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일상을 비틀어서 바라보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글 입력 2020.05.0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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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언어 공부,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과 언어 교환을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한국어와 전혀 다르기에 낯설기만 한 언어의 문장 구조와 단어들을 누군가는 당연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반대로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친숙하기만 한 한국어가 낯설고 발음하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 발음이나 문법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명확한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 나에게 한국어는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나의 모국어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고 ‘당연함’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뜻깊은 요즘이다.



[꾸미기][크기변환]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당연함’에 대한 관심을 또다시 환기해주는 작품을 보았다. 미술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만한 작품이다. 일상의 사물인 파이프를 그린 그림. 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파이프 밑에 쓰인 문장이다.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이미지의 배반>이다.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이것이 파이프가 아니라니? 그는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을 만든 것일까.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의 거장이다. 그러나 그는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했던 대표적인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마그리트의 작품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사용하였다.


다시 <이미지의 배반> 작품으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자마자 ‘파이프’라는 단어를 떠올리겠지만, 이것이 파이프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이 사물을 파이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언어적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파이프라는 단어와 이 사물의 실질적인 연관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처럼 마그리트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상식의 틀을 깨부수고자 한다. 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사고하게 한다.



[꾸미기][크기변환]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jpg



르네 마그리트의 또 다른 대표작 <골콩드>이다. 이 작품에서는 중절모에 코트를 입은 신사가 떼로 등장한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림을 한 사람들이지만, 마그리트는 일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들을 배치한다.


신사들은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에 떠 있다. 과학적 상식을 무시한 듯 보인다. 일상 속의 흔한 신사들이 마그리트의 배치를 통해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변모하고, 어떠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게 된다. 이를테면 개성 없이 조직에 얽힌 삶을 살아가게 되는 현대인의 삶. 나는 이 작품을 보고 그러한 개성 없는 삶을 경계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똑같은 차림의 신사들이 허공에 불안정하게 떠 있는 모습에서 일종의 허무와 공포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꾸미기][크기변환]전시사진-1s_11.jpg



일상적인 것을 비틀어 사고의 전환을 끌어내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 관심이 갔다. 그리고 좋은 기회로 인사동에서 열리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시의 구성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하여 상세히 소개하는 ‘어바웃 르네 마그리트’,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회화 작업만큼이나 영상 필름 및 사진 작업에 애정을 가졌던 마그리트의 행보를 보여주는 ‘마그리트와 시네마’, 마그리트의 작품을 최신 영상 기술로 재해석한 ‘인사이드 마그리트’. 마지막으로,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본 특별전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최신 미디어 기술을 통한 재해석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한층 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상적 사고에서의 탈피, 그리고 감정적 해방감을 마음껏 경험하고자 한다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자.




 

 

[꾸미기][크기변환]포스터 시안 5 세로-01.jpg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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