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라이트, 달빛이 비추는 날 [영화]

글 입력 2020.05.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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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영화 ‘문라이트(Moonlight)’란 작품으로 비평회를 열었다. 한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서 망가져 가는 나를 보면서 이 일을 시작한 스스로가 미웠다. 그리고 내가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까지도 무너져 내려버렸다.


하지만 가끔 달을 마주하면 다시금 문라이트가 떠오른다. 동시에 그 힘들었던 순간까지도 떠오른다. 내가 미치도록 힘들었던 그 순간들 그리고 그 힘듦을 이겨냈던 순간들까지도. 싫어하는 마음이 크지만 잊을 수 없는 이 작품, '문라이트'다. 영화는 나의 달빛이며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달빛은 오직 나만을 향한다.


‘문라이트’는 베리 젠킨스 감독(Barry Jenkins)의 작품으로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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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거의 울지 않는 나이지만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은 볼 때마다 울음이 터져버린다. 눈물이라고 하기에는 묘한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기에 울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샤이론, 그의 휘청거리는 삶이 불쌍해서 연민 어린 동정의 눈물은 아니다. 그저 달빛이 흐르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삶이 반짝이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달빛 아래에선 샤이론이나 나나 모두 같은 사람임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의 삶이 더 찬란하기를 더없이 밝게 빛나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나의 삶까지도 말이다. 영화 속 샤이론을 향한 응원의 울음이며, 그 울음은 다시 달빛에 따라서 나에게 돌아온다. 그리곤 나를 내가 위로하게 된다.


 

 

NAME

 

리틀이자 샤이론이었고, 블랙이었던 그는 자신을 감추며 살았다.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 속에서 자신을 맞췄다. 리틀이라 불렸던 초등학교 시절, 그는 나약했다. 어느 공간에서나 피해자였고 그를 지켜준 것은 마약상인 후안밖에 없었다.


중학생이 된 샤이론은 자신을 마주한다. 자신이 더 이상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나약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려고 했다. 스스로를 알아버린 샤이론은 결국 블랙이 된다. 블랙은 그가 흑인임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검게 자신을 칠해서 검은색 뒤로 자신을 숨어버린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블랙의 삶은 자신을 인식함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그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다. 그가 자신을 숨겨야 했던 이유는 자신이 부끄러워서가 아닌 그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없어서였다. 그저 그 또한 보호받아야 했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 어떤 누군가에게 지지 받지 못한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길 선택한 것뿐이다.


 

 

OCEAN

 

바다는 고요함 속의 무서운 공간이다. 수영을 못하는 나에게는 한없이 무서운 심연의 공간이다.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은 상황이라면 바다는 한 없이 고요하며, 청량하고,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이는 샤이론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바다는 두려움의 공간이자 자신을 알게 해 준 공간이고 과거를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영화의 엔딩에서 블랙이 되어버린 순간 회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바다 앞의 리틀이 서 있다. 블랙은 그 어린 리틀에게 인사를 건낸다. 어려운 삶을 이겨내야 하지만 너도 나중에 이 달을 보고 있을 거라는 인사말이다. 바다를 통해 세월을 지나 서로를 마주하는 이들의 인사는 관객도 다시 영화 속 바다를 통해 과거의 나를 마주한다.


 

 

Academy Aw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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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둔 이 작품은 당시 화제였다. 라라랜드가 수상하러 단상에 올랐다가 아님을 알게 되고 라라랜드 프로듀서가 자신의 입으로 문라이트가 수상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기억될 부분으로 남았다.


꿈을 향해서 달려가라고 외쳤던 라라랜드와 과거의 고통을 위로해 주는 문라이트 두 작품의 만남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현재였다. 영화계는 현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사과하고 나아가는 것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라라랜드, 문라이트 모두 후보가 될 만큼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저 과거를 반성하려는 이들이 모여 과거의 사과를 수상으로 거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다 위의 달은 달을 반사한다. 달, 달빛 그리고 바닷속의 흔들리는 달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고 과거의 자신의 삶에 위안의 메시지를 던진다. 감독은 흑인 소년을 보면서 우리에게 환한 불빛을 비춘다. 달빛 아래에 모두가 평등하게 비치는 우리는 빛 속에서 우리의 외적 요인이 아닌 내면을 마주한다. 사회 속에서 사회의 압박으로 나의 내면을 마주하지 않았던 적이 없지는 않은가. 블랙으로 자신을 숨긴 샤이론처럼 나도, 우리도 개인의 고유한 색을 정해서 그 속으로 숨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당신의 달빛은 언제 비추던가. 가장 외로운 순간 혹은 가장 빛나던 순간. 아니면 아직까지도 그 달빛을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 ‘문라이트’는 아직 그 달빛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 달빛을 선사해주며 이미 달빛을 본 이들에게는 달빛을 본 그 순간을 다시 뒤 돌아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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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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