는 시간』을 냈다. 오래 읽으며 매일 쓰고 많이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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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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